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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143] ‘그 나물에 그 밥’인 장관과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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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143] ‘그 나물에 그 밥’인 장관과 의사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20.08.12 1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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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 大記者 세상읽기]

정부의 의사 증원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의사도 ‘지방의사’와 ‘일반의사’로 나눈다는 것은 해괴하기 짝이 없다.

의사들이 집단휴진으로 파업을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코로나로 지치고, 장마와 태풍으로 지치고, 병으로 지친 아픈 환자를 볼모로 잡아 밥그릇을 지키겠다고 아우성이다.

앞서 며칠 전에는 의사 직업의 첫발을 내딛고 있는 대학병원 인턴·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이 파업에 나서 ‘우리는 의사’라는 동심일체의 행동을 보였다.

의사들이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다’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집어 던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궁색한 여러 이유를 내세우고 있지만 핵심은 단순명료하다. 의사 수를 늘리지 말라는 것이다. 정부의 방침대로 의사의 수가 늘어나면 밥그릇은 그대로인데 밥상에 올려지는 수저는 더 많아진다는 ‘정글의 법칙’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정부는 앞서 지난달 23일 2022학년도부터 의대 입학정원을 늘려 10년간 4000명의 의사를 추가로 양성하고, 이 가운데 3000명은 ‘지역 의사 특별전형’을 통해 10년간 특정 지역에서 의무복무하는 지역 의사로 육성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지방의 열악한 의사 수를 확충하겠다는 것으로 모든 국민이 ‘특별시’에 가지 않아도 충분히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의료의 기회균등이다.

우리나라는 OECD와 비교해 전체적인 의사 수가 적은 것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지역 간 의료인력의 편차가 유난히도 큰 나라에 속한다. 이를테면 서울특별시에는 인구 1000명당 의사가 3명 이상이지만 지방은 서울의 절반도 되지 못한다. 이는 ‘특별시’에 살지 않는다는 특별하지 않는 이유로 죽게 될 확률이 더 높다는 의미다.

아울러 미래 의료발전을 견인할 의사 과학자 양성도 시급하다는 것도 정부 정책의 한 이유다. 세계적으로 바이오 메디컬 분야는 급속히 발전하고 있으나 여기에 종사하는 의사는 100명도 되지 않는다는 이유다.

그런 점에서 의사 수를 늘리는 것은 더 이상 방치하거나 늦출 수 없는 시급한 국가적 현실이다. 오히려 정부 정책이 현실에 비해 지나치게 늦은 감마저 없지 않다.

그런데도 기존의 의사들은 “의사 불균형문제는 수가나 의료체계 등 의료제도를 손봐야 하는 문제지 의사 부족의 문제가 아니다”고 맞서고 있다. 이들은 또 “한 명의 의사를 키우는데 약 2-3억원의 비용이 들기 때문에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의사 증원을 위해서는 1조원 이상의 세금을 들여야 한다”며 국가재정까지 걱정하고 나섰다.

‘밥그릇을 지키겠다’라고 하면 ‘선생님’이라는 호칭까지 받아 가며 존경받는 직업의 체통에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겠지만 의사들이 언제부터 국민들의 호주머니 사정까지 걱정했는지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좀 더 솔직할 수는 없는가. 애둘러 국민들의 호주머니까지 들먹일 것이 아니라 “의사 수를 늘리면 의사들의 호주머니가 줄어든다”며 반대하는 것이 좀 더 의사 선생님다움이다.

“의대 정원 확충은 지역 의료 서비스 질을 높여 어느 지역에 살든지 우수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정책”이라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말은 백번 맞는 말이다.

물론 이번 정부의 의사 수 증원 방침이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의사들이 주장하는 그런 문제는 전혀 아니다.

정부의 의사 증원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의사도 ‘지방의사’와 지방의사가 아닌 ‘일반의사’로 나눈다는 것은 해괴하기 짝이 없다.

아마도 의사들을 달래고 반발 예봉을 무디게 하기 위한 고육지책이겠지만 의사에게도 시골 의사 딱지를 붙인다는 발상 자체가 한심할 뿐이다.

정부의 말대로라면 앞으로 시골 사람은 시골 의사에게 치료를 받고, 도시 사람은 일반의사에게 치료를 받으라는 것과 하등 다를 바 없다. 그럼 현재 지방에서 일하는 의사들은 어떻게 되는가.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했던가. ‘그 장관에 그 의사’라고 치부하면 되겠지만 그럼 국민들은 어쩌라는 말인가.

정부는 의대 정원을 계획대로 400명씩 10년간 증원하되 시골의사제는 폐지하고, 의사들은 정부의 의사 증원을 이유 없이 받아들여 지금의 밥그릇을 나눌 줄 알아야 한다. 그게 국민을 위한 정부이고,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 선생님이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3131@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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