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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의 돋보기] 코로나19 소멸, 인술(仁術)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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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의 돋보기] 코로나19 소멸, 인술(仁術)이 답이다
  • 최승필 지방부국장
  • 승인 2020.03.08 1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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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의서는 너무 번잡하기만 할 뿐 참고하기 어렵다. 옛날부터 전해오는 처방 가운데 번잡하고 실용성이 적은 것은 버리고, 진짜 보물 됨직한 처방만 골라 의학의 경전을 정리하라”

1592년 임진왜란(壬辰倭亂) 발발로 임금 선조가 의주로 피난 때 어의로서 선조 옆을 떠나지 않고 끝까지 모셨던 허준((許浚)에게 내린 명이다.

자료에 따르면 허준은 1575년 어의 안광익(安光翼)과 함께 선조를 진료하기 시작했으며, 1578년 내의원첨정이 됐다고 한다.

1587년 10월에는 태의 양예수(楊禮壽) 등과 함께 선조를 진료해 건강이 좋아지자 호피(虎皮)를 상으로 받았고, 1590년에는 광해군의 두창(痘瘡)을 치료해 이듬해 당상관의 반열에 올랐다.

임진왜란이 끝난 뒤 호종공신(扈從功臣)에 임명된 허준은 1596년 광해군의 병을 고쳐 종2품의 가의대부(嘉義大夫)에 제수됐고, 이때부터 선조의 명을 받아 양예수 등 여러 의원들과 함께 조선의 실정에 맞는 의서(醫書)인 ‘동의보감(東醫寶鑑)’ 편찬에 착수했다.

그러나 정유재란의 발발로 의서 편찬이 어려워 보류됐다가 본격적인 편찬은 1600년부터 시작했다.

선조와 광해군의 어의를 지낸 허준은 1610년(광해군 2)에 조선 한방의학의 발전에 기여한 총 25권 25책으로 구성된 ‘동의보감’을 완성했다고 한다.

‘동의(東醫)’란 중국 남쪽과 북쪽의 의학전통에 비견되는 동쪽의 의학 전통 즉, 조선의 의학 전통을 뜻하고, ‘보감(寶鑑)’은 ‘보배스러운 거울’이란 뜻으로, 귀감(龜鑑)이란 뜻을 지닌다.

허준은 이처럼 조선의 의학 전통을 계승해 중국과 조선 의학의 표준을 세웠다는 뜻으로 ‘동의보감’이라는 이름 지었다고 한다.

동의보감은 몸을 구성하고 있는 기본적인 요소인 오장육부(五臟六腑) 등 인체 내부와 정신질환을 다룬 내경 편(內景篇)과 눈에 보이는 인체 외부 및 외과적 질환을 다룬 외형 편(外形編)으로 구성됐다.

또, 몸에 생기는 여러 가지 병의 원인과 부인과 및 소와과 등을 다룬 잡병 편(雜病篇), 침과 뜸의 이론 및 치료법을 다룬 침구 편(鍼灸篇), 1291종의 약재를 쉽게 구할 수 있는 방법과 처방할 수 있는 요령을 기록한 탕액 편(湯液篇) 등 총 5가지로 구성됐다.

특히, 이 의학서에는 3가지 원칙이 있다고 한다. 첫째는 약물치료보다 마음의 다스림을 원칙으로 할 것. 둘째는 꼭 필요한 이론과 처방만 가려 모을 것. 셋째는 많은 백성이 쉽게 알 수 있도록 국산 약명을 적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637종의 약재는 한자명과 한글명을 함께 기록해 백성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처방전의 활용도를 높이고, 병들기 전에 몸과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는 예방 중심의 새로운 의학 체계를 확립했다.

이 책은 일본과 중국에까지 전해져 중국판 서문에는 ‘천하의 보(寶)를 천하와 함께한 것’이라 했고, 일본판 발문(跋文)에서는 ‘보민(保民)의 단경(丹經)이요 의가(醫家)의 비급’이라 평하고 있어 그 가치를 높이 평가받았다고 한다.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위대한 동의보감은 지난 2009년 7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 되고, 2015년 5월 대한민국 보물에서 대한민국 국보로 승격됐다.

조선의 신의로 추앙받았던 허준이 반평생을 바치고 2년의 유배생활 중 집필해 완성한 동의보감은 무엇보다 사람을 살리는 어진 ‘인술(仁術)’을 실천하기 위해 편찬했다는 점이다.

자료에 따르면 당시 주요 약재는 백성들이 쉽게 구할 수 없었던 90% 정도가 중국에서 수입한 당약으로, 허준은 이 같은 중국산 약재에서 과감히 벗어나 우리 약재 및 한 가지 약제로 대체, 어려운 형편의 백성들이 쉽고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1808년에 서영보(徐榮輔)·심상규(沈象奎) 등이 왕명에 의해 찬진(撰進)한 책 ‘만기요람(萬機要覽)’의 기록에 따르면 당시 당약 중에 하나인 완청은 3.7g의 가격이 쌀 10말에 버금가는 가격이었으며, 같은 중량의 금값보다도 더 비쌌을 정도로 고가였다고 한다.

요즘 한국은 물론, 지구촌 곳곳이 중국발 코로나19로 극심한 공포에 휩싸였으나 안정화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방역 당국의 비효율적인 대처가 사태를 키웠다는 비난이 좀처럼 가시질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지난 7일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긴급 대책으로 11조700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편성했다.

지난 2013년(17조3000억 원) 이후 7년 만에 최대 규모의 슈퍼 예산으로, 정부는 이번 추경에서 코로나19 방역 예산보다 많은 돈을 소비진작 명목의 상품권 지금 등으로 풀기로 해 총선용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소비진작용으로 사용될 예산은 생계·의료·주거·교육급여 수급자와 아동수당, 노인 일자리 사업 참여자 등에게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원하기로 했으나 정작 필요한 방역체계 보강에 투입되는 예산은 2조3000억 원이다.

그 동안 마스크 수급정책과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병실 마련, 바이러스 검사 방법 등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우왕좌왕 하는 사이 국민들의 불안은 커졌다.

지난 7일부터 8일 오전 까지 367명의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진환자가 추가로 확인되면서 국내에서 총 7134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사망자는 6명이 추가로 발생하면서 총 50명이 코로나19로 사망했다. 확진자 및 사망자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그 동안 수차례에 걸쳐 원활한 마스크 수급을 위한 대책을 마련했으나 해소하지 못한 채 9일부터는 ‘마스크 구매 5부제’를 실시키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마스크 구매 5부제와 관련, “대리 수령의 범위를 넓히라”고 지시하면서 노인이나 미성년 자녀를 위한 대리 수령이 가능하도록 관련 지침이 변경될 것으로 보인다.

백성들의 고통을 배려한 ‘인술(仁術)’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소멸시키는 원동력이 되길 기대한다.

 

[전국매일신문] 최승필 지방부국장
choi_sp@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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