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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디지털 성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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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디지털 성범죄
  • 최재혁 지방부 부국장 정선담당
  • 승인 2019.03.21 13: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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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달 전 불거진 클럽 버닝썬 폭행의 여파가 어마어마하다. 처음 사건이 불거졌을 때만해도 승리가 운영하는 클럽에서 발생한 사건이기에 승리의 도의적인 책임을 운운하는 정도였을 뿐 누구도 지금의 사태를 예견하지는 못했었다. 하지만 최근의 뉴스를 보면 정말 영화보다 더 영화스럽다.

혹자는 고구마를 캐다가 금맥을 찾았다는 표현을 썼지만 그걸로는 부족하다. 고구마인 줄 알았는데 펄떡이는 심장을 캐낸 형국이다. ‘버닝썬 사건’은 가수 승리의 성접대, 약물 강간, 불법 동영상 촬영과 공유, 공권력과의 유착 의혹까지 그 추악한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서울 강남의 클럽 버닝썬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있다.3개월 전 클럽 내 폭행사건을 놓고 경찰의 '클럽 봐주기' 수사 논란에서 시작됐지만 클럽에서 물뽕(데이트 강간 약물) 주입과 성폭행이 이뤄졌다는 증언 등이 나오고 이 클럽 사내이사로 있는 아이돌 그룹 빅뱅 멤버 승리의 성접대 연루의혹이 줄줄이 엮여 나오는 고구마 줄기처럼 연달아 불거졌다.

빅뱅 승리에서 시작해 정준영 등 다른 남성 연예인으로 번지고 있는 디지털 성범죄. 이 디지털 성범죄는 범죄임을 인지하면서도 해당 연예인들과 주변 인물들이 상습적으로 저지르고 있어 국민들의 분노를 더 사고 있다.

이번 범죄를 통해 더 우려스러운 것은 공권력이 이들의 성범죄 및 디지털 성범죄를 최소 덮거나 공범의 역할을 한 데 있다. 2016년에 가수 정준영 씨에 대해 고소 형태로 수면 위에 떠올랐음에도 경찰이 무혐의로 덮었고 2년 7개월이 지난 지금 2019년 문제를 밝혀낸 것도 공권력이 아닌 ‘방송사 SBS’다. 우리는 정준영 씨가 여성과의 성관계 몰래카메라 영상을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을 통해 공유하고 피해자가 최소 10명이라는 사실도 SBS 단독보도를 통해서 인지하게 됐다.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방정현 변호사는 경찰이 아닌 국민권익위원회로 신고한 이유는 자료 검토 결과 연애인들과 재력가, 경찰 등 공권력과의 3자간 유착관계가 고스란히 담긴 ‘한국형 마피아’라고 말한다. 공권력이 지켜주지 못하는 피해자는 최소 10명이 아니라 ‘너’와 ‘나’도 포함될 수 있다.

디지털 성범죄의 종착지는 유투브 등 각종 SNS에 전파되는 것으로 귀결될 수 있다. 일반인들의 피해는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빅뱅 승리가 연예계에서 은퇴한다고 끝날 일이 아니다. 디지털 성범죄는 승리와 정준영, 그들과 동조한 특정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여성변호사회의 최근 성명서에 따르면 “소위 ‘불법촬영 및 유포’범죄는 2007년 전체 성폭력범죄의 3.9%에 불과하였으나, 2017년도에는 20.2%로 범죄횟수가 급격하게 증가하여 심각하게 사회문제로 대두되기도 하였다”며 “특히 불법촬영 범죄 중에서도 성관계 영상을 촬영하거나 유포한 경우에는 당사자인 피해자에게 평생 동안 고통을 주는 심각한 범죄임은 이미 일반 국민에게 주지된 사실”이라고 말했다.

영화 소재로 봐서도 이제, 식상한 얘기다. 비슷한 부류의 영화를 이미 많이도 봐왔다. 그래도 대중은 증권가 찌라시에서 접한 학습효과를 보듯 어느 정도 짐작을 하면서도 더 많은 것을 원한다. ‘버닝썬’이라는 클럽에서 벌어진 추문이 그렇다.

그러나 ‘버닝썬’ 소재가 불똥을 튀면서 유명 연예인들과 그를 비호한 경찰에 이르기까지 대중들이 생각하던 영화 속 허구는 보기 좋게 현실에서 적중하고 있다. 이른바 ‘승리게이트’란 말이 나올 정도로 일련의 일들이 추잡하다. 확대 재생산된 ‘승리게이트’는 누구는 구속이 될 위기에 처하거나 또, 누구는 화려하던 방송생활을 접어야 할 판이다. 또 다른 누구는….

점입가경이 된 ‘승리게이트’는 곧, 연예인들의 무덤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버닝썬’'에 대해 철저 수사를 지시한 상황이니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된 연예인들은 좌불안석일 것이다. 소위 ‘한방에 훅 간다’는 연예인들의 자조 섞인 말처럼 자기 관리 못한 연예인의 말로는 대중들의 냉소 밖에 없다.

요즘, 장래 연예인을 희망 하는 자식을 둔 부모들이 ‘승리게이트’를 보면서 마음이 복잡하다고 한다. 인성이 배제된 채 괴물이 돼 가는 이들 연예인들의 모습이 차후 자신들의 자식 속에도 투영될까 노파심에 연예인 전문학원 등록 취소가 잇따르는 것. 대부분 자녀의 탈선 걱정이 그 이유다.

전문가들은 “보편적인 정서를 갖지 못한 상태에서 연예인으로 성공했을 때 비정상적인 욕구와 그릇된 도덕관념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한다.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로 시작하는 ‘텔레비전’이란 동요는 그저 요즘 연예인들에게 순박한 동요일 뿐이다.

반짝 현상일 수 있다. 부와 명예를 좇는 연예인 지망생들은 아직도 부지기수다. 연예업계에 따르면 기획사 연습생을 포함해 아이돌 지망생은 현재 약 100만 명으로 추산된다. 연습생이 되는 것도 힘들지만 정식 가수로 데뷔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인성보다는 실력과 외모, 끼를 우선시하기에 연습생 사이에 경쟁은 매우 치열하고, 일반 또래에 비해 성공에 대한 압박을 심하게 받는 게 연예인 지망생들이다. 이들에게 ‘사람 먼저 되라’는 공자 같은 말은 공염불에 불가하다. 그렇게 사회는 이들을 괴물로 만들고 있다.

특히 이들의 단톡방에는 세상에 알려지면 큰일날법한 일들이 무수히 존재하고 있었다. 많은 여성과의 성관계 동영상을 찍어서 자기들끼리 돌려보는 행위, 그 여성을 상품화하는 언행 등 잘못된 성(性) 인식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그럼에도 공인인 유명연예인들이 여성을 성적 유희의 대상으로 바라보거나 자신의 쾌락을 충족시키기 위한 객체로만 파악하는 현실은 어쩌면 일부 연예인들만의 사고가 아니라 21세기 대한민국에 만연하게 팽배해있을 소지가 있다.

너와 나 모두 언제든지 불법촬영 및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여전히 관계법령은 취약하다. 이번 범죄가 승리와 정준영 씨의 엄벌로 끝날 게 아니라 관계법령의 제·개정, 디지털 성범죄에 대응하는 공권력의 강화로 귀결되어야 할 것이다.

“K팝의 인기를 통해 연예인들이 부와 지위를 얻게 되고 그 기반에서 경제인과의 협력, 공권력과의 유착까지 이뤄지면서 한국형 스타일의 마피아가 결속되고 있다”는 것이다.버닝썬 사태가 한국형 마피아까지 언급되는 게이트로 확대되고 있다. 이 게이트에 대한 철저하고 엄정한 수사를 통해 연예계가 정화되고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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