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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미세먼지 과학적 해법은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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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미세먼지 과학적 해법은 없는 것일까?
  • 최재혁 지방부 부국장 정선담당
  • 승인 2019.03.14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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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에 의한 대기오염을 맨 처음으로 걱정한 사람은 영국 왕 에드워드 1세였다. 그는 1302년 석탄에서 나오는 연기가 공기를 더럽힌다며 의회 개회기간 중 석탄 사용을 금지했다. 영국에서 석탄이 소개된 지 440년이 지난 뒤였다.

하지만 런던의 석탄 매연은 점점 심해져갔다. 공장이나 가정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는 런던을 차츰 잿빛 연기로 가득찬 도시로 만들어갔다. 산업혁명으로 인한 도시의 공업화가 더욱 부채질했다. 17세기 말 작가 티모시 너스는 “시커먼 매연이 런던을 잡아먹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영국은 1년 중 절반이 비가 올 정도로 날씨 변덕이 심한 곳이다. 특히 영국의 짙은 안개는 런던포그라는 애칭이 따를 만큼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때로는 낭만적인 영국의 모습으로 ‘런던 포그’가 소개되지만 영국 안개의 이면에는 우울한 이야기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1952년 일어난 런던 스모그 사건이다. 그해 12월 4일 런던에는 짙은 안개가 끼기 시작하면서 하루종일 햇빛을 볼 수 없을 도로 어두운 날이 이어졌다. 습도도 80%가 넘었다. 당시 영국의 가정과 공장은 석탄을 주 연료로 사용했다. 석탄을 대량 소모하면서 발생한 연기는 정제되지 않은 채 런던의 대기 권으로 마구잡이 쏟아져 나왔다. 연기는 짙은 안개와 합쳐져 스모그를 형성했고, 연기 속의 아황산가스는 황산안개로 변하여 런던 시민의 생명에 치명적 영향을 주게 된다.

스모그 발생 3주 만에 4000여 명의 시민이 폐질환과 호흡기 질환 등으로 목숨을 잃었다. 이후에도 같은 증상의 환자가 발생해 8천 명이 넘는 사람이 추가로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끔직 했던 이 사건을 두고 ‘그레이트 스모그’라 부르고 있다.

런던은 오래 전부터 스모그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왔던 도시다. 13세기 무렵에는 석탄을 연료로 쓰는 것을 금지하기도 했다. 17세기에는 매연보고서가 만들어지고 매연 저감을 위한 위생법을 제정하기도 했다. 1873년부터 스모그의 영향으로 사망자가 증가한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어쨌거나 영국의 ‘그레이트 스모그 사건’은 전 세계가 스모그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계기가 된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석탄발전소를 운영하는 나라다. 2927기의 석탄발전소가 운영 중이며 그 규모는 미국의 4배에 달한다. 중국이 또다시 464개의 석탄발전소를 증설하겠다고 한다.

연이은 악성 미세먼지에 사방에서 비명이 터져 나오고 있다. 폭탄이 터져야만 작동하는 때늦은 대응은 의미가 없고, 중국과 경유차만 탓하는 정책으로는 미세먼지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은 반복적으로 확인된 사실이다. 미세먼지 저감에 가장 확실한 수단인 원전을 거부하는 탈원전이 미세먼지 해결을 어렵게 만든다는 것도 명백한 과학적 팩트다.

미세먼지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우리가 중국과 경유차의 피해자라는 피해자 프레임이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처럼 중국에서 엄청난 양의 미세먼지가 밀려오는 ‘때’가 있다. 그러나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다. 우리가 스스로 발생시키는 미세먼지의 양도 엄청나다. 흔치는 않지만 우리 미세먼지가 거꾸로 중국으로 밀려가는 때도 있다. 내 문제는 덮어두고, 남의 탓만 해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미세먼지가 갑자기 등장한 것은 아니다. 1965년 공해방지법을 처음 제정했던 것도 ‘매연’이라는 먼지 때문이었다. 당시에는 미세·초미세 먼지가 없었던 것이 아니었다. 현실적인 측정 기술이 없었을 뿐이다. 경유차에 매연 저감장치(DPF)를 의무화했던 2006년까지는 시커먼 ‘매연’(블랙카본)에 시달렸던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새로운 ‘기술’이 문제 해결의 열쇠였다는 뜻이다.

미세먼지의 양상이 달라졌다. 이제는 2차 미세먼지라고도 부르는 질소 산화물을 비롯한 'LA형 스모그' 성분이 문제다. LNG 발전소와 가정용 가스보일러에서도 상당한 양이 배출된다. 진정한 의미의 친환경 연료는 없다. 도로·공사장·나대지·농지에서 발생하는 날림·비산 먼지의 문제도 심각하다. 종합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탈원전과 미세먼지는 무관하다는 청와대의 주장은 국민 상식을 무시한 궤변이고 아집이다. 언론의 '기사'를 참고하라는 청와대 대변인의 발언은 모욕적이다. 청와대가 언급한 기사는 제8차 전력수급계획의 ‘정격용량’과 ‘실효용량’조차 구분하지 못하는 ‘좁은 시각’의 신참 기자가 쓴 ‘가짜 뉴스’에 가까운 것이다.

2030년에 석탄화력의 비중이 23.0%로 줄어든다는 지적은 시설용량이 그렇다는 뜻이다. 시설용량에서 33.7%를 차지하는 신재생이 극심한 간헐성 때문에 실제 전력 생산에 기여하는 비중은 7.1%에 불과하다는 명백한 팩트를 무시했다. 석탄의 실효 비중은 31.6%로 현재 33.5%의 크게 다르지 않지만, LNG의 실효 비중은 오히려 34.7%에서 38.6%로 늘어난다. LNG화력도 엄청난 양의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를 쏟아낸다. 역시 LNG를 사용하는 가정용 보일러도 문제가 되는 형편이다.

미세먼지 배출이 불가능한 원전의 비중이 줄어들면 석탄·LNG에 의한 미세먼지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노후 석탄화력의 조기 폐쇄와 탈원전의 속도 조절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명백한 과학적 '팩트'다.

탈원전이 대세라는 정부·여당의 주장도 설득력이 없는 말장난이다. 통계에 대한 자의적 해석으로 국민을 우롱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비교 대상은 전 세계 모든 국가가 아니라 자체 원전 기술을 보유한 원전 선진국들이다. 60년 동안의 노력과 투자로 이룩한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기술을 포기해야 하는 논리적·현실적 근거가 필요하다. 위험해서 포기해야 한다는 패배주의는 설 자리가 없다. 위험을 극복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한 상황이다.

탈원전이 공론화를 통해 확정된 것이라는 주장도 어불성설이다. 대법관 출신의 공론화위원장이 밝혔던 탈원전 권는 국무총리 훈령 제690호의 제1조에 명시된 공론화의 목적을 명백하게 벗어난 월권이었고, 시민참여단의 설문조사를 자의적으로 왜곡한 엉터리였다.

탈원전은 여전히 어설픈 대선 공약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원자력진흥법에 규정된 원자력진흥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적도 없고,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2010)·에너지법(2006)·전기사업법(1962)의 절차도 밟은 적이 없다. 심지어 국회에서 탈원전 관련 법률을 제정하거나 개정한 적도 없다. 법치를 외면하고 팩트에 맞지 않는 가짜 뉴스로는 진정한 민심을 얻을 수 없다.

유럽의 경우 국가별 미세먼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영국 스웨덴 서독 등 31개국이 체결한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물질에 관한 협약’(CLRTAP)는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도 중국과 주변국들과 함께 환경협약을 맺어 해법을 찾아내야 한다. 기후변화와 더불어 미세먼지는 쉽사리 해결될 사안이 아니라 매년 더욱 참혹하게 반복될 심각한 과제다.

미세먼지 문제로 온 국민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요즘, 중국의 석탄발전소 증설 소식은 또한번 한국 사람의 가슴을 짓누른다. 중국이 증설 예정인 석탄발전소의 상당수가 한국 서해안에 면한 중국 동부여서 한국이 아무리 미세먼지를 줄여 봐도 소용이 없을 거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미세먼지 공포에서 벗어날 묘책은 정말로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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