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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人事)가 만사(萬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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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人事)가 만사(萬事)
  • 최승필 지방부국장
  • 승인 2018.11.11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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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 지방부국장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일 ‘경제 투톱’인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을 동시에 전격 경질했다.
 
이로써 현 정부 초대 경제 사령탑 역할을 했던 김 부총리와 장 실장은 18개월여 만에 퇴진하게 됐다.
 
김 부총리와 장 실장은 그 동안 최저임금, 소득주도성장 등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근간을 두고 번번이 엇박자를 이어가면서 ‘김&장’이라는 네이밍으로 묶여 ‘경제 투톱’ 갈등설에 휘말리는 등 경제 투톱의 단점이 여실히 드러나면서 문책성 인사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김 부총리와 장 실장이 한꺼번에 교체된 것은 가시적인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경제 현실을 고려한 쇄신의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청와대가 경제부총리와 청와대 정책실장 ‘투톱’ 체계로 이뤄졌던 경제정책을 부총리 책임하에 두는 ‘원톱’ 체제로 간다는 점을 명확히 했기 때문이다. 이는 앞으로 경제정책에 관한한 경제부총리에게 자율성과 함께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기조를 유지하되 계속되는 경제지표 악화로 인한 분위기를 쇄신하려는 의도가 엿보이고 있다.
 
김 부총리와 장 실장 후임으로는 각각 홍남기 국무조정실장(58)과 김수현 사회수석(56)이 내정 및 임명됐다.

이와 관련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인사발표 직후 브리핑을 통해 그 동안 ‘투톱 갈등설’을 의식한 듯 ‘원팀(One-Team)’을 강조했다.
 
윤 수석은 “김수현 신임 실장은 우리 사회가 지향하고,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포용국가의 설계자다. 경제는 지금 어쨌든 야전사령탑으로써 홍남기 신임 부총리 내정자께서 총괄하시기 때문에 김수현 신임 실장께서는 포용국가의 큰 그림을 그려나가실 것이고 이 실행을 위해 경제부총리와 긴밀하게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수석은 홍남기 내정자에 대해 “혁신적이고 과감한 정책 추진으로, 경제 전반에 속도감 있게 활력을 불어넣어야 하는 현 상황에서 정부 경제 사령탑을 맡을 최고의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이어 김수현 신임 실장에 대해서는 “부처 장관들과 정책소통, 협력을 강화해 함께 잘사는 포용국가라는 정부의 시대적 소명을 성공적으로 수행해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경제 투톱의 동시 교체에 대해 여당인 민주당은 환영 입장을 밝힌 반면, 한국당은 ‘회전문 코드 인사, 돌려막기 인사’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고, 바른미래당도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계속 강행한다면 경제 위기를 타개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국회가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제 투톱이 교체된 시기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예산안 심사 중 교체는 상당히 이례적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교체설이 꾸준히 돌긴 했어도 470조5000억 원 규모의 ‘2019년도 예산안’이 국회에서 심사 중인 가운데 국가계산 편성과 운용을 책임지는 정부 경제 수장이 실제로 예산심사 도중에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정치권의 불만에 대해 청와대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감안해 인사를 발표한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윤 국민소통수석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내정자가 청문회를 거치는 데 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다”면서 “김동연 부총리가 청문회 끝날 때까지 국회에서 예산안 처리를 위해 전력을 다해주실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총리도 교체 발표 하루 전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예산안에 대해 최선을 다해 마무리할 것”이라면서 “국회에서 또 뵐 것이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청와대의 이 같은 인사 전략이 집권여당인 민주당으로선 ‘떠넘기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볼멘소리가 당 내에서부터 새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청와대는 원 팀 외에도 ‘홍남기·김수현’ 콤비의 발탁 배경에 대해 ‘포용국가’, ‘실행력’, ‘정책조율 능력’ 등을 이번 인사의 키워드로 꼽았다.
 
논어(論語) 자로편(子路篇)에 ‘거이소지 이소부지 인기사저(擧爾所知 爾所不知 人其舍諸)’라는 구절이 있다. 공자(孔子)가 중궁(仲弓)의 질문을 받고 인재를 등용하는 방법에 관해 대답한 말이라고 한다.
 
공자의 제자 가운데 중궁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노(魯)나라의 실권자(實權者) 계씨(季氏)의 총리(總理)가 되자 공자에게 찾아와 정치하는 도리를 물었다.
 
중궁은 공자가 일찍이 그를 평해 임금이 될 자격이 있는 훌륭한 제자 가운데 한 사람이라고 여기고 그에게 “유사를 먼저 하고(先有司), 작은 허물을 용서하고(解小過), 어진 인재를 찾아내라(擧賢才)”고 말했다고 한다.
 
유사를 먼저 하라는 말은 혼자 모든 일을 직접 통솔(統率)하고, 지휘(指揮)하는 번거로운 방법을 쓰지 말고, 각각 맡은 바가 있는 그 사람으로 하여금 소임(所任)을 충실하게 이행(履行)할 수 있도록 만들라는 뜻이다. 즉, 직책을 수행할 만한 인재를 구해 책임과 권한을 완전히 내 맡기라는 말이다.
 
중궁이 다시 공자에게 물었다. “누가 과연 인재인지 어떻게 알아볼 수 있습니까”. 이에 공자가 답했다. “너의 아는 바를 들면, 네가 알지 못하는 바를 사람이 버리겠느냐(擧爾所知 爾所不知 人其舍諸)”.
 
인재를 쓸 때 한꺼번에 모든 인재를 찾을 수 없지만 먼저 아는 인재부터 등용하면 모르고 있던 인재들도 다른 사람들이 추천하기도 하고, 자기가 찾아내 쓰기도 한다는 의미다.
 
청와대는 “지금은 경제정책과 포용국가 정책에 협심해서 목표를 달성할 호흡이 필하다”며 경제투톱의 ‘원팀’을 강조했다.

국민들은 정책기조에 전환이 없는 ‘경제 투톱 동반 교체’에 대해 어떤 의미를 부여할지 의문이다. 이번 인사가 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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