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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화의 e글e글] 이태리 타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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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화의 e글e글] 이태리 타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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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10.06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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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화 성남미래정책포럼 이사장

때수건 또는 이태리타월은 목욕할 때 쓰는 때를 미는 수건이다. 이전에는 수건을 말아 쓰거나 돌을 안에 넣어 감아 사용하였으나 이태리 타올의 거친 질감은 한국인의 목욕습관에 알맞게 때를 미는 데 잘 맞아 대중목욕탕이나 가정에서 많이 쓰인다. "이태리"란 이름이 붙게 된 이유는 사용한 원단이 이탈리아제였기 때문으로 정작 이탈리아에서는 사용하지 않는다.

지난 반세기 동안 온 국민의 사랑을 받아온 “이태리 타올”의 성공스토리가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이태리 타올의 발명가는 2001년 작고한 한일직물 김필곤 사장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김사장은 원래 부산 수정동에서 놋그릇 장사하던 사람이었으나 이태리타올이 개발된 후  생산과 영업을 맡아 큰 수익을 벌어들였다. 그 후 원개발자가 다른 사업으로 부도가 나서 이태리타올 생산을 하지 않고 연락이 끊기자 죽은 것으로 생각하고 그 자신이 개발자라고 각종 방송및 언론에 밝혔으나 실제 섬유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다고 한다.

부산의 중소기업이었던 한일직물이 세수나 목욕 후 몸을 닦을 수 있는 새로운 타올을 개발하기 위해 이태리에서 비스코스 레이온(viscose rayon) 원단을 수입했는데 그 원단의 질감이 너무 까칠해서 타올을 만들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수입한 원단을 폐기처분해야 할 난감한 입장이 되자 어떻게든 이용 방법을 찾아내야 했던 김사장은 그 원단의 까칠함이 때미는 수건으로는 적합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1962년에 때미는 타올을 개발하게 되었다.

그렇게 폐기처분할 수입원단으로 개발하게 된 이태리타올은 현재 세계 제일의 인터넷 유통업체인 미국의 eBay에서 “Korean Bath Massage Italy Towel”이라는 이름으로 3장에 14달러 정도에 판매되고 있고, 중국 최대의 온라인 업체인 알리바바도 “Korea Italy Towel massage Gloves”라는 이름으로 중국 자국산 제품을 10장에 4달러, 1000장 이상 대량구매 시는 0.25~0.33달러에 싸게 팔고 있는데 상품 이름에는 “이태리타올”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원단을 수출한 까닭에 이태리는 부지불식 중에 유명해 졌지만, 발명은 순전히 대한민국에서 된 것이다.

특허청의 KIPRIS 검색 결과로는 1966년 이후 1969년까지 김필곤씨가 실용신안 출원 등록한 목욕용품이 총 9종이다. 물론 현재는 모두 권리가 소멸된 상태이다. 이들 실용신안권 중에서 목욕용접찰장갑(1968.10.31 등록), 다중접찰포(1968.09.28 등록), 목욕장갑(1968.10.16 등록. 스폰지 내장) 등이 통상 알려진 이태리타올 제품과 가장 가까운 것들이다. 특히 이 제품은 한국에서 특허를 이용하여 유사제품 생산자로부터 법적 보호를 받게 되어 발명자가 큰 이윤을 얻게 된 대표적인 성공사례 중에 하나로 알려져 있다.

이런 이태리 타올이 증명하고 있듯 기업인들은 1960년대 쓸모없는 수입원단을 우리의 전통적인 목욕문화와 융합시켜 훌륭한 상품으로 승화시켜낸 아이디어맨들이었다.사업화되지 못한 발명특허와 실용신안특허들이 부지기수인 점을 감안할 때 이태리타올을 세계적인 상품으로 성장시킨 김필곤 사장은 정말 기업인답다 할 것이다. 이태리타올 발명가인 김사장은 그 사업의 성공으로 큰돈을 벌어 부산역 앞 아리랑관광호텔을 인수했다고 한다.

쓸모없는 폐품에 불과했던 제품들이 부를 낳는 황금거위가 되어 돌아오도록 하는 용기있는 도전자는 국내외를 불문하고 앞으로도 계속 탄생되어야 할 것이다. 코로나로 인한 불경기로 고통을 받고 있는 많은 국민들의 삶에 용기를 가졌으면 한다.

 

[전국매일신문 전문가 칼럼] 윤병화 성남미래정책포럼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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