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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판·검사들의 재벌사 사외이사행 문제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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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판·검사들의 재벌사 사외이사행 문제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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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3.21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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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그룹 계열사의 사외이사 3명 가운데 1명 이상은 관료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직 관료인 사외이사 중에서는 판·검사 출신이 가장 많았고 국세청·관세청 등 세무 공무원과 청와대, 금융위원회, 공정위원회 출신도 다수 포함돼 대기업들의 '추천 의도'를 엿보게 했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에 따르면 상장 계열사가 있는 57개 대기업집단의 계열사(267개) 사외이사 이력을 전수 조사한 결과 총 857명 가운데 관료 출신이 321명(37.4%)으로 가장 많았다. 1년 전의 39.0%에 비해서는 비율이 1.6%포인트 낮아졌지만 여전히 전체의 3분의 1을 훌쩍 넘어선 수치다. 학계 출신이 32.8%(282명)로 그 뒤를 이었고, ▲ 재계 17.9%(154명) ▲ 언론계 3.1%(27명) ▲ 민간 법조계(변호사) 2.9%(25명) ▲ 공공기관 2.1%(18명) ▲ 정계 0.2%(2명) ▲ 기타 0.9%(8명) 등이었다. 관료 출신 가운데서는 전직 판·검사가 102명(31.8%)에 달해 1위였다. 세무 공무원 출신이 14.6%(47명)였고, 청와대 8.7%(28명)와 금융위·금융감독원 8.4%(27명), 공정위 7.8%(25명) 출신 등의 순이었다.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선임됐거나 선임될 신임 사외이사 후보 230명 중에서도 관료 출신 비중이 35.7%(82명)에 달해 가장 많았고, 학계(32.2%·74명)와 재계(20.0%·46명) 출신이 뒤를 이어 비슷한 양상을 이어갔다. 특히 올해 주총에서 신규 선임되는 사외이사 후보 가운데 전임자와 같은 관료 출신이 40명으로, 이른바 '회전문 인사'라는 지적도 나왔다. 그룹별로는 영풍의 관료 출신 사외이사 비중이 무려 64.3%에 달해 가장 높았으며, 이를 포함해 DB와 두산, 신세계, 현대백화점, GS, 하림, 롯데, CJ, 유진, 현대중공업, 한진 등 모두 12개 그룹이 계열사 사외이사 절반 이상을 관료 출신으로 꾸린 것으로 조사됐다. 관료 출신이 단 한 명도 없는 대기업집단은 한국투자금융과 하이트진로, 한국타이어 등 3곳에 불과했다. 이날 삼성전자 등이 주총을 개최하는 삼성의 경우 총 59명의 계열사 사외이사 가운데 관료 출신은 24명(40.7%)으로 집계됐다. 이번 조사는 올해 정기 주총까지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는 제외했으며, 주총 안건으로 올라간 신규 사외이사 후보는 포함했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재벌사 사외이사가 되면 긍정적 측면도 있다고 주장한다. 재벌사의 각종 불법행위를 차단할 수 있으니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벌사들의 행위 중 어떤 것이 불법에 해당하는지는 그 기업의 실무자들도 너무 잘 안다. 판·검사 출신만이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판·검사 출신 사외이사는 재벌사의 바람막이 역할로 주저앉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재벌사들은 각종 불법행위로 처벌받을 위기에 몰리는 총수와 가족들, 경영진을 도와줄 전직 판·검사가 절실하게 필요할 수 있을 것이다.
힘도 없고 돈도 없는 약자들을 돕는 데 힘을 쏟아야 할 전직 판·검사가 재벌 총수 가족의 불법과 편법을 옹호하는 일을 한다면 국민의 입장에서는 용납이 안 된다. 본인들로서도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


판·검사 출신의 사외이사 진출은 한국 사법부의 불공정성과 무관하지 않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18년 국제경쟁력 보고서'를 보면 140개국 가운데 한국은 경쟁력 종합순위에서 15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사법부의 독립성 수준은 63위로 중간 정도에 그쳤다. 이는 자메이카(40위). 인도네시아(50위), 말레이시아(33위), 사우디아라비아(24위), 케냐(51위)보다 못한 수준이다. 전·현직 판검사들은 통렬히 반성해야 한다. 정권의 입맛에 따라 수사와 판결이 출렁이지 않았는지, 강한 자에게는 약하고, 약한 사람에게는 강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재벌사 사외이사 명단에 이름을 올렸거나 그러고자 하는 전·현직 판·검사는 자신에게 냉정하게 물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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