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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54] 박근혜의 구속은 사법정의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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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54] 박근혜의 구속은 사법정의의 출발점이다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17.03.29 14: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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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 大記者 세상읽기]

정의로운 사회라면 평등에서 더 나아가 그가 행사한 권력의 크기에 비례하여 더욱 엄중하게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사태’는 우리사회의 권위주의가 얼마나 깊게 자리하고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지난 27일 검찰이 박근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기 전에는 모든 관심이 ‘영장 청구 여부’에 집중되더니 영장이 청구되자 이번에는 박근혜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나올 것인가로 모아지고 있다.

그녀가 오늘 오전 피의자심문에 나오던, 나오지 않던 오늘부터는 법원의 구속여부로 또 한 차례 관심이 증폭될 것이다.

이런 관심은 그녀가 전직 대통령이기 때문이겠지만 정상적인 사고라면 오히려 당연한 처사로 받아 들여져야 한다. 오히려 전직 대통령이었기 때문에 더욱 엄격하게 법 적용이 이뤄지는 것이 정상이다.

검찰총장이 말했듯이 ‘법과 원칙’에 따른 사회는 지극히 단순하여 복잡할 수 없는 것이다. 법을 위반 했으면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처벌 받으면 되는 것이다. 민주주의 법은 그 대상이 대통령냐, 아니면 일선 동사무소의 말단 공무원이냐 하는 것을 따지지 않는다.

이러한 당연한 법 절차를 놓고 이견과 의견이 나오고 ‘과연’이라면서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그동안 법이 평등하게 집행되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일반국민들이 생각하는 법은 돈 많은 자에게는 관대하고 가난한 자에게는 엄한 ‘유전무죄, 무전유죄’였고, 권력이 있는 자에게는 비굴하고 권력이 없는 자에게는 호랑이 같은 ‘유권무죄, 무권유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동안 국회의 인사청문회에서 법이 얼마나 불평등하고 재물과 권력에 약한 것인가를 국민들은 여실히 지켜봤다. 부동산투기나 병역기피, 위장전입 등은 장관이 되기 위한 필수조건이라는 비아냥은 국민들이 느끼는 절망의 신음소리였다. 하긴 도덕적 가치인 논문표절은 아예 애교 코스였으니 더 무얼 말하겠는가. 대통령의 특사나 사면권은 힘없고 가난한 자에게보다는 부자와 권력자들의 편이었다. 

하지만 정의로운 사회라면 평등에서 더 나아가 그가 행사한 권력의 크기에 비례하여 더욱 엄중하게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개별적 절도범이나 폭행범이 우리사회에 끼치는 영향과 대통령이었던 박근혜가 법을 위반하여 국가에 끼치는 영향을 생각해보자. 박근혜가 끼친 국가적 위상추락을 돈으로 환산이나 할 수 있겠는가. 국민들의 정신적 피해는 또 어떻게 보상할 수 있겠는가.

‘전직 대통령이었으니까 예우해주어야 한다’는 일부의 연민은 ‘법은 불평등해야 한다’는 소리에 다름 아니다.

이번 박근혜 탄핵사태는 대한민국이 법치국가로 가느냐, 아니면 전근대적 봉건시대에 머무느냐 하는 기로이기도 하다.

박근혜 사태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 11조가 박제된 표어가 아닌 실제 삶에서 행해지는 사법정의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생때같은 목숨들이 수장됐던 진도 앞바다의 세월호가 1078일만에 인양돼 우리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수학여행 인솔자였던 강인규 교감은 구조된 지 이틀 후 ‘200여명의 생사를 알 수 없는데 혼자 살기에는 힘이 벅차다. 시신을 찾지 못한 녀석들과 함께 저승에서 선생을 하겠다’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사고당시 구명조끼를 제자에게 벗어주고 기우는 배 안으로 다시 들어가 제자들의 탈출을 돕던 양승진 교사는 아내에게 ‘미안하다’는 문자 메시지를 남긴 채 아직 세월호 참사 미수습자로 남아 있다.

국민들이 죽어가는 그 때, 박근혜는 출근도 하지 않고 림머리를 하고 있었다. 그녀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던 국가안보실장은 그녀를 찾아 헤매야 했다. 지금도 국민들은 그녀가 어디에서 무얼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대통령으로서 성실의 의무는 법적으로 판단하기 힘들다고 하니 그렇다고 치자.

박근혜는 최순실과 공모하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돕고 수 백억 원의 뇌물을 받았는가 하면 최씨의 딸 정유라를 돕지 않았다는 이유로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들의 사직을 강요하는 등 14가지의 범법 혐의를 받고 있다.

영장을 청구한 검찰도 ‘막강한 지위와 권한을 이용해 기업으로부터 금품을 수수케 하거나 기업 경영의 자유를 침해하는 등 권력남용적 행태를 보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녀는 모두 나라를 위해서 했다며 잘못을 시인하지 않고 있다. 죄를 짓고, 그 죄가 드러났음에도 부인하는 범법자에게 법은 그가 대통령이던 사기범이던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 이 땅의 진정한 법치가 그녀의 구속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할 이유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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