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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62] 정치보복인가, 미래로 가는 진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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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62] 정치보복인가, 미래로 가는 진통인가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17.08.02 1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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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 大記者 세상읽기]

-과거의 정부에서 저질러진 위법과 탈법, 또는 불법에 대해 단죄하는 것은 법의 정의뿐만 아니라 권력의 자기정화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몰락한 박근혜야 그렇다 치고 과거 이명박 정부의 관계자들도 요즘 심기가 편치 않다. 청와대가 과거 정권이 남긴 불법과 편법성 문서를 무더기로 발견한데 따른 당혹스러움이기도 하다.
 
지난달 말께 청와대 깊숙한 곳에서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된 문건뿐만 아니라 이명박 시절의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과 관련된 다수의 문건이 추가로 발견됐다.
 
이명박 시절의 문건은 제2롯데월드 인.허가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제2롯데월드는 이명박정부가 애초 불가 방침을 세웠으나 투자 활성화 명목으로 허가했다는 의혹이 일었던 사안이다.
 
나아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재판에서는 국정원의 ‘SNS 장악보고서’와 ‘녹취록’등 추가 증거가 공개되기도 했다. 과거 국정원이 검찰에 자료를 내면서 자신들의 구린내 나는 부분을 감추기 위해 삭제한 자료 중 상당 부분을 복구한 것들이다.
 
더불어 민주당은 국정원이 이명박 정부에서 댓글사건처럼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정치선전기관으로 전락, 헌법의 기본가치마저 훼손했음을 증명하는 핵심 증거라고 보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이명박 측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정치보복’을 하고 있다며 불편한 심사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집권당의 홍익표 정책위수석부의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원 전 원장 간 어떤 밀약과 지시, 방침이 있었는지, 이 전 대통령은 이것을 알았는지, 어떤 짓을 했는지 검찰이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 전 원장 차원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고 밝혀 이명박까지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물론 현 정부가 과거 정부와의 차별성 등 사법적 판단이 아닌 정치적 판단에 따라 이를 이용할 개연성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과거 정부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는 문건 발견과 현 정부의 정치적 이용 개연성은 별개의 문제이다. 현 정부가 이러한 문건들을 위조하거나 조작하지 않는 이상 과거 정부의 불법적 행위는 단죄돼야 한다.

그 대상이 박근혜이던 이명박이던 그건 중요하지 않다. 그들이 과거 공직자의 신분으로 있을 때 불법적인 행위를 했다면 당연히 법 테두리 내에서 처벌돼야 한다는, 법의 정의가 구현돼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이는 5년 뒤 새로운 정부에 의해 현 정부의 불법적이고 위법적인 행위가 드러났을 때도 마찬가지로 적용돼야 한다는 것은 새삼 말할 나위가 없다.

과거 정부의 불법을 단죄함은 현 정부의 교훈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며 현 정부의 감추어진 잘못도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 역시 국민들에게 밝혀지고 처벌돼야 한다는 것이다. 권력에 대한 이러한 순환의 과정, 다시 말해 과거 정권에 대해 사법적 책임을 묻는 것은 현 정부 역시 권력을 사유화 하거나 농단할 경우 단죄된다는 명제를 전제하고 있을 때 이는 교훈이 될 수 있다.
 
권력은 어떤 목표를 향해 가는 최고의 수단이자 힘일 뿐이지 결코 그 자체로서 선하거나 정의로운 것이 될 수 없다. 그 과정에서 오히려 비열할 수밖에 없고 칼날을 쥔 자의 오만함으로 불법의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또한 권력이기도 하다. 이는 권력의 속성일 뿐 보수나 진보 등 정권의 성향과 가치와는 별개의 문제다.
 
국민들은 그러한 권력의 속성을 과거의 정권에서 예외 없이 지켜봐 왔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박근혜에 대한 사법처리도 본인의 부도덕성과 무능도 있겠지만 권력의 속성이 낳은 결과가 빚은 불행이며 이는 현재의 살아있는 정권에게는 더없이 훌륭한 반면교사가 되고 있다.

때문에 새로운 정부가 과거의 정부에서 저질러진 위법과 탈법, 또는 불법에 대해 단죄하는 것은 법의 정의뿐만 아니라 권력의 자기정화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처벌되지 않는 잘못은 잘못의 되풀이를 당연시하게 되는 결과를 낳아 결국은 국가의 미래를 무너뜨리는 근간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근혜도, 이명박도 ‘정치보복이다’며 너무 불쾌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한 때는 이 나라의 최고 권력자를 지낸 사람으로서 조국의 정치발전을 위한 또 하나의 진통이라고 여기면 된다.
 
정치보복이던, 정의 실현이던 잘 못이 있으면 그 대상이 누구이건 간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민주주의의 법 질서이자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첩경이기 때문이다. 미래로 가는 길은 과거를 덮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파헤쳐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는데 있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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