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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의 늪' 어디 숙명여고 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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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의 늪' 어디 숙명여고 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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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1.13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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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숙명여고 정기고사 시험문제·정답 유출 사건을 수사한 경찰이 실제 문제유출이 있었다는 결론을 내리고 수사를 마무리했다. 경찰은 구속된 숙명여고 전임 교무부장 A씨(53)와 함께 그의 쌍둥이 딸들도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12일 오전 숙명여고 문제유출 사건 수사결과 브리핑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숙명여고 전임 교무부장 A씨는 2017년 6월부터 2018년 7월 사이에 치러진 정기고사 총 5회의 문제와 정답을 유출해 학교의 성적관리 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를 받고 있다. 쌍둥이 자매가 문·이과 전교 1등을 석권한 2학년 1학기 중간·기말고사뿐 아니라, 지난해 1학년 1학기 기말고사부터 1학년 2학기 중간·기말고사까지 모두 문제가 유출된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문제유출 사건 이전에 쌍둥이가 문제·정답 유출 없이 제대로 시험을 본 것은 1학년 1학기 중간고사 한 번뿐인 셈이다.


숙명여고 2학년에 재학 중인 두 쌍둥이 딸은 부친으로부터 문제를 유출 받아 부당한 방법으로 시험을 치러 학교 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를 받는다. 경찰 수사결과 쌍둥이 동생이 만든 '암기장'에서 2학년 1학기 기말고사의 전 과목 정답을 메모해둔 사실이 발견돼, 유출 의혹을 입증한 결정적인 증거로 작용했다. 경찰은 쌍둥이가 답안 목록을 잘 외우려고 키워드를 만들어둔 흔적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쌍둥이가 실제 시험을 치른 시험지에서는 미리 외워온 정답 목록을 아주 작게 적어둔 흔적도 발견됐다. 물리 과목의 경우 계산이 필요한 문제 옆에서 정답 목록만 발견됐고, 계산하면서 문제를 푼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경찰은 "시험지에 깨알같이 아주 작은 글씨로 정답 목록을 써뒀다"면서 "감독관 눈을 피하려고 작은 글씨로 적었다고 본다. 시험 후에 채점하려고 메모한 것이라면 그렇게 작게 쓸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시험지에 정답 목록을 적어둔 흔적이 1학년 1학기 기말고사와 1학년 2학기 중간고사, 1학년 2학기 기말고사 시험지 일부에서 확인됐다.


그렇지 않아도 고교 내신에 대한 불신이 쌓여가는 가운데 이번 숙명여고 사건은 고교 내신, 나아가 이를 바탕으로 하는 수시전형에 대한 불만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번 사건 이전에도 교내 시험지 유출 사고가 여러 건 있었고, 부모가 교사로 있는 학교에 자녀가 다니는 경우 시험지 유출까지는 아니더라도 수행평가 점수 등과 관련해 자녀에게 특혜가 간다는 의심은 있었다. 전국 고교 2360여개 학교 가운데 560여개 학교에서 부모가 교사인 학교에 자녀가 재학 중이다. 내신 비리가 발생하는 것은 대학입시에서 내신의 비중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쌍둥이와 같은 고교 2학년 학생들이 치를 2020학년도 대입에서는 전국 4년제 대학의 모집인원의 77.3%가 수시모집으로 선발된다. 수시모집은 학생부교과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내신성적이 주가 되는 교과전형이 아니더라도 종합전형에도 일정 수준 이상의 교과성적이 요구된다. 그러니 수험생의 입장에서는 내신성적 1~2점에 희비가 엇갈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내신 관리에 대해 제도적 허점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상당수 학교에 내신 시험지나 답안지를 관리하는 장소에 폐쇄회로(CC)TV가 설치되어있지 않다. 내신 시험문제 출제에서 보관, 채점까지 전 과정에 대해 관리를 강화하고 부모와 자녀가 같은 학교에 다니지 못하게 하는 상피제 적용을 검토해서 수험생과 학부모를 안심시키는 것이 우선으로 해야 할 일이다.     


내신에 문제가 많으니 대입에서 수시전형 비중을 줄이고 정시전형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수시전형의 긍정적인 면을 무시할 수는 없다. 정시전형은 대학수학능력시험 점수라는 확실한 근거가 있기 때문에 객관성, 공정성은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주입식 교육으로 흐르게 하는 등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 1년에 한 번 치는 수능으로 당락이 엇갈리는 것도 불합리하다. 숙명여고 사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아버지와 쌍둥이 딸 모두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어 최종 결론은 법원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당사자들에 대한 징계와 성적 재산정 문제도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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