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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21] 서시빈목과 성형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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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21] 서시빈목과 성형미인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15.11.04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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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 大記者 세상읽기]

“미인이 상품화되는 시대를 살면서 성형을 비난 할 수야 없지만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먼저 사랑하는 법을 배웠으면 좋겠다.”

중국에서 미인을 꼽으라면 ‘침어낙안 폐월수화(侵魚落雁 閉月羞花)’를 먼저 떠올린다. 중국인 다운 과장이지만 그들만의 풍류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침어(侵魚)는 춘추시대 월나라 출신 미녀 서시를 가리키는 말이다. 서시가 연못에서 빨래를 하고 있을 때 그녀의 아름다움에 놀란 물고기가 헤엄치는 것을 잊고 가라앉았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서시와 관련해서는 침어 이외에도 ‘서시빈목(西施嚬目)’이라는 이야기도 추가된다.

원래 심장이 약한 서시가 통증이 나타날 때마다 한 손으로 가슴을 누르며 미간을 찌푸리자 다른 여인들도 이뻐보이기 위해 따라한데서 유래한 말이다. 어느 유명한 연예인이 어느부분을 성형하고 어떤 가방을 메고 어떤 옷을 입었다며 따라하는 요즘 세태와 다를 바 없다.

낙안(落雁)은 전한 선제 시절의 인물 왕소군의 이야기다. 하늘을 날던 기러기가 왕소군의 노래와 미모에 빠져 넋을 잃고 날갯짓을 잊어버려 땅에 떨어졌다는 것이다. ‘기러기가 땅에 떨어진다’는 낙안은 우리에게도 익히 알려진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과도 관련 있다. 왕소군이 북방 훈족에게 화친의 댓가로 결혼하기 위해 떠나면서 “훈의 땅에는 꽃도 풀도 없으니 봄이 와도 봄 같지 않구나”라고 부르자 하늘을 날던 기러기가 그만 노랫소리에 취해 날갯짓을 잊었다는 것이다.

폐월(閉月)은 말 그대로 달이 숨다는 뜻으로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소설속의 여인인 초선의 별명이다. 초선은 동탁과 여포 사이에서 미인계를 펼치는 여인이다. 초선이 밤에 후원에 나와 연인이던 왕윤을 그리며 기도를 드리자 달이 초선의 빼어난 아름다움에 부끄러워 구름뒤에 숨었다는 의미이다.

다음으로 수화(羞花)는 당나라 현종의 총애를 받으며 경국지색의 대명사로 유명한 양귀비를 말한다. 어느 날 양귀비가 내원을 거닐다 함수초라는 식물의 꽃에 손을 대자 꽃이 갑자기 말리면서 움츠려들었다. ‘꽃이 부끄러워 한다’는 의미의 수화는 여기에서 탄생한 말이다.

중국의 4대 미인에서는 빠져 있지만 양귀비와 대조되는 조비연이라는 여인이 한 명 더 있다. 양귀비가 뚱뚱한 미인의 표상이라면 나는 제비라는 의미의 비연은 별명에서 보이듯이 마른 미인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조비연은 말랐으나 미인이고 양귀비는 비만했으나 미인이다’라는 ‘연수환비’도 이들 두 여인을 가리킨다. 조비연은 또 얼마나 날씬했던지 왕과 궁중을 거닐 던 중 강풍이 불어 호수에 빠질뻔한 그녀를 왕이 구했을 때도 손바닥에서 춤추기를 멈추지 않았다 하여 작장중무(作掌中舞) 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미인을 가리키는 이러한 표현들이 하나같이 가히 예술이라 해도 흠이 없을 지경이다.

하지만 물고기가 가라앉고, 기러기가 땅에 떨어지는가 하면 달과 꽃이 부끄러워 할 정도의 아름다운 여인들이었지만 이들은 그 아름다운으로 인해 슬픈 삶을 살아야 했던 주인공들이었다.  서시와 초선은 미인계의 스파이가 되어야 했고 왕소군과 양귀비의 눈부신 미모는 적국에 팔려가는 운명이거나 나라를 망치게 한 원인이 되기도 했다.

이제 미인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지는 시대다. 얼마든지 뜯어 고칠 수 있고 추녀도 경국지색으로 바뀔 수 있다. 성형수술로 인생의 반전을 꿈꾸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성형수술의 부작용 사건을 보도하는 아나운서는 뉴스를 전하면서 “또”라는 말을 강조하는 시대다. 얼마 전에는 미스코리아 출신 여배우가 성형미인임을 고백하여 논란의 대상이 된 적도 있다.

그런가 하면 중국에서는 한 여성이 성형수술을 한 사실이 밝혀져 뒤늦게 이혼당한 사연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남편이 부인의 성형수술 사실을 알게 된 것은 결혼 후 태어난 딸의 얼굴이 아내와 달랐기 때문이었다.

여성에게 자신의 미모는 절대적 가치로 존재한다. 또한 이러한 가치는 동서고금이 다르지 않다. 미모 하나로 세상을 얻은 여인이 있는가 하면 미모 때문에 결국은 비참한 최후를 마치기도 한다. 극과 극을 달리는 이 둘은 대체로 개별적 사안이 아니라 하나의 사안인 경우가 많다. 수능이 끝나면 어머니 손을 잡고, 또는 어머니 손에 이끌려 오는 여고생들로 성형외과 병원문이 문전성시를 이룬다고 한다.

미인이 상품화되는 시대를 살면서 성형을 비난 할 수야 없지만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먼저 사랑하는 법을 배웠으면 좋겠다. 통증에 이마를 찌푸리는 서시의 행위를 아름다움 인줄 알고 따라하는 ‘서시빈목(西施嚬目)’은 여전히 교훈이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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