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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민자본주의 '갑질' 없애기 위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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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민자본주의 '갑질' 없애기 위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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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1.07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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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웹하드 1위 업체 '위디스크'의 실소유주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갑질횡포가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아파트 차단기를 빨리 열어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70대 경비원을 폭언과 함께 폭행한 40대 입주민이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 7월 10일 오후 9시께 경기도 화성시 한 아파트 입주민 A씨(49)는 차를 몰고 아파트에 들어가려다가 차단기가 열리지 않자 경비원 B씨(71)에게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했다. B씨가 "입주민 차량으로 등록해야 한다"고 설명하자 항의하던 A씨는 돌연 차를 세워놓고 경비실로 찾아와 목소리를 높였다.


이 과정에서 B씨가 "경비실에서 나가달라"며 A씨의 어깨를 밀었고, A씨는 맞서 B씨의 왼쪽 목덜미를 한차례 때린 뒤 B씨를 밀어 넘어뜨렸다. 이어 "경비면 경비답게 짖어야지 개XX야, 주인한테도 짖느냐, 개가"라며 막말까지 쏟아냈다. 이 일로 B씨는 넘어지면서 손목을 다쳐 전치 2주의 진단을 받았다. B씨의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했으나 A씨는 B씨가 자신을 먼저 밀었다며 쌍방폭행을 주장했다. 경찰은 수사과정에서 B씨가 A씨를 민 것은 경비실에서 퇴거를 요청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고, 사안을 검토했을 때 폭행 의사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이에 경찰은 지난 9월 말 A씨를 상해 혐의 기소의견으로, B씨는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각각 송치했다. 수원지검은 최근 A씨를 재판에 넘겼다.


글로벌 투자회사 모건스탠리프라이빗쿼티(PE) 한국지사장은 자신의 운전 기사에게 욕설과 폭언, 모욕을 일삼은 음성기록이 공개돼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직원들에게 석궁과 일본도로 살아있는 닭을 죽이라고 시킨 양진호 회장의 엽기적 갑질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전해진 사례들이라 놀란 입을 다물기가 더욱 어렵다. 주목되는 점은 '미투 운동'처럼 갑질의 피해 당사자나 제3자들이 악성 횡포를 사회에 직접 고발하는 새로운 흐름이 생겼다는 것이다. 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갑질을 비롯해 우리 사회를 뒤흔든 교촌치킨, 대웅제약, MP(미스터피자)그룹, 호식이두마리치킨 오너 등의 갑질이 세상에 공개된 것은 갑(甲)의 고백에 의해서가 아니라 을(乙) 이나 병(丙)들의 저항과 고발 덕이었다. 미투 운동처럼 불의에 저항하는 이런 사회적 흐름은 고무적으로 보인다.


우리 사회에서 갑질은 오래된 사회병리로 꼽힌다. 이를 근절하려면 갑의 횡포를 차단할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 개정 등 법과 제도 정비가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사회적 고질이 법제 정비만으로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 있다고 여긴다면 순진한 생각이다. 사회 구성원 모두 갑질의 폐해를 인식하고 각 분야에서 갑질 근절 운동을 자발적으로 벌였으면 한다. 갑질은 개인의 이익을 우선하는 이기주의와 물질만능주의에 기반하는 천민자본주의에서 비롯된다. 갑질을 일삼는 이들은 정신적 가치보다 물질적 가치를 최고로 여기고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황금만능주의자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갑질은 인간의 자유와 평등을 핵심 가치로 하는 민주주의에도 어긋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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