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세상읽기 95] ‘광주형 일자리’는 ‘희망의 일자리’이다
상태바
[세상읽기 95] ‘광주형 일자리’는 ‘희망의 일자리’이다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18.11.14 13: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길원 大記者 세상읽기]

-광주형 일자리는 어려움에 처한 지역경제를 회생하고 일자리를 찾지 못해 절망하고 있는 청년들에게 희망의 일자리가 될 뿐만아니라 위기를 맞고 있는 한국자동차산업과 제조업에도 새로운 활로가 될 수 있다.-

 

새로운 노사 상생의 일자리 창출 모델로 일컫어지는 ‘광주형 일자리’가 좌초 위기를 맞고 있다. 국회 예산심의 일정을 고려하면 오늘까지는 광주시와 현대차가 협상 타결을 이뤄내야 하지만 결과를 낙관하기가 쉽지 않다.

이용섭 광주시장이 며칠 전 정진행 현대차 사장을 만나 ‘광주형 일자리 투자’를 요청한데 이어 광주시 담당 부시장이 실무 협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지금까지의 흐름을 보면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광주형 일자리가 당사자인 광주시와 현대차의 문제로 끝난다면 오늘의 벼랑끝 협상까지도 오지 않았겠지만 민주노총과 현대차 노조가 ‘전면파업 불사’를 벼리며 압력을 넣고 있기 때문이다.

광주형 일자리는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이자 이용섭 광주시장이 ‘광주시정 최우선 과제’로 꼽은 정책이기도 하다.
 
핵심은 기존 완성차 업계를 비롯한 대기업 노동자들 연봉의 절반 수준인 3,000만~4,000만 원 수준으로 채용하되 주택, 육아, 교육, 의료 등의 복리후생으로 임금보전을 한다는 정책이다.
 
광주시를 최대주주로 하고, 기업투자를 유치해 연간 10만대 규모의 완성차 위탁 생산공장으로 직접 고용 1,000명에 간접고용을 포함하면 모두 1만2,000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다는 것이 광주시의 주장이다.
 
이러한 광주형 일자리가 성공할 경우 기업은 생산단가를 낮춘 만큼 이익을 얻고, 광주시는 고용과 경제활성화를 이루는 등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더구나 광주는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고용률이 전국 최저 수준인데다 지난해 광주를 떠난 8,000여명 가운데 절반가량이 청년층으로 고용환경이 열악하다. 광주시가 광주형 일자리에 명운을 걸다시피 하고 있는 이유다.
 
이러한 광주형 일자리에 현대차가 관심을 보인 것은 광주시가 애초에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제시한 ‘5년간 임금 및 단체협상 유예’ 조건은 일자리 창출이 시급한 광주시와 노조의 파업에 진저리를 치고 있는 현대차에게 서로를 당기는 매력이었고, 또 ‘Win-Win’의 기회가 되었다. 표준 근로시간도 현대차가 제시한 주 44시간으로 합의점을 이끌어 낸 듯 했다.
 
그러나 광주형 일자리는 노동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면서 당초의 그림이 변형되고 현대차는 뒷걸음치고 있는 형국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광주본부와 현대자동차노조 등은 광주형 일자리를 한마디로 ‘나쁜 일자리’로 치부하고 있다. 민노총 광주본부는 지난달 말 기자회견을 갖고 “광주형 일자리는 나쁜 일자리”라며 “국내 자동차 산업구조 변화.명확하지 않은 책임 소재 등을 고려하면 안정적 일자리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현대차 노조는 더 나아가 “광주에 10만대 소형차 공장이 완성된다면 포화상태인 10만대 수준의 소형차 시장에 대 혼란을 부를 것이고 이는 조합원의 고용안정을 위협할 것”이라며 “회사가 광주형 일자리 협약에 동의하면 총파업을 불사하는 등 총력 투쟁을 벌이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결국 이러한 노조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광주시는 당초의 약속을 변경하거나 아예 누락했고, 현대차는 앙금 없는 찐빵을 억지로 먹게 된 형국이다.
 
일자리 창출이 시급한 광주시와 안정된 노사관계를 담보할 수 없는 현대차와, 자신들의 일자리가 ‘나쁜 일자리’가 될 것을 우려한 현대차노조의 셈법이 뒤섞여 광주형 일자리가 무산 위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현대와 기아차는 자동차 생산공장을 국내를 떠나 해외에 신설하고 있다. 고임금과 노사관계의 피로감이 ‘국내에서는 더 이상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광주형 일자리는 어려움에 처한 지역경제를 회생하고 일자리를 찾지 못해 절망하고 있는 청년들에게 희망의 일자리가 될 뿐만아니라 위기를 맞고 있는 한국자동차산업과 제조업에도 새로운 활로가 될 수 있다.
 
광주시는 내년 예산에 이미 ‘광주형 일자리 사업’으로 590억원을 반영해 놓고 있다. 정부에서도 광주형 일자리에 필요한 공공주택과 생활편의시설 등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광주형 일자리가 그만큼 우리사회에 시급한 노사 상생 일자리 모델이 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광주형 일자리는 광주만의 고용창출 해법이 아니라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한국 경제의 새로운 출구가 될 수 있다.
 
광주시와 현대차, 노동계가 대승적 협상으로 국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길 기대한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jeonmae.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