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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불감증’ 공공기관 평가지표 부실…용역직 보호는 0.4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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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불감증’ 공공기관 평가지표 부실…용역직 보호는 0.4점
  • 이신우기자
  • 승인 2018.12.16 17: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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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환경 평가 강화에도 ‘위험의 외주화’ 관리 허점
정권·여론 따라 춤추는 지표…“책임성 강화 장치 필요”

▲14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故 김용균 태안화력 발전소 노동자 사망사고 현장조사 결과 공개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조성애 정책기획국장이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최근 공공분야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공공기관 안전평가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올해 공공기관 경영평가 지침에서 별도의 공통 안전평가 항목이 신설됐지만, 일자리 창출 등 정부 주력 정책에 밀려 배점이 여전히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경영평가 지표가 정권의 관심사나 여론에 따라 춤을 추다 보니 근본적 개선 없이 뒷북 땜질 처방만 반복되고 있다는 비판도 계속되고 있다.
점차 커지는 공공부문의 역할에 비춰보면 기계적인 평가·관리를 넘어서 기관의 책임성을 근본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안전지표 강화했지만…'위험의 외주화' 지표는 100점 중 0.4점   
1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모든 공공기관은 내년에 이뤄지는 평가부터 이전보다 더 강화된 안전평가를 받게 된다.
올해 경영실적부터 적용되는 경영평가 편람에 모든 공공기관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사회적 가치 구현' 평가지표 중 하나로 '안전 및 환경'이 신설됐기 때문이다. 전체 배점(100점) 중 '안전 및 환경'은 비계량(2점)과 계량(1점) 항목을 포함해 총 3점이다.
이와 별개로 철도·도로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은 주요사업에서도 안전평가를 받는다. 가령 한국철도공사는 안전관리사업(10점),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시설안전제고(4점) 등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환경을 제외하면 안전관리 배점 자체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안전 및 환경' 중 계량점수 1점은 온실가스 감축과 녹색 제품 구매실적에 대한 평가다. 비계량 향목(2점)에 산업재해 안전관리 평가가 있지만 세 가지(개인정보·환경·안전) 평가내용 중 하나로 열거돼 비중이 크지 않다.
고위험 작업에 주로 노출되는 용역직 근로자의 안전관리가 미흡하다는 비판도 있다. 정부가 드라이브를 거는 재무구조 개선이나 일자리 등에 비교해 배점이 작다는 것이다. '용역근로자 보호 지침 준수' 항목은 '안전 및 환경' 항목이 아닌 '균등한 기회와 사회통합'(총 1점)에 포함돼있다. 배점은 공공기관에 따라 0.2점에서 최대 0.4점에 불과하다. '균등한 기회와 사회통합' 항목에는 비계량 점수(3점)도 있지만 세부 평가내용에 명시적으로 용역직 보호에 대한 언급은 없다.
정부가 주력하는 '일자리 창출' 배점이 청년 미취업자 고용(1.1∼1.7점) 등을 포함해 6∼7점에 달하는 점과 비교된다. 안전·인권 책임 관련 배점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공공기관의 경영평가 기조가 부채관리 등 효율성에 맞춰져 있다 보니 안전에 대한 평가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잇따른 공공사업의 안전사고도 이런 사정과 무관치 않다.
조원철 연세대 명예교수는 "안전관리 책임은 각 정부 기관에 있는데, 이들은 관리 책임을 우려해 기준을 명확하게 만들지 않는다"며 "안전관리는 원청자가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점수 비중이 작다고 평가 비중 자체가 작다고 볼 수는 없다"며 "가령 용역직 관련 사고가 발생하면 상생·윤리·안전 지표 등 관련 부문에서 모두 점수가 감점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여론에 따라 춤추는 평가 기준…'물가→부채→일자리' 땜질 반복
공공기관의 경영평가 지표가 근본적인 고민 없이 정부의 정책 목표나 여론에 따라 땜질 수정을 반복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결국 평가 지침의 불확실성이 커져 평가를 받는 공공기관도 임기응변식 대응에 익숙해졌고, 책임성 제고 등 중장기적인 체질 개선이 더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2011년 4.0%에 이르는 물가 폭등으로 서민들의 고통이 커지자 정부는 물가관리 노력의 일환으로 공공기관 평가 지침까지 손을 댔다. 공공요금 안정 등 공공기관의 물가안정 노력과 성과를 사회공헌 지표의 세부 평가내용에 포함한 것이다.
2013년에는 부채관리와 관련된 배점이 높아졌다.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에 대한 정치권과 여론의 질타에 대한 대응책이었다. 부채관리와 방만 경영 관련 배점은 20점에서 29점으로 늘어났다. 부채 부문도 12점에서 17점으로 확대됐다. 2016년에는 청년 고용 배점이 강화됐다. 청년 미취업자 고용 등 채용확대 노력,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과 관련한 지표는 전 기관 공통 평가로 확대됐다.
그해 청년 실업률은 9.8%로 같은 기준으로 연간 실업률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최고치였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에는 공공기관이 일자리를 만들면 점수를 더 주는 방향으로 평가 지침이 수정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공공기관 채용 비리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하자 채용 비리 공공기관의 평가등급과 성과급을 조정할 수 있도록 평가 지침이 개정됐다. 최근 공공부문 사고로 안전관리에 대한 관심이 커짐에 따라, 정부는 공공기관의 안전 관련 투자를 부채비율 산정 때 제외하는 안을 추진 중이다.

잦은 평가 지침 개정…공공기관 경영 안정성 해칠 수도
 미흡한 부분에 대한 평가를 강화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지만, 평가 지침의 잦은 개정은 오히려 공공기관 경영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공공기관의 근본적인 조직 문화 개선이나 책임성 제고 노력보다는 '눈속임식' 평가 대응이 여전히 횡행한다는 평가가 사라지지 않는 것은 이런 배경과 관련이 있다.
정책 목표에 따라 일부 항목의 평가가 강화되면 기존 항목에 대한 배점이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단점도 있다.
올해도 일자리 창출 등 사회적 가치 구현의 비계량 점수 비중이 늘면서 철도공사와 지역난방공사의 주요사업 안전 관련 계량 배점은 각각 1점씩 줄었다.
정부의 정책 목표 등에 따른 평가 지침의 잦은 개정은 공공기관의 안정적 운영에 걸림돌이 된다는 우려도 있다. 전방위적인 감축 기조를 유지하다가 공공부문 역할 강화로 최근 다시 증가세로 전환한 공공기관 부채가 대표적 사례다.
2013년 498조500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공공기관 부채는 지난해 472조3000억원으로 4년 연속 줄었지만, 올해 증가세로 돌아서 2022년 539조원까지 늘어난다는 것이 정부의 전망이다.
문제의 해결책으로 평가 지침 개정만 앞세우는 것보다 평가단의 안정적 운영, 비계량 평가 강화 등으로 자율·책임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저출산 고령화 등 구조적 문제 해결, 보편적 복지에 대한 높은 사회적 요구로 공공부문의 역할이 커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중장기적이고 안정적인 평가 기준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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