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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산업 구조변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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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산업 구조변화 필요
  • 최승필 지방부국장
  • 승인 2019.03.24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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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 지방부국장

가구(家具)는 풍토와 민족, 지역, 문화 등의 여러 조건에 영향을 받으면서 오랜 세월 동안 독특한 양식을 이루며 오늘에 이른다.

현재 있는 역사적인 유품의 대부분은 주로 권력층이 사용한 가구이며, 일반 서민이 일상생활에서 널리 가구를 쓰게 된 것은 유럽에서도 18세기 이후의 일이라고 한다.

19세기 후반은 세계적으로 보아 가구 디자인의 혼란기였다고 한다. 디자이너들은 과거의 양식을 모방, 복고적인 것을 만들고 있었으나 이 같은 상황에서도 공예가인 W.모리스는 많은 사람에게 삶의 기쁨을 줄 수 있는 성실한 가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것이 영국의 ‘미술공예운동’의 추진력이 되어 수공업에 의한 실용적인 가구가 만들어지게 됐으며, 벨기에와 프랑스에서도 ‘아르누보’라고 하는 새로운 모양의 가구가 유행했다고 한다.

20세기 들어와 생산의 기계화와 건축에 미친 생활공간 합리화의 영향을 받아 가구 디자인도 구조의 단순화와 규격화와 생활에 적합한 기능화를 추구하게 됐다.

1919년 바이마르에 설립된 혁신적인 공예학교 바우하우스는 이 같은 디자인 사상을 계승, 스틸가구·성형합판가구·조립가구 등의 새로운 형식과 대량생산을 위한 가구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에서 기능주의에 의거한 대량 생산 가구가 발전했고, C.임스와 사리넨 등의 디자이너가 나왔으며, 북유럽 여러 나라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전통적인 기술과 목재의 아름다움을 조화시켜 개성적인 가구 양식을 발전시켰다.

한국의 가구는 주택양식이 비교적 좁고 낮은 온돌방과 여기에 딸린 대청·주방 등 제한된 환경의 평좌(平坐) 속에서 조형돼오면서 의자생활을 하는 유럽이나 중국의 가구와는 처음부터 규격·양식면 등에서 유형을 달리했다고 한다.

조형면에서는 꾸밈과 잔재주가 적은 반면, 은은한 정감이 스며 있고, 소박하고 성실·간소한 기능미를 으뜸으로 하며, 조선시대 목공가구 중에서 문방가구의 공간구성과 면분할(面分割)의 조형양식은 미의 질서라고 평가하고 있다.

또, 4계절에 따라 자라는 나무는 각기 재질이 다르고, 수많은 자연적인 목리(木理)가 이뤄져 정교한 조각이나 화려한 칠의 대신으로 의장(意匠)에 응용했으며, 재료도 가구의 기능과 특색에 따라 달리 사용했다고 한다.

고종의 집정기(1864∼1906)에 조선 말기로서 새로운 개혁의 막을 올린 시기로, 오랜 세월 독점적인 이익을 누렸던 지배층의 사회가 무너지고, 새로운 민중 중심의 동학사상이 전개됐고, 밖으로는 서구 제국주의 열강과 일본의 문화침탈이 밀려왔다.

흥선대원군의 쇄국정책에도 불구, 임오군란과 갑신정변을 거쳐 1910년 경술국치를 맞으면서 시대적 변화에 휩쓸려 가구양식도 점차로 서구화됐다고 한다.

당시 처음으로 서구문물의 혜택을 입은 곳은 바로 왕실로, 궁궐건축으로부터 실내장식·가구·공예품까지 서구화한 입식 형태로 변함에 따라 국내에서도 입식 가구가 제작됐으며, 서구식 가구와 전통가구가 공용됐다. 이어 광복과 함께 가구양식은 전통양식에서 절충식 양식으로 변해갔다.

이후 우리나라 가구산업은 새로운 절충 양식으로 자리잡아가며 발전을 거듭했다. 경기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기준 우리나라 가구산업의 내수 규모는 약 7조8000억원으로, 최근 5년간 연평균 6.7%씩 성장했고, 생산액 규모는 6조5000억원 수준으로 최근 5년간 연평균 5.2%의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가구산업은 반도체산업이나 자동차산업에 비해 부가가치생산성은 낮지만 고용친화적인 특징이 있다. 자동화 및 기계화 등에 의한 대량생산이 어려워 수요증가에 따라 고용창출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제조업의 침체에도 불구, 가구산업은 최근 5년간 1만1000여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2012~2016년 가구제조업의 연평균 고용증가율은 4.5%로, 제조업 평균의 2배 이상 수준이었다.

특히, 국내 가구산업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경기도의 가구시장 규모는 지난 2016년 4조9000억원에 달하며, 경기도는 전국 가구산업 고용의 59.2%, 전국 가구제조 사업체의 46.2%를 보유하고 있다.

또, 2016년 가구제조업 전체 근로자의 48.5%가 10인 미만 사업체에 종사하는 등 가구산업의 영세화가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중소중견업체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2012~2016년간 출하액 규모 10억 원 미만의 영세 사업체수는 줄어든 반면, 50~300억 원 규모의 사업체수는 121개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문미성 경기연구원 연구기획본부장은 “최근 가구산업의 성장으로 영세성을 탈피한 역량 있는 중소기업이 증가하고 있다”며 “영세중소기업의 매출 증대가 아니라 가구산업의 혁신과 고부가가치화를 정책의 목표로 재설정할 시점이다”라고 주장했다.

경기도가 가구산업을 특화산업으로 지정하고 지원사업을 추진 중인 가운데, 경기도 가구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가구산업을 생활디자인산업으로 확대하고, 디자인 및 혁신역량을 갖춘 산업혁신생태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경기도 가구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방향으로는 디자인개발 및 인력양성 등 산업고도화를 위한 혁신생태계 구축, 가구산업 특화지원에서 생활디자인산업으로 정책영역을 확대, 대-중소, 중소-중소기업간 협력 생태계 구축, 중장기 전략으로 가구산업 글로벌화 지원 등을 제안했다.

최근 시장트렌드를 보면 가구산업이 홈퍼니싱, 인테리어, 생활디자인제품 등과 융합하며, 가구는 내구재가 아닌 유행에 따라 변화하는 생활소비재로 변화하고 있어 가구산업을 디인집약형, 숙련집약형 업종으로 고도화할 경우 높은 고용창출과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가구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조 및 여건 변화가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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