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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116] “조국, 너도 똑 같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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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116] “조국, 너도 똑 같은가”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19.08.21 14: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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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 大記者 세상읽기]

-국민들은 절망스럽다. ‘내가 사람을 잘못 보았나’ 싶어 눈을 비비고 다시 보지만 결국은 ‘너도 똑 같구나’ 하는 절망이다.-

 

다른 이와는 다를 줄 알았다. ‘알았다’기 보다는 그렇게 ‘기대했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 일게다. 그의 뚜렷한 학자적 소신은 청와대에 들어서기 전부터 대중들에게 호감을 샀고, 시대적 과제인 검찰개혁과 관련해서도 가장 적임자라고 여긴 탓이 크다.
 
그가 대학교수시절 “교수의 지역구 출마와 정무직 진출을 규제할 수 있는 규정을 제정해야 한다”면서 폴리페서를 비판했던 글들이 부메랑이 되어도 짐짓 외면했다. 정권의 참여를 권력에 대한 개인적 욕심이 아니라 한국사회의 부조리와 악습을 바꾸기 위한 공익적 헌신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의 의혹제기는 의례 그렇듯이 정부여당에 대한 발목잡기이자 그에 대한 몽니쯤으로 치부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얘기다.

조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이 시간이 지나면서 해소되기는커녕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처음 한국당에서 조 후보자의 사노맹 참여 전력을 들어 ‘불가’입장을 외칠 때와는 차원이 다르다. 공안검사 출신인 황교안 대표의 색깔론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한국당이야 죽으나 사나 색깔론 밖에 대안이 없다’라며 귀도 기울이지 않았다.

하지만 뒤를 이어 대중들에게는 생소한 사모펀드 투자의혹과 부동산 차명거래, 위장 전입, 가족 간 채무관계 소송전, 딸 장학금, 의학논문 등재 논란 등 갖가지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일 터지며 그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깨지고 있다.
 
조 후보자는 고위 공직자가 되면서 주식을 처분하고 사모펀드에 가입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상식에 맞지 않는데다 20대인 아들과 딸이 3억5,000만원씩 투자 약정, 실제로는 5,000만원씩 투자한 성격도 의구심을 갖게 한다.
 
청문회의 단골메뉴인 부동산 거래와 위장전입 의혹에서도 조 후보는 예외가 아니다. 조 후보자의 아내는 2014년 말 자신 소유의 부산 해운대 아파트를 전세로 임대했는데 전세금을 받은 날 조 후보자의 동생 전처가 아파트 인근에 빌라를 샀다. 빌라 매입가는 전세 보증금과 똑같고, 그 빌라에는 조 후보자의 어머니가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차명거래 의혹이 당연히 나올 만하다.

또 조 후보자가 울산대 조교수 시절인 1999년 딸과 함께 부산 아파트에서 서울 송파구의 아파트로 주소를 옮긴 걸 놓고도 딸의 학교 배정을 고려한 위장전입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런가 하면 조 후보자의 집안이 운영하던 건설사와 사학재단 사이에 수상쩍은 소송문제까지 고구마 줄기처럼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것은 수십억원에 달하는 재태크나 차명거래, 또는 위장전입 등이 아니다.

조 후보자의 딸이 성적과 상관없이 학기마다 200만원의 장학금을 받았다는데 있다. 더구나 장학금의 명분이 ‘공부를 포기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독려’ 란다. 여기에 고교 때 2주 인턴을 하고 의학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사실이 드러나 이화여대 정유라 사건이 오버랩 된다.
 
조 후보자의 딸 조 모씨는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재학하면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6학기 동안 매학기 200만원씩 모두 1,200만원의 장학금을 받았다. 그러나 조 씨는 장학금을 받기 직전인 2015년 1학기와 마지막 장학금을 받은 2018년 2학기에 각각 몇 개 과목에서 낙제해 유급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 씨가 1학년 때 낙제, 의전원 공부를 아예 포기하려 하길래 ‘포기만 안 하면 장학금을 줄 테니 열심히 하라’라는 의미에서 준 것이다”, 조 씨의 지도교수가 밝힌 장학금 지급 명분이다.

장학금 수여자중 6학기 내내 장학금을 받은 사람은 아버지가 청와대 민정수석이며 수십억원대의 자산가인 조 후보자의 딸이 유일하다.

학생들이 장학금을 받으려면 공부를 열심히 하기보다는 낙제를 하고 학업포기 선언을 해야 하는 기막힌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는 것이다.

그 지도교수가 지난 6월 오거돈 부산시장이 임명권을 가진 부산의료원장으로 취임했다. 장학금을 고리한 조 후보자와의 관계에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다. 의학논문 제1저자 등재 사건 또한 '입시용 스펙 쌓기를 위한 특혜' 아니냐는 의혹이 일자 단국대는 사과문을 발표, 조사에 나섰다. 대한의사협회는 해당 교수를 윤리위에 회부, 대학가를 뜨악케 달구고 있다.  

 ‘과도한 억측’이라는 조 후보자의 주장에 국민들의 억장이 무너지고 있다. ‘내가 사람을 잘못 보았나’싶어 눈을 비비고 다시 보지만 결국은 ‘너도 똑 같구나’하는 절망이다.
 
그래서 국민들은 묻는다. “이게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특권과 반칙이 없고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람 사는 세상’인가”라고. 낙제생에게 격려차 장학금을 주는 것이 상식이라면 할 말은 없다. 아들아, 낙제하렴.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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