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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마비된 IT 강국, 재발없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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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마비된 IT 강국, 재발없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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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1.26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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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발생한 서울 KT 아현지사 화재로 서대문과 마포 일대를 중심으로 일상이 멈춰섰다. 모세혈관처럼 사회 곳곳에 뻗어있는 통신망에 너무 많은 것을 의존하는 IT(정보통신) 강국이 화재 사고 한 번에 마비될 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분신처럼 매일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은 전화·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기능을 넘어선 지 오래다. 카드결제는 물론 금융거래, 내비게이션, 음악재생 등을 담당해온 스마트폰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자 시민들은 발만 동동 굴렀다. 촌각에 생사가 오가는 병원에서도 문제가 발생했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병원 전산망이 멈춰 선 것이다. 병원에서 근무한다는 한 의료진은 트위터에 글을 올려 "의료진들이 KT 휴대전화를 쓰는데 전화 자체가 안되니 응급상황에서 서로 콜을 못 해서 원내 방송만 계속 띄워야 했다"며 "이러다가 사람 하나 죽겠구나 싶었다"고 토로했다. 신고가 떨어지면 신속히 출동해야 하는 일부 파출소에서도 불편을 겪어야 했다. 서울 중구의 한 파출소에서는 전화뿐만 아니라 인터넷 내부망도 접속이 안 됐다. 112 신고가 접수되면 서울지방경찰청에서 무전으로 하달하기 때문에 문제는 없지만, 일반전화로는 신고가 불가하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실제로 화재 영향이 미친 서울 서대문·마포·용산경찰서는 화재 이후 장시간 경비전화(내부 전화망)와 일반전화, 지방경찰청과 연결된 112 신고시스템이 마비됐다가 이날 대부분 복구됐다. 112신고 처리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초연결 시대에 대규모 통신장애가 발생하면 일상생활이 엉망이 되고 비즈니스가 무너진다. 카드 결제가 되지 않아 물건을 살 수도 없고, 인터넷이 단절돼 TV를 볼 수도 없다. 티켓 예약도 불가능하고 친구나 가족과 통화할 수도 없다. 유·무선 통신으로 연결된 세상과 단절될 수밖에 없다. '먹통 세상'이 되면서 커피점, 편의점, 식당 등 상점의 영업 차질이나 일반 KT 고객들의 피해는 막심했다. 자유한국당 윤상직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04년 이후 23차례의 통신장애가 발생했지만, 만 하루를 넘긴 경우는 없었다. 그전에 서울 종로5가 통신구 화재(1994년 3월) 때 등 한두 차례 통신장애가 사나흘 이어진 적이 있지만, 지금처럼 통신이 모든 것을 연결하는 시대는 아니었다.    


KT는 당장 고객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그러려면 신속한 통신장애 복구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훼손된 통신회선 완전복구에 시간이 걸린다면 임시 우회망을 최대한 빨리 깔아 가동해야 한다. 소방당국과 협조해 화인을 명확히 규명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치밀한 대책도 세워야 한다. 수많은 고객에게 '먹통 세상'을 만들고도 하루가 지나도록 화재 원인조차 모른다면 직무 태만도 그런 직무 태만은 없다. 불편을 겪거나 손해를 당한 고객들에게 응분의 피해보상을 해야 한다. KT 이동전화·초고속인터넷 약관에는 고객의 책임없이 3시간 이상 서비스를 받지 못하면 시간당 기본료와 부가 사용료의 6배를, IPTV는 시간당 요금의 3배를 보상토록 규정돼 있다고 한다.


허술한 설비 관리와 소방법 허점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크다. 아현지사 지하 통신구에는 전화선 16만8000 회선, 광케이블 220조(전선 세트)가 밀집돼 있지만, 소화기만 비치돼 있었을 뿐 스프링클러는 없었다. 상주 직원도 2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좁은 지하 통신구에서 불이 나면 연기 때문에 진입이 어려워 소화기는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스프링클러를 작동시켜야 초기진화가 쉽다. 그런데도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것은 소방법 때문이라니 어이가 없다. 소방법에는 통신사업용 지하구가 500m 이상일 때만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돼 있다. 아현지사 지하구는 그보다 짧다. 이 규정은 이참에 반드시 고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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