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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탁선거법 개정 반드시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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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탁선거법 개정 반드시 필요
  • 최승필지방부국장
  • 승인 2019.03.17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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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지방부국장

지난 13일 치러진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는 금품과 향응이 오가는 ‘금품선거’ 오명을 벗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선거 비리의 온상으로 지목돼 온 조합장 선거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 2015년부터 전국 동시에 실시하고 있으나 당시 1회 동시조합장선거와 마찬가지로 이번 조합장 선거에서도 현 조합장이 초강세를 보이는 일명 ‘깜깜이 선거’였다는 오명과 함께 여전히 금품과 향응이 오가는 구태가 반복됐기 때문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3·13 전국동시조합장선거 결과 투표율은 80.7%였다.

1회와 마찬가지로 2회 동시조합장선거도 ‘현역 프리미엄’이 여전했다. 1회 조합장선거에서 현직 조합장 당선률은 64%였고, 이번 선거에서도 당선된 1344명(농·축협 1114명, 수협 90명, 산림조합 140명) 가운데 현직 조합장은 760명(56.5%)으로 절반이 넘었다.

실제 선거 출마자만 따져보면 현직 당선율은 71.1%다. 1069명의 조합장이 선거에 나서 760명이 당선됐다. 선거구가 넓은 데다 정책토론회 등이 전면 금지돼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신인급은 정책은커녕 얼굴 알리는 데도 상당한 애로를 겪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당선된 여성 조합장도 적었다. 선거인수(221만여명)의 절반 이상이 여성인 상황에서 여성 당선자는 전남 고흥 풍양농협 박미화 후보 등 10명(0.7%)에 불과했다.

또, 당선자 10명 중 6명가량은 60대 이상이었다. 연령별 당선자를 보면 60대 54.2%(728명), 50대 39.4%(530명), 70대 이상 4.5%(60명), 40대 1.9%(26명)였다.

금품과 향응 제공 등 돈 선거 행태는 여전했다. 경찰청은 선거사범 수사 결과 위법행위 436건을 적발해 725명을 단속했다고 밝혔다.

이중 14명은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고, 혐의가 무거운 4명은 구속됐으며, 57명은 불기소 의견 송치 등으로 종결된 가운데 나머지는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 같은 전체 선거사범 수는 제1회 선거 당시 878명보다는 17.4% 감소했지만 조합원 등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기부행위 위반자 비율은 65.1%(472명)로, 1회 때(55.0%)보다 10% 이상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선관위는 이처럼 금품수수 행위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조합장선거운동 방법이 지나치게 제한적이어서 유권자의 알 권리가 제약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현재의 조합장 선거운동 방식은 새로운 인물이 조합장에 도전할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번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앞두고, 지난해 “1회 조합장선거처럼 또 다시 깜깜이 선거가 되지 않으려면 2014년 제정된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위탁선거법)’을 정기국회 내에 개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으나 국회는 이를 방치했다.

당시 위탁선거법은 기존 농협법이나 공직선거법보다 비상식적으로 선거운동을 제한함으로써 오히려 공명선거와 정책선거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

위탁선거법은 합동연설회나 공개토론회는 물론, 언론기관 및 단체의 후보자 초청 대담, 토론회 모두 금지돼 있고, 예비후보자 제도가 없어 조합장 선거를 ‘깜깜이 선거’로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됐으나 개정돼지 않은 채 또 다시 2회 선거가 치러지면서 여전히‘깜깜이 선거’였다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농민단체나 조합 대의원협의회의 후보자 초청토론회는 불가능하고, 조합원의 대의원총회 시에도 후보자의 정견을 들을 수 없다.

위탁선거법은 시민사회단체의 메니페스토운동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지난 1회 동시선거 당시 전북 김제에서 선거운동기간 이전에 농민단체 주최의 농협정책토론회에 참석한 인물이 선거에 출마할 경우 사전 선거운동 문제가 발생할 것이 우려돼 토론회 자체를 취소하기도 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조합원들이 ‘공명선거 실천 조합원-출마자 공동선언’을 개최하려 했지만 지역 선관위에서 ‘다수 조합원이 참여는 선거운동일 수 있다’고 반대 입장을 표하는 바람에 취소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점은 위탁선거법은 진입장벽이 높아 현직 조합장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다는 점이다.

예비선거제도가 없는 상태에서 현직 조합장은 선거운동 기간 시작 전(후보자등록 이전)까지 조합장 지위를 활용, 조합원 접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조합들은 매년 1~2월 조합경영성과를 조합원들에게 설명하는 마을별 좌담회를 여는데, 3월 조합장 선거 직전이라 조합장에게 유리할 수 밖에 없다.

특히, 선거운동 방식으로는 전화 및 문자가 허용되지만 조합장은 쉽게 조합원들의 전화번호 등 중요한 정보를 (업무용이라는 명목으로) 쉽게 확보할 수 있는 반면, 다른 출마자들은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조합원들의 전화번호는 확보할 수 없는 상태다. 후보자들에게 제공되는 ‘선거인 명부’는 조합원들의 이름과 주소만이 기록된 상태다.

위탁선거법 제정개정 당시 조합장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자는 위탁선거법 제정 취지와는 달리 법안의 국회 심사과정에서 농협중앙회와 관료들이 개입해 다른 결과를 만들어냈다.

당시 농협중앙회는 반대 이유로 ‘제3자의 선거운동 개입은 자율성을 침해하고, 조합원이 후보자를 잘 알고 있어 면대면 선거의 필요성이 낮으며, 개최 비용이 과다 소요된다’는 논리를 폈다.

또, 표플리즘 공약 남발 가능성, 청중동원을 통한 금품제공 가능성, 진행의 공정성 담보가 어렵다는 등의 이유를 댔다. 현직 조합장들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다.

이번 조합장선거를 지켜본 농림축식품부는 선관위와 농협중앙회 등 관련 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선거운동 제한 규정 완화 등의 위탁선거법 개정과 조합 비리와 무자격 조합원 근절을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현재 조합장 선거에 만연된 ‘금품선거’, ‘깜깜이 선거’ 풍토를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위탁선거법은 반드시 개정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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