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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폭염으로 농산물 작황부진 농민 '시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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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폭염으로 농산물 작황부진 농민 '시름'
  • 전국종합/ 김윤미기자
  • 승인 2018.09.07 0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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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여름 최악 폭염에 시달렸던 채소는 수확철이 되자 초라한 모습으로 농민들을 맞았다. 추석 물량 대부분을 차지하는 강원 고랭지 배추는 더위에 짓물러 밭에 버려졌고, 채 자라지 못한 무는 출하 시기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
 추석을 앞두고 최근 배춧값이 급등하고 있지만, 배추를 수확하는 농민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았다. 최악 가뭄과 폭염으로 수확량 감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포항초’로 이름난 포항지역 시금치는 여름을 견디지 못하고 말라 죽어버렸다. 농민들의 깊은 시름은 추석 장보기에 나설 소비자의 한숨으로 이어질 듯하다.

●절반가량 출하 포기…폭염에 녹아내린 고랭지 배추
 “속에서 무르고, 잎도 녹아버리니 절반은 그냥 밭에 내다 버렸습니다” 전국에서 가장 높은 강원 태백시 매봉산 고랭지 배추밭은 추석을 앞두고 막바지 출하 작업이 한창이다.
 밑동을 벤 배추를 망에 담고, 다시 트랙터에 옮겨 담는 농민들의 손길이 분주하지만, 얼굴에는 수확의 기쁨 대신 시름이 어렸다.
 멀리서 바라봤을 때는 푸른 배추 물결이 넘실거리지만 가까이 다가가자 겉만 파랄 뿐 속은 누렇게 썩어 있었다.
 매봉산 북서쪽 곳곳은 겉도 온통 누런색이었다. 고온으로 발생하는 배추 무름병 피해다. 시장에 출하할 수 없어 칼로 베어 버린 배추들이 밭 곳곳에 내버려 졌다. 한 농민은 집어 든 배추를 두고 버릴지 담을지 잠시 고민하다가 밭으로 내팽개쳤다.
 매봉산 고랭지 배추밭은 면적 117㏊로 전국에서 가장 넓어 추석 물량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태백시는 생산량은 평년 대비 50% 수준에 그친 것으로 추정한다. 현지 농가들이 전하는 생산량 감소비율은 태백시 추정보다 훨씬 낮다.
 이정만 태백 매봉산 영농회장은 “겉이 망가져 속만 골라낸 쌈 배추까지 포함해도 올해 생산량은 평년 대비 20%밖에 안 된다”며 “올해 작황은 매봉산 고랭지 배추 재배 역사 50년 중 최악이다”고 말했다.

●가뭄에 채 자리지 못한 무…‘추대’ 현상에 골머리
 고랭지 무 역시 폭염·가뭄 피해를 비켜 갈 수 없었다. 강원 정선군 임계면에서 막바지 수확에 나선 농민들은 항아리 모양의 기형 무를 뽑을 때마다 시름이 깊다.
 곧게 자라야 할 무가 아랫부분이 뚱뚱한 항아리 모양으로 변한 것에는 날씨 영향이 크다. 여름 가뭄에 채 자라지 못하던 무가 지난달 말 폭우에 급격히 생육하면서 기형으로 자란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벼룩벌레 유충이 속을 파먹는 이른바 곤자리 피해까지 발생해 상품성이 뚝 떨어졌다. 기형과 병충해를 이겨냈더라도 가뭄에 채 자라지 못한 무가 많아 출하가 더뎌지고 있다.
 또한 평창 고랭지 무에는 꽃이 피는 추대 현상이 발생해 수확을 포기하는 농가가 속출하고 있다. 무청에 꽃이 피면 뿌리로 가야 할 영양분이 줄기로 향해 생육이 급격히 저하된다. 정상의 절반 크기도 안 돼 결국 상품 가치를 잃고 출하를 포기하는 실정이다.‘

●포항 명물 ‘시금치’…폭염에 녹아 재배 포기
 경북 포항시 남구 연일읍 괴정리 한 비닐하우스 안에는 아무런 작물이 없어 맨땅이 보인다. 이곳은 포항 특산물인 시금치를 키우는 비닐하우스.
 예년 같으면 시금치가 자라고 있어야 하는 곳이다. 그러나 올해는 폭염에 시금치가 제대로 자라지 못해 농민이 재배를 포기했다.
 시금치는 파종 후 1개월 정도면 수확할 수 있어 1년에 여러 차례 파종하곤 한다.
 특히 포항 연일읍 형산강 남쪽 들판은 시금치를 키우는 비닐하우스가 즐비해 시금치 주산지로 꼽힌다. 이곳에서 키우는 시금치는 포항초라는 이름이 붙었다. 농민들은 올해 여름에 심은 시금치는 제대로 자라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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