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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142] ‘서울대(서울 소재 대학)’를 해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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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142] ‘서울대(서울 소재 대학)’를 해체하라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20.07.29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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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 大記者 세상읽기]
 
교육이 신분상승의 사다리가 되고 있는 현실에서 국립대의 이전이 빠진 국가균형발전은 용을 그리면서 눈을 빠뜨린 격이다.
 
수도권의 집값을 잡겠다고 시작한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몸집을 키워 행정수도 이전과 국가균형발전이라는 해묵은 담론에 다시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이제라도 서울공화국에서 벗어나겠다는 정부·여당의 의지에 박수를 보낸다. 정부의 실정에 대한 국면 전환용이라는 야당의 지적처럼 ‘느닷없는’ 국가균형발전론이 거시기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딴지 놓을 일은 아니다.

오늘의 대한민국에는 두 부류의 국민이 산다. ‘서울사람’과 ‘지방사람’이다. 학력도 두 종류로 나뉜다. ‘서울대(서울소재 대학)’ 출신과 지잡대(지방소재 대학) 출신이다.

서울사람이나 ‘서울대’를 나온 사람들은 ‘서울’이라는 명칭 소유를 계급장처럼 여기며 으시대는 우스꽝스러움을 당연시 한다.

‘서울’이라는 말은 온갖 기회와 특권의 상징이다. 돈, 권력, 정보, 문화, 예술이 집중돼있는 공룡이 서울공화국이다. 비만 환자처럼 영양이 과다하다 보니 환경파괴, 교통혼잡, 부패, 범죄도 서울공화국의 또 다른 얼굴이다.

며칠 전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한 강연에서 서울을 ‘천박한 도시’라고 표현, 뭇매를 맞았지만 사실 틀린 말도 아니다. 부와 권력의 기회 독점을 마치 품격처럼 여기는 도시는 천박하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런 천박한 도시를 향해 오늘도 달려간다. 천박하지만 결코 뿌리치기 힘든 욕망의 도시가 서울이기 때문이다. 전국 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 지역에 대한민국 국민의 절반 이상이 살고 있는 현실이 이를 잘 말해준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주 “한국판 뉴딜은 수도권 중심에서 지역 중심으로 국가발전의 축을 이동시키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밝힌 후 국가균형발전이 정권의 핵심의제로 다뤄지며 급물살을 타고 있다.

서울이 곧 대한민국인 불균형과 불평등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서울공화국에서 권력과 부를 갖고 온갖 혜택을 누리던 사람들에게 국가균형발전은 청천벽력이다.

그들은 ‘기회의 균등’을 ‘기회의 박탈’로 읽을 테고, ‘서울사람’과 ‘지방사람’의 차별 해소는 ‘천국의 혜택 포기’로 들릴 것이다. 기회를 나누겠다는, 즉 기득권의 포기란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다. 저항이 거셀 수밖에 없는 이유다.

수도권 공공기관 346개 중에서 이전 대상 기관을 선정하고 이들이 내려갈 지역을 확정하는 일은 기득권에 따른 다수의 이해가 상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대로는 안된다. 그들만의 공화국일 수는 없다. 가야 할 길이라면 정권의 명운을 걸어야 한다.

정부·여당은 정치적 이해를 배제하고 100년 뒤에 평가를 받겠다는 마음이 필요하다. 야당도 당리당략적 이해득실을 따지기 전에 대승적 차원에서 협력해야 한다. 여야는 합심하여 공공기관 이전을 통한 국가균형발전의 새로운 동력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이전 대상 공공기관과 지역을 확정할 계획이다. 노무현 정부가 시작한 1차 공공기관 이전은 2003년부터 16년 동안 진행된 끝에 153개 기관을 세종시와 혁신도시로 이전하면서 지난해 마무리됐다.

국토연구원은 1차 이전으로 2011년 처음으로 수도권의 인구 유출이 유입보다 많았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수도권의 인구는 2017년부터 다시 순유입으로 되돌아갔다. 세종시와 공공기관 이전의 약효가 다했다는 의미다. 공공기관 이전만을 통한 국가균형발전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시사한 셈이다.

공공기관 이전 못지않게 필요한 것이 국립대학의 이전이다. 교육이 신분상승의 사다리가 되고 있는 현실에서 국립대의 이전이 빠진 국가균형발전은 용을 그리면서 눈을 빠뜨린 격이다.

지방사람들이 서울공화국에 편입코자 하는 것도 자녀의 교육 문제 때문이고, 젊은이들이 서울의 대학에 입학하려는 것도 서울의 대학이 움켜쥐고 있는 취업의 기회 때문이다. 세종시의 공무원들이 서울에 거주지를 남겨놓고 전세버스를 이용하여 날마다 세종시로 출퇴근하는 것도 자녀들의 교육 때문이다.

수도권 공공기관 346개를 이전하는 것보다 서울대를 이전하는 효과가 더 클 수밖에 없다. 서울대를 이전하거나 아니면 국공립대의 통합을 배제한 국가균형발전은 화룡점정(畵龍點睛)이다.

정부·여당은 ‘민주당이 행정수도가 공무원만을 위한 신도시에 그치지 않도록 서울대와 KBS까지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를 부인했지만 그게 부인할 일인가 묻고 싶다.

‘서울대’를 외면한 국가균형발전은 그런 점에서 고무다리 긁기일 뿐이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3131@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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