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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물리력 행사 인권보장도 고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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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물리력 행사 인권보장도 고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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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5.23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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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매일신문 .>

경찰과 대치하는 범인이 경찰관의 뺨을 때리는 등 폭행하면 경찰관은 전자충격기나 가스분사기 등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 구로동의 주취자 난동 제압과정에서 경찰 대응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물리력 행사에 관한 기준을 마련했다. 경찰청은 지난 20일 열린 경찰위원회 정기회의에서 '경찰 물리력 행사의 기준과 방법에 관한 규칙 제정안'을 심의·의결했다고 22일 밝혔다. 경찰은 이번 제정안에서 물리력 사용을 위한 3대 원칙으로 ▲객관적 합리성의 원칙 ▲대상자 행위와 물리력 간 상응의 원칙 ▲위해 감소 노력 우선의 원칙을 제시했다. 물리력 행사에는 합리성이 있어야 하며 위해 수준에 따라 물리력 수준도 높이거나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또 무엇보다 현장 상황이 급박하지 않은 경우 대상자를 설득·안정시킬 것을 우선 원칙으로 삼았다. 제정안은 대상자 행위를 위해 수준에 따라 ▲순응 ▲소극적 저항 ▲적극적 저항 ▲폭력적 공격 ▲치명적 공격 등 5단계로 나누고 각각의 상황에 대응하는 경찰관 물리력 수준을 세부적으로 규정했다.


기존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무기·장구 사용에 관한 규정이 있었고, 전자충격기나 수갑 등 일부 장구에 대한 경찰 내부 매뉴얼은 있었지만 이를 현장 상황에 맞는 물리력 사용기준으로 삼기에는 빈틈이 많았다고 한다. 일이 터진 뒤 허겁지겁 나오긴 했지만 통일된 기준과 구체적인 지침이 만들어져 그나마 다행이다. 이번 논란은 남녀 경찰관이 취객들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여경이 취객에게 밀리고 시민에게 도움을 요청하며 수갑까지 채워달라고 요청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격화됐다. 여경이 시민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은 매뉴얼을 어긴 게 아니고 수갑을 채우라는 지시는 시민이 아니라 교통경찰관에게 한 것이라는 경찰 당국의 설명으로 어느 정도 해명은 됐다. 그러나 여경의 체력이 부실하니 체력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까지 불거지는 등 논란이 이어졌다. 잘못 알려진 부분도 있고 경청해야 할 지적도 있지만 이번 논란은 경찰의 물리력 행사 기준 및 체력 기준 개선이라는 숙제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현장에서는 예측 불허의 갖가지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에 명문화된 기준으로만 해결될 일은 아니겠지만 선제적인 매뉴얼 보강 작업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체력 부실 논란과 관련해 민갑룡 경찰청장은 체력 기준을 현실에 맞게 끌어올린다고 했다. 그보다도 이번 논란에 자리한 본질적인 과제는 경찰이 물리력을 어떻게 행사해야 '과잉 대응' 또는 '소극 대응'이라는 비판을 피하냐는 것이다. 새로운 기준이 제시되자 일선 경찰관들의 반응은 '현실성 없는 탁상공론', '지금까지의 모호한 기준보다는 훨씬 낫다' 등으로 엇갈렸다. 어떤 분야든 기본 업무 매뉴얼은 필수지만 매뉴얼이 모든 걸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현장에서 마주하는 순간들이 긴박하고 복합적이기 때문이다. 기준 마련에 그치지 말고 현장에서 즉각적이고 합리적으로 대처하는 판단력과 순간 조치 능력을 키우는 노력이 경찰에 요구된다. 우리 사회에서 이어져 온 경찰의 대응 논란에는 공권력 경시 풍조 외에 경찰의 책임도 크다. 지난 시절 경찰의 폭력적인 행위와 인권침해, 범죄와의 유착 등에 따라 경찰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고 그에 따라 경찰 대응의 적정성이 수시로 의심을 받아 왔다. 경찰에 궁극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매뉴얼 완성도 수준을 넘어 근본적으로 시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다. 경찰에 대한 신뢰도가 올라갈수록 현장에서 경찰관들이 몸을 사리지 않고 더욱 자신감 있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수 있다. 경찰 공권력 확립을 위해서는 인권보상·신뢰회복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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