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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바닥 뜯고 분식회계 자료 숨긴 삼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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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바닥 뜯고 분식회계 자료 숨긴 삼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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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5.09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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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매일신문 .>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가 분식회계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자료를 바닥에 묻어 은닉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지난 7일 삼성바이오 공장을 수색한 끝에 회사 공용서버 등을 찾아냈다.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뿐만 아니라 삼성바이오 내부에서도 분식회계 의혹의 단서를 감추려 한 정황이 드러남에 따라 증거인멸을 지시한 '윗선'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송경호 부장검사)는 이날 오후 인천 송도에 있는 삼성바이오 공장을 압수수색해 삼성바이오 공용서버와 직원들 노트북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지난 5일 체포한 보안담당 직원 A씨 등 삼성바이오 관계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공장 마루 바닥을 뜯어 자료들을 묻은 뒤 다시 덮는 공사를 해 증거들을 숨겼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증거물들이 묻힌 정확한 위치를 확인한 뒤 이날 오후 송도 공장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마루 바닥을 뜯고 회사 공용서버와 직원 노트북 등 은닉된 자료를 압수했다. 검찰은 이날 확보한 삼성바이오 공용서버 등에 2012년 에피스 설립 이후 회계처리 과정에서 작성된 문건들이 남아있을 것으로 보고 디지털 포렌식 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자회사 에피스는 물론 미래전략실 등 그룹 수뇌부와 의사소통한 흔적이 나올 경우 분식회계가 그룹 차원에서 결정됐음을 입증할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다. 검찰은 A씨가 실무선에서 증거인멸을 주도했다고 판단해 이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A씨가 윗선 지시 없이 회사 서버를 숨기기는 어렵다고 보고 그룹 차원의 인멸 지시 정황을 함께 살피고 있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를 둘러싼 조직적 증거은닉은 자회사 에피스에서도 이뤄진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한국의 대표기업으로, 글로벌 시장에서도 이름을 떨치는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얼마나 급했으면 증거자료 인멸을 위해 공장바닥까지 뜯었을까를 생각해보면 혀를 차지 않을 수 없다. 한국 대기업의 부도덕성은 물론이고, 그룹 차원의 위기대처 방식이 저열한 수준을 드러낸 것 같아 대외적으로 부끄럽기도 하다. 삼성바이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을 원활히 하기 위해 분식회계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 기업이다.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당시 삼성바이오는 제일모직의 자회사였는데, 삼성바이오의 자산가치를 부풀려 제일모직의 합병비율을 유리하게 했고 그로 인해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이 높아졌다는 것이 혐의 내용이다. 에피스 임직원 2명은 이미 구속돼 있다. 이들은 검찰 수사에 대비해 관련 회계자료와 내부 보고서에서 이재용 부회장을 뜻하는 'JY'나 '합병', '미전실' 등 단어를 검색해 문건을 삭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삼성의 경영승계 작업에 어느 정도의 불법이 있었는지는 검찰 조사와 재판이 진행돼 봐야 알겠지만 지금 드러나는 정황으로 봐서는 삼성에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삼성은 덩치나 지위로 봤을 때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전 세계에서 사랑받고 인정받아야 하는 기업이다. 특히 경제 활력 부진에 허덕이는 우리 국민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의 선전을 응원할 수밖에 없다. 그런 지위를 가진 삼성이 최소한의 도덕성도 갖추지 못한 채 재벌 오너의 이익 지키기에만 급급해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국민의 성원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그 지경이 된다면 한국 대표기업을 왜 국민은 사랑해주지 않느냐며 원망해도 소용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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