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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감동’ 꿈꾸다 늦어진 여자수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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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감동’ 꿈꾸다 늦어진 여자수구팀
  • 호남취재본부/ 최창윤기자
  • 승인 2019.07.15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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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세계선수권 유치 확정했지만…여자수구 대표팀 결성은 개막 두 달 전
남북 단일팀 기다리다 대표 선발전 늦어져…예견됐던 '0-64 패배'
<전국매일신문 호남취재본부/ 최창윤기자>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을 한 달도 채 남기지 않은 지난해 1월 20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남북한 올림픽 참가 회의'에서 한국은 북한과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을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엔트리는 한국 선수 23명에 북한 선수 12명이 추가된 35명으로 정해졌다.
 
 국민의 관심은 뜨거웠다. 남북 단일팀은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고, 경기 티켓은 빠르게 매진됐다.
 
 우려도 있었다. 대회 개막 직전 합류한 북한 선수들이 기존 선수들과 손발을 맞출 시간은 13일에 불과했다.
 
 첫 경기인 스위스전 0-8 대패를 시작으로 대패를 시작으로 단일팀은 5전 전패로 대회를 마감했다.
 
 정치가 스포츠에 개입했다는 비판 여론이 있기는 했으나 올림픽 최초의 단일팀이라는 역사적 의미가 더 크게 부각됐고, 많은 관심과 지지를 받으며 평창올림픽 최고의 '흥행 카드' 중 하나로 남았다.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도 '남북 단일팀'이 추진됐다. 대회 흥행과 스포츠를 통한 남북 교류 증진을 동시에 잡겠다는 의도였다.
 
 유일한 팀 종목인 수구, 그중에서도 한국에 전문 선수가 없는 여자 수구가 단일팀 후보로 떠올랐다.
 
 북한에는 수구 전문팀에서 훈련한 선수들이 있기 때문에 이들의 합류가 실질적인 전력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개막은 계속 가까워졌지만, 북측의 대답은 없었다. 여자 수구대표팀 구성도 계속 미뤄졌다.
 
 결국 지난 5월, 대한수영연맹은 급히 선발전을 통해 여자 수구대표팀을 꾸렸다. 첫 경기까지 남은 시간은 한 달 반. 태어나서 처음 수구 공을 잡아보는 선수들에게는 너무도 부족한 시간이었다.
 
 그렇게 꾸려진 한국의 '사상 첫 여자 수구대표팀'은 14일 헝가리와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0-64로 졌다.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여자 수구 사상 최다 골 차 패배였다.
 
 '수구 경력 한 달 반'인 선수들과 '전통의 수구 강국' 사이의 대결이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세계 수준과 차이는 있었으나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여자 수구팀처럼 '초심자'들의 모임은 아니었다.
 
 전문 선수도 있었고 새라 머리 감독의 지도하에 수년간 함께 호흡을 맞추며 전력을 끌어올렸다.
 
 북한 선수들과 함께 손발을 맞춘 기간이 짧기는 했지만, 팀의 주축인 한국 선수들이 엔트리의 다수였기 때문에 '기록적인 대패'를 당하지는 않았다.
 
 광주시가 2019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유치를 확정한 것은 2013년 7월이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6년 전이다.
 
 '수구 강국'이 되기는 부족하지만, 선수들의 경기력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끌어올리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여자 수구 대표팀을 만들고, 계획을 세워 육성해야 할 대한수영연맹은 그동안 제구실을 못 했다.
 
 재정 악화와 집행부 인사 비리 행위로 2016년 3월 대한체육회 관리단체로 지정된 뒤 2년여 동안 수장 없이 표류하다가 지난해 5월에 가서야 새 회장을 뽑았다.
 
 이후에도 대표팀 결성은 바로 이뤄지지 않았다.
 
 북측의 합류를 기다리는 동안 시간은 계속 흘렀고 대회 두 달을 앞두고서야 급히 선수들이 선발됐다.
 
 평창 때처럼 미리 팀을 꾸려놓고 북한 선수들이 추후 합류하는 방법도 있었겠지만, 이는 채택되지 않았다.
 
 여자 수구 대표팀 홍인기 코치는 대회를 앞두고 "짧은 기간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훈련했다"며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계속 든다"고 했다.
 
 0-64의 대패는 부족한 실력 때문이다. 실력이 부족한 것은 부족했던 시간 때문이다. 시간이 부족했던 것은 선수들의 탓이 아니다. 그들에게 비난이 아닌 격려가 필요한 이유다.
 
 호남취재본부/ 최창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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