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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마음의 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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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마음의 양식
  • 최승필 지방부국장 화성·오산담당
  • 승인 2016.09.06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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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독서의 계절이 왔다. 그러나 요즘 날씨가 한 여름의 기온을 유지하며, ‘신선한 가을정취 속에 독서를 즐기고 싶다’는 작은 소망마저 웅크리게 한다.
그래도 9월은 내면의 아름다움을 가꿀 수 있는 독서의 계절이다. ‘독서의 달’은 1994년 제정된 도서관 및 독서진흥법 제48조 및 동법 시행령 제36조에 따라 만들어졌다.
하지만 독서의 달이 제정되기 전에도 매년 ‘독서주간’이 운영돼 왔다. 독서주간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것은 한국도서관협회가 발족한 1955년 이후부터로 알려져 있다. 매년 9월24일부터 30일까지 일주일간 진행돼 왔으며, 독서의 달로 확대, 시행되기 전인 1933년까지 이어져 왔다.
이후 제정된 도서관 및 독서진흥법은 도서관 설립과 독서진흥의 환경 조성에 필요한 사항을 위해 제정한 법률로, 도서관 미 문고의 설립·운영과 독서진흥을 위한 환경조성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했다.
이는 도서관 및 문고의 건전한 육성과 독서증진활동을 활성화함으로써 사회 각 분야에 대한 지식 및 정보의 제공과 유통의 효율화, 문화발전 및 평생교육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 같은 목적에 따라 만들어진 ‘9월은 독서의 달’에 대한 속설이 몇 가지 눈에 띈다. 우선, ‘상대적으로 도서판매량이 적은 가을에 독서분위기 형성을 위해서’라는 설과 ‘바깥 활동이 많고 독서시간이 줄어드는 시기에 독서를 유도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또 서늘한 가을밤은 등불을 가까이 해 글 읽기에 좋음을 이르는 ‘등화가친(燈火可親)’이라는 말처럼 먹을거리가 풍성하고, 날씨가 신선한 가을철에 백성들에게 책읽기를 권장했다는 설도 있다.
가을철에는 일조량이 줄어들면서 세로토닌(뇌의 시상하부 중추에 존재하는 신경전달물질로 기능하는 화학물질 중 하나)의 분비량이 늘어나 인간이 보다 사색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생리학적으로 가을이 독서하기 좋은 계절이라는 얘기도 있다. 속설에 불과하지만 각 설마다 나름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조선 중기의 유학자 서경덕(徐敬德)이 독서의 즐거움과 안빈낙도하는 삶을 노래한 칠언율시(七言律詩) ‘독서유감(讀書有感)’이 문득 떠오른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독서하던 그 때는 천하경륜에 뜻을 두었으나(讀書當日志經綸 독서당일지경륜), 세월 흐르니 오히려 안빈낙도가 달가워라(歲暮還甘顔氏貧 세모환감안씨빈).
부귀는 다툼이 있어 손대기 어렵지만(富貧有爭難下手 부빈유쟁난하수), 자연은 금하는 게 없으니 몸이 편안하여라(林泉無禁可安身 임천무금가안신).
산나물 캐고 물고기 잡으면 배 채우기 충분하고(採山釣水堪充腹 채산조수감충복), 달과 바람을 노래하니 마음이 족히 펼쳐지노라(詠月吟風足暢神 영월음풍족창신).
학문에 의혹이 없어 시원스레 트임을 아나니(學到不疑知快闊 학도불의지쾌활), 허망한 한 평생은 면하게 되었노라(免敎虛作百年人 면교허작백년인).
이 같은 내용은 서경덕이 젊은 시절에 세상을 경륜할 청운의 뜻을 품고 공부했으나, 세월이 흘러 명리와 부귀의 허망함을 깨닫고 독서와 함께 안빈낙도하는 삶의 즐거움을 노래한 것이다.
안씨빈(顔氏貧)은 공자의 수제자로서, 단사표음(簞食瓢飮)의 가난함 속에서도 학문을 즐기며, 청빈하게 생활한 안회(顔回)의 삶을 가리키고, 자신도 그와 같은 삶을 추구하고자 하는 바람을 드러낸 것이다.
또 정조 이산의 사상과 철학을 담은 어록인 ‘정조이산어록’에서 ‘독서는 체험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니, 참으로 정밀히 살피고 밝게 분변하여 심신으로 체득하지 않는다면 날마다 수레 다섯 대에 실은 분량의 책을 암송한다 한들 자신과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라고 강조했다. ‘독서는 머리로 이해하고 가슴으로 체득하는 일련의 행동’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정조는 수많은 분량의 책을 읽으면서 토론하며 깊이를 넓혀나갔다고 한다. 한두 가지 책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책을 섭렵했다. 무엇보다 얼마나 많은 책을 읽었느냐가 아니라 어떤 책을 읽느냐에 따라서 축적되는 지식의 깊이도 다르다는 것을 몸으로 실천했다.
정조는 특히, 계획을 세워놓고 독서를 했다고 한다. 매일 얼마씩이라도 책을 가까이 하려 했으며, 더운 여름날에 책을 읽음으로 시원함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동이 틀 무렵에 일어나 세수하고 의관을 정제하고 책상에 앉아서 책을 펼쳐 해야 할 것을 확인 후에 경외(京外)의 계독(啓牘, 서울 밖에서 올라온 상소문이나 기타 글이 담긴 궤)을 가져다가 처음부터 상세히 읽고 나서 ‘비답(批答, 임금이 상주문의 말미에 적은 가부의 대답)을 입으로 불러주거나 직접 쓰며, 또 틈틈이 활을 쏘아 덕(德)을 보고 책을 읽어 뜻에 맞도록 하니 한가한 시간에도 학문을 하는 것이고, 바쁜 시간에도 학문을 하는 것이다”라고 했다고 한다.
가을은 분명 즐거운 계절이다. 풍요의 계절이다. 독서하기 좋은 계절이다. 그러나 독서는 마음의 양식이다. 매일매일 독서를 해도 마음의 양식은 절대 과하게 넘치지 않는다.
그래서 앞으로 이런 후회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해본다. ‘사람이 일생에 있어 빈궁(貧窮)하게 되고 영달(榮達)하게 되는 것이 천명(天命)이 있음을 일찍이 깨달았던들 십 년 동안 독서를 부지런히 하였을 것을(早知窮達有命悔不十年讀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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