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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17] 서길원칼럼 대학을 '빠징코'로 생각했던 어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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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17] 서길원칼럼 대학을 '빠징코'로 생각했던 어느 총장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15.07.29 0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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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 大記者 세상읽기]

“총장은 자신의 비리혐의를 자신이 갖고 있는 갑질의 힘으로 덮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잘 못 꿰인 경찰 수사의 첫 단추는 그의 잘못된 믿음이 되었고 한 사립 명문대학을 망가뜨리는 지렛대로 작용했다.”순천 청암대 강명운 총장이 지난 9일 불구속 기소됐다.

특정경제가중처벌등에 관한법률위반(배임)과 강제추행, 무고, 명예훼손, 업무상배임 등 6가지 혐의다. 검찰은 강총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검찰에서 혐의사실에 대한 광범위한 수사를 통해 이미 증거자료가 대부분 확보돼 있어 증거인멸, 도주우려가 없다'는 등 이유로 불구속 법정에 세우게 했다.

전국매일신문이 지난해 6월 23일자를 통해 전국 최초로 단독 보도한 이래 1년여만의 일이다.청암대 일부 교수들과 학생, 시민단체에게 지난 1년은 고난의 세월이었다. 시민단체와 여성단체, 교수, 학생들의 시위가 끊이지 않았고 최근에는 총장 사퇴를 촉구하는 10만 시민서명운동이 펼쳐지기도 했다. 그 때마다 강 총장은 해임이나 파면, 명예훼손이나 무고로 맞고소하며 자리를 지켰다. 이들에게 청암대 강 총장은 아무리 소리쳐도 꿈쩍도 않는 거대한 바위와도 같았다. 본보는 지난해 전국 최초로 청암대 비리에 대한 기사를 단독 보도했다.

기사를 작성하면서 필자는 순천의 명문 사학이 어쩌다 이렇게까지 망가질 수 있는가하는 안타까움에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혹시 오보로 인하여 한 명문사학의 명예에 누가 되지 않을까하는 염려가 앞섰다. 지역민의 한 사람이자 설립자(강 총장의 부친)의 건학이념과 철학을 잘 알고 있는 필자로서는 의혹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랐다. 그러나 취재를 할수록 의혹은 실체를 드러냈고 확인된 사실은 설립자의 건학이념이나 철학에 대한 개인적 안타까움을 넘어섰다.

피해 학생과 교수, 그리고 지역사회의 안타까움으로 이어지면서 결국 본보에 기사화 됐다.1년 전 전국매일신문 기사를 잠시 살펴보자. “ ‘순천 청암대학교 강명운 총장이 이 대학 이사장 재임시 교비 14억여만원을 빼돌린 정황을 밝혀냈다’며 일부 교직원들이 경찰에 재수사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 파문이 일고 있다”라고 시작 된 기사는 일부 여교수들에 대한 성추행과 일본으로 교비 13억470여만원을 빼돌린 혐의 등을 자세히 보도했다.

 기사는 이어 ‘이들 교직원들은 지난 2012년 청와대와 교육부에 이 사실을 진정, 전남지방경찰청 수사과에서 이에 대한 수사에 나섰으나 경찰의 봐주기 식 수사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경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그러나 강 총장은 “경찰과 교육부에서 이에 대한 조사를 마쳐 끝난 일이다”라거나 “여 교수들에 대한 성 추행은 터무니없이 꾸며낸 일이다”며 완강히 부인했다. 그는 3-4개월마다 보직교수들을 갈아치우는 갑질의 횡포를 일삼았고 자신을 고발한 교수를 명예훼손혐의로 고소하는 등 수십여차례에 걸쳐 감정적인 고소.고발을 남발했다.

특히 강 총장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교수들을 재임용 탈락, 직위해제시켰으나 법원에서 직위해제 취소 결정이 내려지자 다시금 파면조치를 취하는 등 대학을 개인적 사감으로 운영하며 사법권을 농락했다.그러나 교육부 소청심사위원회는 이들 교수들에 대한 파면이 부당한 징계라며 파면 취소결정을 내렸다. 이미 직위해제 취소 결정이 내려진 사안에 대해 파면한다는 것은 법원의 판결조차 무시, 법위에 군림하는 태도로 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청암대는 교수와 학생들이 학문을 배우고 가르치는 상아탑이 아니라 강 총장 일인의 전횡과 오만으로 가득찬 부패한 패망직전의 왕국이나 다름없는 형국이 됐다.아마도 총장은 비리혐의를 자신이 갖고 있는 갑질의 힘으로 덮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잘 못 꿰인 전남경찰청 수사의 첫 단추는 그의 잘못된 믿음이 되었고 한 사립 명문대학을 망가뜨리는 지렛대로 작용했다.이번 강총장의 기소로 청암대 특성화 지원 국고 사업비 150억원이 중단됐으며 학사 행정은 마비되다시피 했다. 학생들과 교수들은 자괴감에 빠졌고 순천 시민사회는 들끓었다.

청암대의 명예는 회복하기 힘들 정도로 무너졌다.지난해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청암대 A 여교수에 대한 강 총장의 강제 성추행 혐의에 대해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했다. 그러나 해당 여교수는 온갖 회유와 불이익, 갑질의 횡포를 감수하면서도 광주고검에 항고를 제기, 오늘의 결과를 이끌어 냈다. 청암대의 위기는 교육경력이라곤 전무한, 일본에서 빠징코와 터키탕을 운영했던 경력의 소유자가 단지 설립자의 2세라는 이유만으로 총장으로 취임, 전횡을 일삼아 온 것이 가장 큰 이유일 수도 있다.

하지만 대학을 빠징코나 터키탕처럼 운영해온 그의 잘못된 행위에 두 눈 감고 옹호해온 측근 교수들이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데 큰 몫을 했으며 최초 경찰의 봐주기식 부실수사 역시 아쉽고 안타깝기는 매 한가지이다. 잘못된 가치관을 가진 한 개인에 의해 사립대학이 어떻게 무너지고 있는가를 지켜 본 시민들의 관심이 사법부의 결정에 모아지고 있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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