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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논단] 물들어올 때 노 저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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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논단] 물들어올 때 노 저어라
  • 김연식 논설실장
  • 승인 2020.11.05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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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논설실장

검찰과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기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공정과 정의를 위해 일해야 할 사람들이 법 집행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자극적인 것을 좋아하는 언론과 감칠맛을 찾는 논객들은 이들의 전쟁에 불을 지피고 있다. 처음엔 단순히 관심의 대상이었지만 이젠 국지전 단계를 넘어 전면전을 치르고 있는 양상이다. 전국 곳곳에서 민병대와 의병대가 나서 양측을 지지하고 있으며, 직접 칼을 들고 전쟁터에 나가겠다는 전사들도 속출하고 있다.

검찰과 법무부의 대립은 추 장관 취임 후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추 장관은 수사지휘권 발동과 윤 총장 측근들을 지방으로 전출시키는 등 사실상 좌천인사를 단행하자 검찰 내부에 불만이 쌓이기 시작했다. 장관의 입장에서는 법에 주어진 권리를 행사했다는 주장이지만 검찰의 입장에서는 관례가 없는 전횡이라는 것이다.

검찰개혁이라는 명분으로 시작된 양측의 심리전은 당초 체감할 수 없는 미풍에 거쳤으나 윤석열 총장의 국정감사 출석 이후 태풍 급으로 확산됐다. 당시 윤 총장은 국정감사에서 “검찰총장은 법무부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고 답변해 여야 정치인들로부터 호위와 비판을 동시에 받았다. 동료 검사들 사이에서는 ‘제대로 한 마디 했다’는 여론이 들끓었고 반 추미애 전선을 구성하고 있는 보수단체에서는 윤 총장을 옹호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서울 남부지검장이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렸다”고 사표를 제출하자 추 장관은 곧바로 수리했고 전국의 검사들은 참았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제주지검의 한 검사는 검찰 내부망에 인사권 지휘권 등의 남발로 검찰개혁은 처음부터 실패라는 글을 올려 장관의 리더십을 비판했으며, 이에 동조하는 검사들이 전국 각지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에 추장관은 “커밍아웃 좋고요. 개혁이 답이다”라며 자신의 SNS를 통해 검찰개혁을 더 강하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일선 검사들은 이러한 장관의 응답이 검찰개혁 보다는 보복성에 가깝다는 의미로 댓글을 달기 시작해 ‘나도 커밍아웃’이라고 밝힌 검사가 300명을 넘어서고 있다. 검찰 내부망 조회건수도 5만 건을 넘어 우리나라 검사와 수사관 전체가 몇 번씩 검색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일부 검사들은 장관의 이러한 행태에 대해 “북한도 아닌데 무서워 말 못하는 세상”이라며 독단 억압 공포 등 군사정권에서 나올만한 단어들을 사용하며 불만을 표출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당초 야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과 여권으로부터 많은 신임을 받았다. 문 대통령은 윤 총장을 임명하면서 “살아 있는 권력의 부정도 엄정하게 수사해 달라”는 취지로 두터운 신임을 보냈다. 윤 총장은 대통령의 이러한 의지를 받아들여 취임 초기 전 정권의 적폐수사를 엄정하게 집행해 여권으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대통령의 오랜 지인인 울산시장 선거 개입 논쟁과 조국 전 장관의 일가 비리사건, 친문인사들의 권력형 비위사건 등이 터지자 갑자기 여권으로부터 미움을 받기 시작했다. 윤 총장은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살아 있는 권력도 엄정하게 수사하라는 방침에 근거해 정의와 공정에 맞게 수사를 진행했지만, 여권에서는 검찰권 남용이라며 반기를 들었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내편’이라는 이유로 면죄부를 줘야 하는 것이 맞는가? 이건 아니지 않는가? 검찰은 여야와 권력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엄정하고 정의로워야 한다. 검찰개혁의 방향이 바로 이러한 것이다. 권력과 돈에 휘둘리지 않고 오로지 진실과 정의에 의해 판단하는 것이 검찰의 임무이고 개혁의 방향이다.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얻은 검찰총장이 왜 대통령 측근들로부터 화살을 맞아야 하는가? 오히려 검찰총장의 행보에 박수를 보내야 하는 것 아닌가? 대통령 측근들도 문제가 있으면 조사를 받아야 한고 법의 심판대에 올라야 하는 것을 대통령은 원할 것이다. 그것이 적폐 청산이고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깨끗한 대한민국이기 때문이다. 왜 ‘내편’은 조사를 받으면 안 되고 ‘네 편’은 적폐로 몰아 조사를 받아야 하는가? 모두가 법 앞에서는 공정해야 한다. 과거처럼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더 이상 대한민국에서 나와서는 안 된다.

검찰개혁이라는 과업은 피할 수 없다. 그렇지만 검찰개혁이 누구를 위해 개혁되어야 하는가? 바로 국민이다. 국민의 인권이 보장되고 법 앞에서 좀 더 평등하고 정의로운 방향으로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정권의 입맛에 따라 개혁이 이루어지면 그건 하나의 정책에 불과하다. 권력이 바뀌면 또 다시 바뀌어져야 하는 정책을 두고 검찰개혁이라고 할 수 있는가?

지금 문재인정부도 검찰개혁 의지를 강하고 보이고 있다. 검찰 또한 자체 개혁의지를 보이고 있다. 정부와 당사자인 검찰이 의지를 보이고 있으면 절반은 성공이라고 본다.

장관과 검사는 칼싸움을 즐기는 무사가 아니다. 대통령의 의지에 부합되지 않게 ‘내편 네편’ 편 가르기를 하지 말고 검찰개혁이라는 물이 들어왔을 때 장관과 검찰은 함께 노를 저어가길 바란다.

 

[전국매일신문] 김연식 논설실장
ys_kim@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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