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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벽에 막힌 '장자연 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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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벽에 막힌 '장자연 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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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5.21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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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매일신문 .>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과거사위)가 20일 고(故) 장자연 씨 사망을 둘러싼 여러 의혹을 검·경이 부실하게 수사했고, 조선일보가 수사 과정에 외압을 행사한 사실도 있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핵심 의혹인 장씨에 대한 술접대·성상납 강요 등은 공소시효 등의 사유로 수사권고를 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장씨가 친필로 자신의 피해 사례를 언급한 문건은 대체로 사실에 부합하지만, 가해 남성들을 이름을 목록화했다는 '장자연 리스트' 존재 여부는 진상규명이 불가능하다고 봤다. 과거사위는 이날 오후 2시 정부과천청사에서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장자연 사건' 최종심의 결과를 발표했다.


과거사위는 지난 13일 대검찰청 검찰과거사 진상조사단(조사단)에서 13개월간의 조사 내용을 담은 '장자연 보고서'를 제출받아 이에 대한 검토 및 논의를 해왔다. '장자연 사건'은 장씨가 2009년 3월 기업인과 유력 언론사 관계자, 연예기획사 관계자 등에게 성접대를 했다고 폭로한 문건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다. 당시 수사 결과 장씨가 지목한 이들은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사건이 온전히 규명되지 못한 채 묻혔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조사단이 과거사위 권고에 따라 작년 4월 2일부터 13개월 넘게 이 사건을 새롭게 살펴봤다. 과거사위는 장씨가 친필 문건을 통해 주장한 술접대 행위 및 폭행·협박 등의 피해 사례는 대체로 사실에 부합한다고 파악했다.


그러나 피해 사례를 기재한 내용 외에 가해 남성들의 명단이 기재된 이른바 '리스트'가 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는 "누가 리스트를 작성했는지, 어떤 관계에 있는 사람의 이름을 기재한 것인지, 리스트에 구체적으로 누가 기재됐는지에 대한 진상 규명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과거사위는 장씨가 소속사와의 불합리한 계약에 근거해 술접대 등을 강요받은 여러 정황을 사실로 확인했다. 과거사위는 "기획사 대표가 소속 배우지망생 또는 신인 연기자에 대한 지배적인 권력을 폭력적으로 행사했고 이는 신인 연기자가 자신의 생명을 포기할 수밖에 없도록 한 주요 요인"이라고 규정했다. 또한 과거사위는 술접대·성접대 강요 의혹, 장자연 문건 속 '조선일보 방사장' 의혹 등과 관련해 검사의 사건 처리에 여러 문제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과거사위는 "술접대 강요가 있었다고 볼 만한 여러 사정이 있었음에도 막연히 장자연 문건의 내용이 모호하고 동료가 직접적인 폭행·협박을 당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기소처분했다"며 "이는 수사미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조사단이 애초 강제수사 권한이 없이 시작한 데다 이미 10년이 지난 일이어서 진상규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바다. 수사를 받는 이들의 비협조와 증거인멸 등도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을 각오하고 사건을 다시 규명하려 한 만큼 더 치밀한 준비와 조사가 이뤄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사위는 장씨 소속사 대표 김모 씨의 위증 혐의에 대해서만 수사 개시를 권고하는 등 핵심 의혹은 규명하지 못하고 마무리됐지만 이 조사를 '시간낭비'나 '헛발질'로 평가할 수는 없다. 사건 당시 검경의 수사가 미진했다는 점을 확인한 것도 성과다. 재수사까지는 못가더라도 관계자에 대한 추가조치가 필요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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