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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논단] ‘10월의 마지막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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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논단] ‘10월의 마지막 말’
  • 김연식 논설실장
  • 승인 2020.10.29 14: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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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논설실장

2020년 달력도 이제 두 장 남았다. 올해 초 달력을 벽에 걸 때는 뭔가 새롭기도 하고 참 두텁다는 생각을 했으나 지금은 남은 시간만큼이나 매우 얇아졌다. 그것도 10월31일이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시월의 마지막 날을 추억하는 사람들처럼......

한 때 시내 레코드판에서는 10월 말이면 가수 이 용의 ‘잊혀진 계절’이 애국가보다 더 많이 울려 퍼졌다. 서울이고 지방이고 할 것 없이 레코드가게 앞에는 이 노래가 국민가요처럼 울렸고, 그 날은 마치 무슨 명절이라도 되듯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추억의 시간들이었다.

아마도 가을이 지나가는 것을 못 내 아쉬워하는 마음들이 사람들 마음속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 같다. 중년층에서는 10월이 지나면 추운 겨울이 시작되고 또 한 살을 더 먹는 설움을 이 노랫말에서 위로를 삼았던 것 같다. 이렇게 사람들 사이에는 좋은 추억과 기억들로 가득할만한 10월이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가득하고 있다.

해마다 10월 열리는 국정감사에서는 폭로와 내편 감싸기가 드라마처럼 이어지고 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편 가르기 싸움은 동네 골목에서 조차 보지 못할 추억이 됐지만 21세기 우리나라 국회에서는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을 두고 서로 ‘총질’을 하고 있으며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의 갈등은 얼마 전 방영된 연속극을 그대로 재현하는 느낌마저 든다.

법치국가에서는 법이 정하는 규정대로 집행하고 일을 하면 되는 일을 왜 이렇게 말들이 많은지 모를 일이다. 법 위에 국회의원이 군림하고, 공무원 위에 장관이 군림하는 현상이다. 공직사회의 수장은 조직을 관리하고 엄정한 공무집행을 통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행정을 필요로 한다. 공직사회의 수장이 정치적으로 매몰돼 한 곳에서 빠져 나가지 못하면 다른 한편에 있는 많은 사람들은 피해를 보게 되어 있다.

엄정한 법 집행을 필요로 하는 검찰이나 법관들이 업무의 중립에 서지 않고 정치적 견해에 따라 집행을 달리 한다면 국민은 누굴 믿고 따라야 하는가. 과거에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있었지만 지금은 ‘내편무죄, 네편유죄’라는 말이 생기고 있다. 세계 10대 경제대국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오천년 굶주림 역사에서 벗어나 선진국 대열에 오른 대한민국에서 유독 해결하지 못한 것이 있다면 당파싸움이다.

교묘한 수법으로 여론몰이를 통해 진실을 흐리고 왜곡된 사실로 국민을 현혹시켜 권력을 잡으려는 멍청한 정치인들이 예나 지금이나 사라지지 않고 있다. 100평 아파트에 살고 수억 원 하는 외제차를 운전하는 사람이나, 서울 달동네 쪽방에 사는 가난한 서민이나 모두 대한민국 국민이다. 이들은 국가로부터 보호받을 의무가 있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다. 정치적 견해에 따라 차별받아서도 안 되고, 소외되어서도 안 된다. 

2020년 10월의 마지막 날이 내일이다. 올해는 또 어떤 추억이 기억날지 모르고, 또 어떤 추억을 만들지는 모르겠지만 대한민국 중년이라면 ‘잊혀진 계절’을 잊지 못할 것이다. 1981년 24세의 젊은 나이로 ‘국풍 81’ 가요제에서 금상을 받은 이 용씨는 벌써 63세의 어른이 되었다.

당시 ‘국풍 81’은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었다. 12.12와 5.18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씨는 학원가의 반정부 시위를 잠재우고 5.18광주민주항쟁 1주년을 물 타기 하기위해 국풍 81을 기획했다고 한다. 당시 행사의 목적은 민족문화의 주체성을 고취하고 우리 국학에 대한 젊은이들의 관심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문화예술을 정치적 도구로 활용했던 과거 정권과 비슷한 것으로 청와대 참모진의 기획에 의해 진행된 신군부의 정치적 이벤트였다.

기록에 의하면 당시 축제는 전국 194개 대학에서 6000여명의 학생과 전통 민속인, 연예인 등이 참여했다. 5월28일부터 6월1일까지 여의도에서 열린 행사에는 무려 659회의 공연이 벌어졌고 주최 측 추산 1000만 명이 행사에 참여했다. ‘새 역사를 창조하는 것은 청년의 열과 의지와 힘이다’라는 캐치프레이즈만 보더라도 신군부가 학원가의 정치적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가를 알 수 있다.

정치는 움직이는 생물이라고 한다. 인류 역사상 많은 정치인들이 지략을 세우고 권력을 잡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펼쳐 왔다. 적자생존이라는 말처럼 생존경쟁에서 이겨야만 살아남는 것인가. 변화된 정치권력에 적응하는 자만 승진하고 출세하는 나라인가? 정권이 바뀌었는데 바뀐 정권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되는 자는 생존이 불가하단 말인가?

이제는 이런 논리가 대한민국에서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말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워야 한다’는 말이 벌써 10월의 마지막 말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잊혀진 대통령’으로 남지 않고 대한민국 국민들의 가슴에 영원히 기억되기 위해서는 남은 임기동안이라도 이를 실천하는 정부가 되길 바란다. 그리고 내편이 아닌 다른 편도 안을 수 있는 따뜻한 가슴이 있을 때 우리역사는 그를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전국매일신문] 김연식 논설실장
ys_kim@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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