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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속 추진이 부른 人災…피해는 주민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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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속 추진이 부른 人災…피해는 주민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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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3.21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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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발생한 포항지진(규모 5.4)은 인근 지열발전소가 촉발했다는 정부연구단의 결론이 나왔다. 포항지진은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지진 중에서는 2016년 9월 경북 경주에서 일어난 규모 5.8 지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컸던 지진으로 기록됐다. 대한지질학회는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의 이런 조사 결과를 공식 발표했다. 이강근 연구단장(서울대 교수)은 "'유발지진'은 자극이 된 범위 내에서, '촉발지진'은 자극이 된 범위 너머를 뜻해 그런 의미에서 '촉발지진'이라는 용어를 썼다"며 "자연지진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부연구단에 참여한 해외조사위원회는 앞서 "지열발전을 위해 주입한 고압의 물이 알려지지 않은 단층대를 활성화해 포항지진 본진을 촉발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해외조사위는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의 연관성을 분석하기 위해 포항지진 발생지 주변의 지열정(PX1, PX2) 주변에서 이뤄진 활동과 그 영향 등을 자체 분석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해외조사위는 "결론은 지열발전 주입에 의해 알려지지 않은 단층대가 활성화됐다"는 것이라며 "PX-2 (고압 물) 주입으로 이전에 알려지지 않았던 단층대가 활성화됐고 이것이 결과적으로 본진을 촉발했다"고 설명했다. 지열발전의 원리는 수 ㎞ 지하에 물을 넣고 땅의 열로 데운 뒤, 이때 발생한 증기로 터빈을 돌리는 것이다. 4∼5㎞ 정도로 땅을 깊게 파는 데다 지하에 물을 주입하고 빼내는 과정이 있어, 지반이 약해지고 단층에 응력이 추가돼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 이에 2년 전 포항지진이 일어난 직후 과학계에서는 진앙(震央)이 지열발전소와 수백m 떨어졌다는 점 등을 들어, 지열발전소가 이 지진과 관련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발전소에서 지하에 주입한 물이 단층을 움직이게 했다는 것이다. 이진한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와 김광희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 등이 참여한 국내 연구진은 이런 연구 결과를 작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지열발전소가 포항지진과 관련이 있다는 결론이 나오며 포항 시민들이 낸 소송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경북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는 지열발전 프로젝트를 주관하고 예산을 지원한 국가 등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국내에서 지열발전 기술을 처음 시도하다가 지진을 촉발했다니 가슴 철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의 연관성은 발생 초기부터 국내 학계 일각에서 제기됐고 지난해 4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도 실렸다. 이날 정부조사단도 포항 지열발전소가 지하로 주입한 고압의 물이 알려지지 않았던 단층대를 활성화해 본진을 촉발했다고 확인했다. 정부조사단이 제시한 증거가 충분치 않다는 의견도 있지만 일단 과학적 결론이 나온 만큼 후속 대책에 집중할 때다.


가동중단 상태인 포항 지열발전소는 신속하게 폐쇄하고 부지를 정리해야 한다. 특히, 정부 및 지열발전 상용화 사업 참여기관은 손해배상 논의에 성실히 임해야 한다. 포항지진은 2017년 11월 15일 규모 5.4 본진과 이듬해 2월 11일 규모 4.6 여진 등 100차례 여진으로 막대한 인적·물적 피해를 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하루 전 발생해 수능이 일주일 연기됐고, 아직도 대피소를 떠나지 못한 이재민이 있다. 포항시민 80% 이상이 정신적 피해를 봤다는 설문 결과도 있었다. 이미 시민단체는 지난해 10월 국가를 상대로 유발 지진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지진 위험지역으로 오해받은 포항지역의 경기 활성화 대책도 필요할 것이다. 정부조사단은 "이번 지진의 원인은 숨어있는 단층"이라며 "리스크 매지니먼트(위험관리)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지열발전소 부지 선정부터 가동 과정을 따져봐야 한다. 스위스 바젤 등 외국에서 지열발전에 따른 지진 피해사례가 있는데도 사업을 강행한 이유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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