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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은 미래를 향한 또 다른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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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은 미래를 향한 또 다른 시작
  • 최승필 지방부국장
  • 승인 2018.01.14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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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 지방부국장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 아름 선물합니다. 물려받은 책으로 공부 잘하며 우리는 언니 뒤를 따르렵니다~(1절). 잘 있거라 아우들아 정든 교실아 선생님 저희들은 물러갑니다. 부지런히 더 배우고 얼른 자라서 새 나라의 새 일꾼이 되겠습니다~(2절).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며 우리나라 짊어지고 나갈 우리들 냇물이 바다에서 서로 만나듯 우리들도 이다음에 다시 만나세~(3절)’
 
1절은 후배들이 불러주고, 2절은 졸업을 하는 본인들이 부르고, 3절은 후배와 졸업생들이 함께 불렀던 졸업식(卒業式) 노래다. 수년간 선·후배와 친구, 그리고 선생님과 학교생활 중에 나눴던 따뜻한 정과 헤어짐의 아쉬움이 느껴진다.

본격적인 졸업시즌을 맞아 전국 초·중·고교와 대학교에서 선·후배 학생들과 학부모 및 선생님, 각 지역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졸업식이 열리고 있다.
 
졸업식은 매년 1~2월 사이에 각종 학교에서 그 동안 배움을 정리하고, 오랫동안 정들었던 교정을 떠나 새로운 상급학교로, 또는 사회로 인재를 배출해내는 마무리 의식이다.
 
이처럼 ‘졸업’은 학생이 규정에 따라 소정의 교과 과정을 마치는 것이지만 미래를 향한 또 다른 배움의 시작, 더 큰 세상을 향한 새로운 출발이기도 하다.
 
중국 전국시대의 사상가로서 성악설(性惡說)을 창시한 순자(荀子)의 사상을 집록한 ‘순자’의 ‘권학편(勸學篇)’에 ‘청출어람 청어람(靑出於藍 靑於藍)’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 내용은 ‘학문은 그쳐서는 안 된다(學不可以已). 푸른색은 쪽에서 취했지만 쪽빛보다 더 푸르고(靑取之於藍而靑於藍) 얼음은 물이 이루었지만 물보다도 더 차다(氷水爲之而寒於水)’라고 했다.

푸른색이 쪽빛보다 푸르듯이, 얼음이 물보다 차듯이 학문에 힘써 공무를 계속하면 스승을 능가하는 학문의 깊이를 가진 제자도 나타날 수 있다는 말로, 학문이란 끊임없이 계속되는 것이기 때문에 중도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또, 북조(北朝) 북위(北魏)의 이밀(李謐)은 어려서 공번(孔)을 스승으로 삼아 열심히 학문에 임했다. 그는 학문의 발전 속도가 매우 빨라 열심히 노력한 결과 몇 년이 지나자 스승의 학문을 능가하게 됐다.
 
공번은 이제 그에게 더 이상 가르칠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도리어 그를 스승으로 삼기를 청하자 친구들은 그의 용기를 높이 사고 또 훌륭한 제자를 두었다는 뜻에서 ‘청출어람’이라고 칭찬했다고 한다.
 
마루에 올라 방으로 들어간다는 뜻으로, 모든 일은 순서를 제대로 밟아야 한다는 의미의 ‘승당입실(升堂入室)’라는 말도 있다.
 
공자의 제자 중 한 사람인 자로(子路)는 좀 특이한 인물이었다. 성격이 쾌활하고 무예를 좋아하는 품성이 한마디로 말해 호걸풍이었으며, 음악에도 조예가 상당히 깊었다고 한다.
 
어느 날 자로는 혼자 흥에 겨워 거문고(瑟)를 연주하고 있었는데, 가야금 줄에서 울려 나오는 소리는 그의 성격 그대로 웅장하고 호탕해 듣는 이의 마음을 숙연하게 하는 힘이 있었다.

그러나 그 음악을 들은 공자는 낯살을 찌푸리며 자로에게 “음률을 어디 그따위로 내느냐. 그러고도 네가 내 제자라고 할 수 있느냐?”며 나무랐다.
 
뜻밖의 꾸중을 들은 자로는 어리둥절해 하며 공자에게 “선생님, 제 음악이 어떻다는 말씀입니까? 저는 우둔해서 알아듣기 어렵습니다”라고 묻자 공자는 “내가 항상 너희들에게 가르치는 것이 무엇이더냐. 인(仁)과 예(禮)와 중용(中庸)이 아니더냐? 그런데 방금 네가 연주한 음악은 그것을 몽땅 거스르고 있다”며 호되게 꾸짖었다.
 
또, 적극적이고 쾌활한 성격에다 지도력까지 갖춘 자로가 스승 공자에게 호된 꾸지람을 듣는 광경을 본 다른 제자들은 ‘자로도 별거 아니었구나!’라며 은근슬쩍 따돌리기 시작했다.
 
나중에서야 그런 분위기를 눈치 챈 공자는 자로를 따돌리는 제자들을 한 자리에 불러 모은 뒤 이들을 나무라기 시작했다.
 
“너희들은 내가 자로를 꾸짖은 이유의 본질을 모르고 있구나. 그의 재주는 이미 절정의 경지에 거의 다다라 있느니라. 겸손을 보이느라 아직 ‘마루에 올라서 방에 들어오지 않고’ 있을 뿐이다. 너희들은 그를 오해해서는 안 된다”
 
이 같은 공자의 이야기를 들은 제자들은 그제야 자기들이 경솔했음을 깨닫고, 자로를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고 한다.
 
이는 논어(論語)의 선진편(先進篇)에 자로의 학문의 경지에 대해 평가한 내용으로, 순서를 차례로 밟아 학문을 익히고 닦으면 결국에는 심오한 경지에 이르게 된다는 의미다.
 
학문(學問)은 그 자체로 완벽한 것은 없고, 항상 일정한 한계(울타리)를 지니고 있는 만큼 그 한계를 알아야 더 나은 단계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한다.
 
졸업은 학생이 학교에 입학한 뒤 여러 가지 학습활동에 참가하고, 학습능력이 신장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의 상징이다. 그리고 다음 단계의 상급학교 진학이나 본격적인 사회진출 및 취직 등에 필요한 수단이다.

한편으로는 졸업과 함께 사회에 진출할 경우 취직과 명성, 사회적 위신이 따르는 등 특권이 주어지기도 한다. 따라서 졸업은 인생의 계획과 깊이 관련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학문의 기초를 다진다는 것은 뜻을 세우는 것이다. 밑그림과 그에 하나의 선을 더해주는 것은 차이가 있다. 학문이란 폭넓게 알고 깊게 파악하는 것이다. 뜻을 세워라’. 정조이산어록(正祖李語錄)에 기록된 말이다.
 
졸업생들에게 전하고 싶다. 밝은 미래를 위한 또 다른 시작을 축하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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