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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선 노후화·한전 부실시공이 초래한 人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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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선 노후화·한전 부실시공이 초래한 人災”
  • 고성 박승호/속초 윤택훈기자
  • 승인 2019.11.20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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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주 이전·교체 계획 2년간 방치
관련자 9명 업무상 실화 등 檢 송치
이재민들 “재수사 요청” 즉각 반발
한전 “123억 보상 지급…추가 보상”
<전국매일신문 고성 박승호/속초 윤택훈기자>

 지난 4월 발생한 고성·속초산불은 고압전선 자체의 노후와 한전의 부실시공, 부실 관리 등 복합적인 하자가 초래한 인재로 드러났다.


 강원 고성경찰서는 한전 직원 7명과 유지·관리를 담당하는 시공업체 직원 2명 등 9명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들에게 적용한 혐의는 업무상 실화, 업무상 과실 치사상, 전기사업법 위반 등이다.


 경찰은 국과수 감정 결과를 토대로 산불 원인을 수사한 결과 전선 자체의 노후, 부실시공, 부실 관리 등의 복합적인 하자로 인해 전선이 끊어지면서 산불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전선이 끊어져 산불 원인을 제공한 해당 전신주를 포함해 일대의 전신주 이전·교체 계획을 한전이 2017년 수립하고도 2년여간 방치한 사실을 밝혀냈다.


 경찰은 사유지 내에 위치한 전신주를 계획대로 이전·교체했다면 부실시공으로 노후한 전선이 끊어져 산불로 이어지는 재해는 막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전이 이전·교체 작업을 2년간 방치한 이유에 대해서는 수사 중인 만큼 명확한 답변은 하지 않았다.


 다만, 산불 원인을 제공한 전신주가 언제 설치·시공됐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한전 속초·강릉지사와 한전 나주 본사, 강원본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다섯 차례나 벌였지만, 기록이 남아있지 않아 설치 시기를 특정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전기 배전과 관련한 안전 관리 문제점에 대해서는 유관기관에 통보했다. 또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법령과 제도 개선을 건의할 방침이다.


 산불로 막대한 피해를 본 속초·고성산불 이재민들은 8개월여 만에 내놓은 경찰의 수사 결과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장일기 속초·고성 산불 비상대책위원장은 “중실화도 아닌 업무상 실화라니 한마디로 참담하다”며 “경찰 수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는 만큼 재수사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노장현 고성산불 비상대책위원장도 “사람이 죽고 엄청난 피해가 발생한 인재(人災)인데 구속자 하나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고 반문한 뒤 “검경이 한전에 대해 봐주기 수사를 했다고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한전은 이날 경찰의 수사 결과 발표 직후 입장문을 내고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린 점을 사과드린다”면서 “이재민 피해 보상을 신속하고 성실하게 이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고성군 산불피해 비상대책위원회’와 실사 협약을 체결한 뒤 8월26일 1차 현장실사를 마친 한전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특별심의위원회 결정을 통해 보상금 일부를 지난 추석 전에 지급한 데 이어 최근 2차 실사가 완료된 주민들에게도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이달 11일까지 한전이 고성의 피해 주민들에게 선지급한 보상금은 총 123억원(715명 대상)으로 집계됐다.


 한전은 또 ‘속초시 산불피해 비상대책위원회’와도 지난 8월 실사협약을 체결한 뒤 이달 11일에 현장 실사를 마무리했으며, 조만간 보상 방안 등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책임(과실) 비율에 대한 특별심의위원회 결정에 따라 최종 피해 보상금액을 확정한 뒤 개별 지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한전은 산불 발생 이후 설비·공사 관리에 대한 자체 점검을 한 데 이어 경찰 수사 결과를 토대로 추가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한편 지난 4월4∼6일 고성·속초(1267㏊), 강릉·동해(1260㏊), 인제(345㏊)에서 잇따라 발생한 산불로 총 2872㏊의 산림이 잿더미가 됐다. 재산 피해액은 고성·속초 752억원, 강릉·동해 508억원, 인제 30억원 등 총 1291억원에 달하고 648가구 149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560억원에 달하는 국민 성금이 모금되는 등 국민적으로 관심이 집중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기도 했다.


 고성/ 박승호기자 shpark@jeonmae.co.kr
 속초/ 윤택훈기자 younth@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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