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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전이하(瓜田李下)의 오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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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전이하(瓜田李下)의 오해일까?
  • 최승필 지방부국장
  • 승인 2018.04.22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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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 지방부국장

‘오이 밭에서 신을 고쳐 신지 말고, 자두나무 밑에서는 갓을 고쳐 쓰지 말라’는 뜻의 ‘과전이하(瓜田李下)’라는 말이 있다. 불필요하거나 의심받기 쉬운 행동을 함으로서 다른 사람에게 오해를 받지 말라는 말이다.

중국 양나라의 소명태자 소통(蕭統)이 엮은 시문집 ‘문선(文選)’의 고악부편 ‘군자행(君子行)’에 다음과 같은 시구가 나온다.
 
‘군자방미연(君子防未然 군자는 미연에 방지하고), 불처혐의간(不處嫌疑間 의심받을 곳에 있지 말고), 과전불납리(瓜田不納履 오이 밭에서는 신발을 고쳐 신지 않고), 이하부정관(李下不正冠) 자두나무 밑에서는 갓을 고쳐매지 않는다)’
 
또, 이와 관련 중국 전한(前漢)시대의 학자 유향(劉向)이 편찬한 열려전(烈女傳) ‘절의편(節義扁)에 이 같은 이야기가 실려 있다.
 
기원전 4세기경 제(齊)나라 위왕 때 간신 주파호(周破胡)가 국정의 실권을 거머쥐고 있었다. 그는 국정을 마음대로 휘둘렀기 때문에 정치가 제대로 되지 않았으며, 사복(私腹)을 채우기 위해 성실하고 청백한 신하를 모조리 추방했다.
 
이를 보다 못해 위왕이 총애하는 후궁 우희(虞姬)가 위왕에게 주파호는 흑심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 그의 관직을 박탈하고, 북곽(北郭) 선생과 같이 어진 선비를 등용할 것을 고했다.
 
그러나 우회가 자신을 내쫓으려고 했다는 말을 들은 주파호는 오히려 우희와 북곽 선생은 서로 좋아하는 사이라며 모함했다.

이 말을 들은 위왕은 그 즉시 우희를 감옥에 가두고, 관원에게 그 사실 여부를 조사하도록 했으며, 관원들도 주파호에게 매수돼 있어 우희의 죄를 억지로 꾸미려고 했다. 위왕은 관원들의 보고를 듣고 이상한 점이 있어 직접 우희를 심문했다.

이에 우희는 “신첩은 10년 동안 전하를 한 마음으로 모셔왔습니다. 그런데 불행히도 간신들의 모함을 받게 됐습니다. 신첩의 결백함은 푸른 하늘과 흰 해와 같습니다. 갈고 닦으면 옥이 되는 좋은 돌이 흙탕에 묻혀 있어도 천대받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신첩에게 죄가 있다면 오이 밭에서 신을 고쳐 신지 말고, 자두나무 나래에서 갓을 고쳐 쓰지 말라고 한 것처럼, 남에게 의심받을 짓을 했다는 것과 감옥에 갇혀 있는 동안 단 한사람도 나의 진실에 귀를 기울이려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아 신첩의 부덕함 입니다”라고 고했다.
 
이 말에 위왕은 우희를 오해했음을 깨닫고 그녀를 감옥에서 풀어주었으며, 주파호를 사형에 처했다. 위왕은 이를 통해 나라를 바로잡게 됐다고 한다.

요즘, ‘드루킹’ 김모(48)씨 일당의 ‘댓글조작 사건’으로, 온 사회가 떠들썩하다. 여당의 핵심인 김경수 의원의 연루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김 의원은 인터넷 포털 댓글조작 의혹이 발생한 직후 “인터넷 필명을 ‘드루킹’으로 쓰는 진보 논객이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이라며 자신의 연루 의혹을 일축했다.

그는 지난 14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와 관련해 전혀 사실이 아닌 내용이 무책임하게 보도된 데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특히 수백 건의 문자를 주고받았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른 악의적 보도이므로 강력하게 법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문제가 된 사건의 본질은 대선 때 자발적으로 돕겠다고 해놓고 뒤늦게 무리한 대가를 요구하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에 반감을 품고 불법적으로 매크로를 사용해 악의적으로 정부를 비난한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이 인터넷포털에서 문재인 정부를 비방하는 댓글을 올리고, 추천 수까지 조작한 혐의로 지난달 25일 김씨 등 3명을 구속해 수사를 진행한 결과 이들은 지난 2016년부터 매달 1000원 씩 당비를 내온 민주당 권리당원인 것으로 파악했고, 이후 사건의 배후에 김 의원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수사 초기 당시 김 의원은 “‘드루킹’은 지난해 장미대선 민주당 경선 전에 당시 문재인 후보를 지원하겠다고 스스로 연락하고 찾아온 뒤 텔레그램 문자메시지로 많은 연락을 보내왔으나 통상적인 일”이라며 “당시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비슷한 메시지를 받은 저로서는 일일이 확인할 수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당초 주장과는 달리 경찰조사가 계속되면서 김 의원이 텔레그램을 통해 10건의 주요 기사 주소(URL)를 ‘드루킹’ 김씨에게 전했고, 이에 대해 김씨가 “처리하겠다”며 이들 기사의 댓글에 ‘작업’을 한 흔적이 드러났다.
 
특히, 드루킹 측과 김 의원 보좌관 사이에 500만원의 돈 거래가 있었던 사실이 최근 추가로 밝혀졌고, 보좌관이 그 돈을 드루킹에게 돌려줬지만 그 시점도 드루킹이 구속된 이후인 것으로 새롭게 밝혀지면서 ‘드루킹 댓글조작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 촉구가 정치권으로 더욱 확대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17일부터 국회 본청 앞에서 특검을 촉구하는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22일에도 장외투쟁을 통해 이번 의혹을 ‘정권 차원의 공작’이라고 주장하며 문재인 대통령을 정조준하며 전선을 청와대로 확대하고 있다.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김경수 의원은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과 선거 관련 정보 일체를 보고하고 지시받는 핵심 중의 핵심이었다”며 김 의원을 사건의 총책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바른미래당도 “양심을 저버린 거짓과 꼬리 자르기로 특검을 피하려 한다면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그 몸통이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고, 민주평화당도 “특검밖에 해법이 없다”며 “당장 특검을 수용해야한다”고 촉구했다.
 
김경수 의원은 분명 ‘과전이하’의 교훈을 실천하지 못한 과오(過午)를 저질렀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과전이하’로 불거진 오해인지, 실제로 ‘드루킹’과 연루된 사건인지는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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