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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19] “호남민심이 제 논에 물주기 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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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19] “호남민심이 제 논에 물주기 인가”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15.10.07 1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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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 大記者 세상읽기]

“백성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 정치라고 믿지만 정치인은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는 것이 정치라고 믿는다. 새민련이 실망의 차원을 넘어선지 오래된 이유이기도 하다.”

계파싸움으로 분당의 기로에 서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을 보는 호남의 시각은 한마디로 ‘거시기’하다. 딱히 정리하여 말하기는 어렵지만 실망의 차원은 이미 넘어 선 상태에서 정리중이라는 또 다른 표현이다.

굳이 한자를 끄집어 내자면 ‘계륵(鷄肋)’정도가 아닐까 싶다. 갖고 있자니 쓸모가 없고 버리자니 아까운 ‘닭갈비’가 새민련에 대한 호남의 시각이다.

이러한 호남의 시각은 뜬금없는 것이 아니다. 수년에 걸쳐 경고를 해왔으나 새민련은 무능했고 오만했다. 무능한 자의 오만을 지켜보는 것만큼 슬프고 불행한 일은 없다. 파멸의 순간까지도 자신의 불행한 미래를 믿고자 하지 않기 때문이다. 새민련이 그 꼴이다.

한 세대를 넘도록 새민련을 키워 온 호남은 ‘안철수 신당’ 바람이 불었을 때 ‘아까워도 버릴 수 있다’는 강한 메시지를 보냈다.

내가 사는 순천에서는 순천.곡성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새민련을 버리고 새누리당 후보를 선택했다. 지역의 정치 지형도가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지만 새민련은 받아들이기를 거부했다. 새민련의 선수 하나가 떨어졌을 뿐이었지 새민련과는 별 상관없는 일로 취급됐다. 새민련과 상관되더라도 나의 금뱃지만 유지된다면 상관없는 한 개인의 불행한 정치사로 정리됐다.
지리멸렬한 내부 권력투쟁으로 자중지란의 추태를 보이면서 정당의 명분과 이해가 소속 국회의원 개개인의 명분과 이해를 넘어서지 못했다. 정당이야 어찌되건, 정권이야 잡건 못 잡건, 저마다 국회의원을 다시 할 수 있는가의 여부로 시끄러울 뿐이었다.

백성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 정치라고 믿지만 정치인은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는 것이 정치라고 믿는다. 새민련이 실망의 차원을 넘어선지 오래된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틈을 타 무소속의 천정배의원이 신당바람을 지피더니 간발의 차이를 두고 박준영 전 전남도지사와 박주선의원이 탈당하여 신당창당을 선언하고 나섰다. 한결같이 “새민련으로서는 희망이 없다”거나 “민심은 새민련을 떠났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호남 민심은 이러한 신당에 대해서도 ‘딱, 거기 까지만’이다. 새민련에 대한 희망을 찾을 수 없고 민심도 떠난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신당에서 희망을 찾거나 민심이 신당에 있다는 것은 아니다.
신당을 추진하는 세력에게도 호남의 민심은 한마디로 “새민련이 싫지만 그렇다고 신당도 아니니 오해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새민련의 내홍은 새로운 대안에 대한 기대보다는 정치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좀 더 냉정하고 솔직한 진단이다.

호남민심은 누구를 선택할 만큼 그렇게 여유가 있지 않다. 새민련은 물론 신당을 창당하겠다는 세력에게서도 국가의 미래는 커녕 호남의 미래 조차 찾을 수 없다는 좌절감이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호남에 부는 바람은 민심과 별개로 제법 정중동이다. 그동안 이리저리 정치권에 나서려다 기성 정치권의 벽에 가로막혀 절치부심하던 정치 주변인들에게 새로운 정당의 출현은 기회의 무대다. 갑자기 SNS를 통해 자신의 시시콜콜한 활동을 알리고 왠만하면 모른 채 했던 주변의 애경사에 갑자기 얼굴을 들이밀고 있다. 그가 참석한 곳에는 반드시 새민련에 대한 비판과 새로운 정치에 대한 필요성이 역설되는 것은 물론이다.

반면 새민련 소속 정치인들은 대부분 소속 정당인 새민련의 위기에 대해 비겁하리만큼 강건너 불구경 하듯 하고 있다. 주류에 의해 공천 탈락이 확실 시 되는 한 두명을 제외한 모든 새민련 소속의 호남지역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둥지인 새민련에 대해 옹호도 하지 않을뿐더러 그렇다고 비판도 하지 않는다. 이들은 신당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마치 무소속 정치인들을 보고 있는 듯하다.

호남에 불고 있는 신당의 미세한 바람이 나중에 나비효과처럼 몸짓을 부풀리게 될는지, 아니면 찻잔안의 태풍으로 그칠 것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그저 침묵이 금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들로서는 소신과 용기가 거추장스러울 뿐이다. 호남 민심이 아직은 새민련에 대해서도, 신당에 대해서도 미더워하지 못하고 있는 핵심 이유이다.

호남민심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란 쉽지 않다. ‘거시기하다’는 표현이 이럴 때 만큼 정확한 표현인 경우도 드물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새민련만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미더운 정치세력을 갖지 못한 스스로에게 던지는 반성이다. 일당이 주는 폐해를 뼈아프게 실감하고 있는 것이다. 무능하고 오만한 정치세력을 다시는 키우고 싶지 않다는 것이 호남 민심이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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