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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 인사검증 더욱 철저히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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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 인사검증 더욱 철저히 해야
  • 박희경 지방부국장 포항담당
  • 승인 2019.03.26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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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경 지방부국장 포항담당

 

미국은 순국·참전용사들을 각별하게 예우하는 나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가장 높은 등급의 훈장인 ‘명예훈장(Medal of Honor)’은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직접 수여한다. 수훈자는 대통령과 장군들로부터 먼저 거수경례를 받는다. 평생 의료 혜택과 같은 금전적인 보상은 물론, 야구장 등 공공장소에서도 훈장 수훈자가 있다고 방송하는 등 최고의 예우와 존경을 받는다.

 

미국에선 전사자가 돌아올 때 대통령 또는 부통령이 맞이하는 게 관례다. 2009년 새벽 3시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사한 한 병사의 유해를 실은 비행기가 공군기지에 도착하자, 거수경례로 전사자의 유해를 맞이했다. “미국은 영웅을 만들고, 영웅은 미국을 만든다.”는 말도 있다. 이렇듯 미국은 순국한 용사에 대해 예우를 아끼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떤가. 목숨 걸고 나라를 지킨 이들을 존경하고 예우하기는커녕 각종 입에 담지 못할 말들로 폄훼한다. 그것도 이 나라 지도자라는 사람들이...2002년 제2연평해전 전사자 4명의 합동영결식은 대통령, 총리뿐만 아니라 국방장관도 참석하지 않은 채 ‘해군장’으로 초라하게 치러졌다. 당시 중상을 입었다가 순직한 박동혁 병장의 어머니에게 이듬해 “주한미군사령관이 새해 위로편지를 보내왔다. 우리 정부는 전화는커녕 편지 한 장 없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내 아들이 어느 나라 누구를 위해 목숨을 바쳤단 말인가”라고 쓴 한 유족의 수기는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몇일 전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이 대전현충원에서 열렸다. ‘서해 수호의 날’은 제2연평해전, 2010년 천안함 폭침 및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3대 서해 도발로 순직한 55명의 장병들을 추모하기 위해 2016년 국가기념일로 지정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도 기념식에 불참했다. 다른 사람도 아닌 군(軍) 통수권자가 두 해 연속 참석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대신 대통령은 기관단총으로 무장한 경호원들을 대동하고 대구 칠성 시장을 찾았다.

 

이 날은 정권과 관계없이 국가가 지정한 기념일이다. 대통령이나 특정 정권의 가치판단 문제가 아니다. 군 최고통수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이런 국가기념일에 취임 후 한 번도 참석치 않은 것은 누가봐도 이해하기 어렵다. 지난해에는 외국방문이라는 명분이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국내에 있었다. 같은 날 문 대통령은 대구에서 열린 ‘로봇산업 육성전략 보고회’에 참석했다. 서해기념일은 “매년 3월 넷째주 금요일”로 정해져 있다. 연초부터 국가행사로 준비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행사가 겹쳤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국제행사도 아니고 그 정도 ‘보고회’라면 주빈인 대통령의 일정에 맞게 조정할 수 있다.

 

설혹 다른 이유로 겹치더라도 우선순위를 고려해 대통령은 기념식에 참석하고 총리를 대구로 보내면 됐다. 그러나 기념식 불참의 명분을 세우려는 듯 “대구에 가면서 서해를 생각했다.” “그러나 싸우지 않고 이길 수 있다면 그 길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어중간 한 메시지다. 국민을 바보로 아는 모양이다. ‘싸우지 않고 이기기 위해 기념식에 참여치 않았다’는 말인가?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지난 20일 국회대정부 질문에서 ‘서해 수호의 날’에 대해 “불미스러운 남북 간의 충돌들을 추모하는 날”이라고 말했다. 남북한이 함께 책임질 소지가 있다는 얘기였다. 군 원로들이 해임을 요구하고 나서는 등 큰 파문이 일고 있다. 멀쩡한 군인들이 이 정부 각료가 되는 순간 이상한 사람들로 변해간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최우선순위를 두면서 군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일들이 잇따르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이만큼이나마 살 수 있게 된 것은 호국용사들이 목숨 바쳐 나라의 안보를 지킨 덕분인데도, 그런 군을 기념하는 행사가 어느 순간부터 북한 눈치를 봐야 하는 성가신 일이 돼버렸다.

 

누가 북한을 그렇게 만들었으며, 호국영웅과 후손들을 욕되게 하고 있는가. 혹자들은 때때로 현 정부를 ‘어쩌라고 정부’라 칭한다. 그럼 많은 사람이 무릎을 친다. “배째라 정부”라는 말은 너무 상스럽게 때문에 나름 수위를 낮춘 표현일 것이다. 잘못된 경제정책을 끝까지 밀어 붙인다. 결과가 너무나도 뻔히 보이는데도 안중에도 없다. 국민은 먹고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인데 말이다.

 

정부 부처와 산하기관 인사를 총괄하는 인사수석실은 그동안 이른바 '코드 인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인사난맥’은 더욱 극명하다. 정권 스스로 정한 원칙은 이미 무너진지 오래다. 아니, 스스로 무너뜨렸다. 지금 국회는 7개 부처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한창이다. TV로 지켜보는 국민들의 얼굴이 뜨거워질 정도의 후보자들로 꽉 채워져 있다. 어쩌면 하나같이 도토리 키 재기가 따로 없다.

 

8명에 달하는 장관급 인사에서 청문회 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을 강행한 정부이니 달리 인사 검증 시스템이 필요하지 않은지도 모를 일이다.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부동산투기와 꼼수증여 의혹과 박사논문 표절의혹을 받고 있다. 국토교통부 장관에 부동산 투기의 달인이라는 비야냥을 듣고 있는 후보자를 냈으니 전문성 하나만을 믿고 추천했을지도 모른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박왕자 씨 사망사건이 통과의례’라는 등 정제되지 못한 과거 발언들로 논란을 빚은 인물이다. 여기다 다운계약서 작성, 아파트 시세차익 축소신고 등 부동산 의혹도 받고 있다. 박양우 문체부 장관 후보자 역시 위장전입, CJ E&M 사외이사 시절 친 대기업행보를 보인 인물이다. 문성혁 해수부 장관 후보자도 위장전입과 건보료 납부 회피 의혹에 휩싸여 있다. 조동호 과기부 장관 후보자 역시 그 나물에 그 밥이다. 부동산투기, 장남 취업특혜, 위장전입, 병력 특혜 등의 의혹을 받고 있다. 진영 행안부 장관 후보자도 용산참사 건물 인근에 부동산 투기를 한 의혹을 받는 등 온통 부실 투성이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도세금을 내지 않고 미뤄오다 후보자로 지명되자마자 납부하면서 지각 납세로 도마에 올랐다. 장남이중 국적 및 병력검사 연기 의혹도 받고 있다.

 

이렇듯 민정수석실 검증은 명목뿐이고, 국회청문회는 무용지물이 된지 오래다. 여당은 ‘청와대의 출장소’니 신경 쓸 필요가 없다지만, 야당까지 무시하니 국정이 제대로 돌아갈 리 없다. 이 정도로 뻔뻔하고 안하무인(眼下無人)이니 ‘어쩌라고 정부’라는 평가를 들어도 억울할 것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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