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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16] 서길원 칼럼 신인류, 스핑크스가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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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16] 서길원 칼럼 신인류, 스핑크스가 되는가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15.07.15 03: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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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 大記者 세상읽기]

“머리 이식수술이 성공한 다면 머지않아 지구상에는 호모사피엔스라는 현인류가 사라진 대신 신인류가 등장할 것이다.

사람의 머리에 사자의 몸통을 가진 그리스의 신화 속 괴물 스핑크스를 만날 날도 멀지 않았다.” ‘나는 묘지와 도살장에서 뼈와 살을 긁어 모았다.

빗줄기가 창문을 때리는 11월 어느 날 밤, 드디어 그 것에 생명의 불꽃을 불어 넣었다. 희미한 촛불 아래에서 그것이 눈을 번쩍 떴다. 아아, 그렇게 끔찍한 피의 악몽이 시작됐다.’고전적 공포소설 ‘프랑켄슈타인’에 나오는 이야기의 한 토막이다.

시체 조각들을 모아 인조인간을 만들고 생명력을 불어 넣었다가 결국 자신이 만든 피조물에 의해 목숨을 잃은다는 내용의 ‘프랑켄슈타인’은 메리 셸리라는 영국 여성 작가가 1818년 출간한 소설의 제목이자 인조인간을 창조해낸 소설 속 주인공의 이름이다.‘프랑겐슈타인’이 소설이나 영화 속의 이야기에 그친 것이 아니라 점차 현실화 되어가고 있다.

중동호흡기증후군으로 불리는 메리스가 대한민국을 휩쓸고 있던 지난달 초, 중국의 샤오핑 렌이라는 외과의사가 무려 1,000마리의 쥐를 대상으로 머리를 통째로 바꾸는 소위 머리 이식 수술을 시행,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이 외과의사는 2013년에도 10시간의 수술을 통해 쥐의 머리 이식을 성공시킨 경험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머리가 바뀐 쥐가 숨을 쉰 시간은 하루 정도였다. 쥐보다 앞서 머리 이식 수술의 대상이 된 것은 원숭이다. 지난 1970년 미국의 뇌 이식 전문가 로버트 화이트 박사가 처음 시도했다.

당시 다른 원숭이의 머리를 통째로 이식받은 원숭이는 수술 후 깨어나 눈을 뜨고 맛을 보는 등 일부 성과를 냈으나 8일 후 죽었다. 비록 생존기간이 8일에 지나지 않았으나 사람의 머리 이식 수술도 가능할 수 있다는 근거가 됐다.

최근 이탈리아 신경외과 전문의 세르지오 카나베로 박사가 2년 내에 사람의 머리를 분리한 뒤 통째로 이식 수술하는 계획을 밝혀 ‘프랑켄슈타인 의사’라 불리며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카나베로 박사는 이 수술의 이름을 ‘헤븐(HEAVEN)’이라고 이름 지었다.

‘머리를 이어붙이는 모험(head anastomosis venture)’의 머릿글자를 따서 붙인 명칭이라고 한다. 하지만 왠지 하늘(Heaven)과 같은 철자를 조합한 것이 신의 영역에 함께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36시간의 수술 비용은 약 750만파운드(128억원)정도 될 것이라고 한다. 분리된 머리를 이어붙일 새로운 몸통은 뇌사 상태이지만 몸은 건강한 기증자(교통사고자, 사형수 등)로부터 받을 계획이다.

이같은 소식에 태어나면서부터 전신 근육이 점점 마비, 축소되는 ‘베르드니히 호프만’이라는 병을 앓고 있는 러시아 컴퓨터 과학자인 발레리 스피리도노프(30)씨가 첫 머리 이식 수술을 받겠다고 나섰다.

비판가들은 카나베로 박사가 척수를 다시 붙이는데 발생할 여러 어려움들을 너무 단순화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카나베로 박사는 수술이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그러나 ‘헤븐(HEAVEN)’의 가장 큰 난관은 사실 의학적 문제보다도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윤리적 문제가 아닐까 싶다.

예를 들어 누가 그 신체의 주인인지 여부와 기증자(뇌사자 등)로 부터 몸을 이식받은 (머리만 가진)사람이 자식을 낳는 경우 그 아이는 누구의 자식이 되느냐는 것 등 다양하다.이와 반대로 전세계 수많은 사지마비 환자들은 다른 신체를 빌어 우뚝 일어설 수 있기 때문에 머리 이식 수술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머리 이식수술이 성공한 다면 머지않아 지구상에는 호모사피엔스라는 현인류가 사라진 대신 신인류가 등장할 것이다. 사람의 머리에 사자의 몸통을 가진 그리스의 신화 속 괴물 스핑크스를 만날 날도 멀지 않았다. 빨리 달리고 싶은 사람은 말의 몸통에 자신의 머리를 얹으면 될 테고, 하늘 높이 날고 싶은 인간은 독수리 몸통에 자신의 머리를 달면 될 일이다. 독수리 몸통에 머리를 달고 하늘을 날다 하늘을 나는 일이 실증이 나면 땅으로 내려와 몸통만 호랑이로 바꾸면 되니 따분한 일도 없을 것이다.

돌고래나 거북이 몸통을 잠깐 빌리면 수중세계를 맘껏 구경할 수 있을 테니 신인류가 틀림없다.어디 그 뿐이겠는가. 나이든 노인은 젊은이의 몸을 빌려 새로 태어나고 남성이 심심하면 젊은 여성이 될 수도 있을 것이고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한 세상이 될 것이다. 젊은 아가씨가 되면 다시 결혼도 하게 될테고. 아무튼 머리만 온전하면 몸통은 수시로 리모델링할 수 있는 시대도 멀지 않은 듯하다. 그러다 죽지 않는 인간이 나오게 된다면 그야 말로 세상은 천지창조에 버금가는 개벽을 맞게 될 것이다. 그 개벽이 재앙이 될 것인가, 축복이 될 것인가는 모르겠지만. 다만, 프랑켄슈타인은 분명히 재앙이었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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