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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문제 정면에서 다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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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문제 정면에서 다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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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2.13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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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화력발전소(태안화력)에서 설비 점검을 하던 20대 하청근로자가 기계에 끼여 목숨을 잃었다. 지난 11일 오전 3시 20분께 태안군 원북면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 9·10호기 석탄운송설비에서 하청업체 근로자 A씨(24)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져 있는 것을 동료들이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현장설비 운용팀 소속인 A씨는 전날 오후 6시께 출근해 컨베이어를 점검했으며, 오후 10시 이후 연락이 끊겨 동료들이 찾던 중이었다. 고용노동부 보령지청은 태안화력 9·10호기 컨베이어벨트에 대해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는 한편 근로감독관을 보내 사고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현장 조사결과 A씨는 이날 2인 1조로 근무하게 돼 있는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박용훈 근로감독관은 "하도급 회사들은 수익구조가 열악하다 보니 인력을 줄여 운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회사의 법규 위반 여부에 중점을 두고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도 현장 근무자 등을 상대로 자세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이 사고와 관련해 정의당 충남도당(위원장 장진)은 논평을 내 "지난해 11월 태안화력에서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가 정비작업 중 숨진 데 이어 1년을 주기로 비정규직 노동자가 두 명이나 숨졌다"며 "이런 일이 벌어진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노동현장에 만연한 '위험의 외주화 관행'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발전소 현장설비 하청업체에 계약직으로 입사한지 석 달이 채 되지 않았다. 김씨는 2인 1조 근무가 원칙인데도 홀로 어둠 속에서 야간 근무를 했다고 한다. 2016년 5월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로 정비용역업체 비정규직 김모 군(당시 19)이 숨진 사고와 판박이다. 당시 입사 7개월밖에 안 된 김군은 2인 1조 근무 매뉴얼과 달리 혼자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변을 당했다. 작년 11월에는 제주시의 음료 공장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특성화고 졸업반 이민호 군이 나홀로 근무를 하다 제품 적재기에 끼여 숨졌다.


되풀이되는 사고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열악한 처지를 보여준다. 비용 절감과 구조 조정을 내세워 안전업무를 하청업체에 맡기고, 최저가에 낙찰한 하청업체가 비정규직을 쥐어짜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당장 이번 태안화력발전소 사고부터 철저히 원인을 밝혀 원청·하청업체 가릴 것 없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구의역 참사 때도 원청과 하청의 책임 떠넘기기 핑퐁게임에 국민은 환멸을 느꼈다. 비정규직 문제를 정면에서 다뤄야 한다. 통계청 발표기준 8월 현재 임금노동자의 33%에 달하는 661만4000명이 비정규직이다. 새 정부 출범 후 문 대통령의 첫 업무지시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였지만, 현장에서는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고용 유연성이 확보되지 않는 한 무조건적인 정규직화는 어렵다는 기업 현장의 목소리도 크다. 대다수 비정규직을 고용하고 있는 주체가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이라는 현실도 염두에 둬야 한다.


그렇더라도 우리 공동체가 무너지지 않으려면, 24세 비정규직 청년의 죽음 앞에 최소한의 염치를 찾으려면 비정규직을 보듬을 때다. 우선 비정규직에 대한 부당한 임금 차별을 해소해 동일임금 동일노동을 실현하고 사회 안전망을 확보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작업장 안전 강화는 필수다. 노동단체는 노조에 가입하지 못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소외되고 있지 않은지 되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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