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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지상주의 인식·시각 바뀌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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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지상주의 인식·시각 바뀌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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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1.16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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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체육회가 앞으로 관련 사건의 조사를 모두 외부 전문 기관에 맡기기로 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15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1차 이사회에서 한국 체육의 적폐로 드러난 가혹 행위와 (성)폭력 근절 실행 대책을 발표했다. 이 회장은 모두 발언에서 "감내하기 어려운 고통 속에서도 용기를 내어 준 (폭력·성폭력) 피해 선수들에게 감사와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한국 체육에 성원을 보낸 국민과 정부, 기업인에게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최근 일파만파로 번진 체육계 미투(나도 당했다) 고발에 고개를 숙였다. 이 회장은 그간 내부 관계자들이 폭력·성폭행 사안의 징계와 상벌 결정에 관여해온 관행과 병폐에 체육회가 자정 기능을 다 하지 못한 점을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거듭 사과하고 적폐 근절을 위한 실행 대책을 소개했다. 체육회는 폭력·성폭력을 조직적으로 은폐하거나 묵인·방조한 회원종목 단체를 즉시 퇴출하고 해당 단체 임원에게도 책임을 묻기로 했다. 체육회는 또 조재범 쇼트트랙 전 대표팀 코치의 성폭행 의혹 파문으로 얼룩진 대한빙상경기연맹을 철저하게 조사해 관리·감독의 최고 책임자로서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시스템을 완벽하게 구축하고 정상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체육회는 구체적인 실행 방안으로 메달을 포기하더라도 체육계에 만연한 온정주의 문화를 철폐하겠다고 다짐했다. 아울러 성적 지상주의로 점철된 현행 엘리트 체육의 시스템을 전면 재검토해 합숙·도제식 훈련 방식의 전면적인 쇄신책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체육계의 폭력과 성폭력은 스포츠 강국으로 꼽히는 우리의 부끄러운 이면이다. 이번에 미투로 세상에 알려진 것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체육계 종사자들의 귀띔이다. 도제식 교육체제에 강압적인 합숙훈련을 밥 먹듯 하다 보니 지도자의 선수 폭행은 일상적 현상이라고 한다. 훈련할 때 신체접촉과 지도의 경계가 모호하고 입증하기도 어려워 코치의 선수 성추행도 다반사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치들은 사욕을 채운 뒤 피해 선수들에게 '입 열면 선수 생명이 끝날 것'이라고 으레 위협한다. 선수가 용기를 내 피해를 신고해도 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부는 은폐와 '솜방망이' 징계에 급급해 해당 선수만 따돌림 등 2차 피해를 본다고 하니 기가 막힌다.


체육계에 도제식 시스템이나 합숙훈련이 정착한 것은 우리 체육계가 성적 지상주의에 기반을 둔 엘리트 체육을 지향해 왔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권위주의 정권이 권력의 정당성을 강화하려고 체육계에도 좋은 성적을 내도록 종용하다 보니 체육 현장에는 강압적 지도체제와 훈련방식이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선수들은 이르게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자신의 종목을 평생 직업으로 여기게 돼 지도자의 폭행쯤은 감내해야 했다. 선수들의 이런 처절한 이면을 보지 못한 채 올림픽 때 금메달에 환호해온 우리도 체육계 내 각종 비행을 방조한 공범인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체육계의 어두운 이면을 지적하면서 "성적 향상을 위해, 국제대회 메달을 이유로 가해지는 어떠한 억압과 폭력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그동안 묵인해온 체육계의 그릇된 문화와 관행을 깰 것을 지시했다. 이에 정부는 단기적으로 특별조사위원회를 꾸려 체육계에 숨겨진 폭행과 성폭행 피해사례를 모으고 중장기적 대책도 마련하기로 했다고 한다. 사후약방문격이지만 이번 만큼은 체육계의 강압적인 문화를 혁파할 수 있도록 범정부적 지혜를 발휘하길 바란다. 정부만 나선다고 체육계의 어두운 이면이 사라지진 않는다. 법과 제도 개선도 중요하지만, 체육계 내부의 반성과 각성이 먼저다. 성적 지상주의에 매몰돼 있다는 지적을 받아온 대한체육회 등 체육계의 현 지도층이 바뀌는 세대교체로 이어져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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