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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화의 e글e글] 나폴레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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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화의 e글e글] 나폴레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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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11.10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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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화 성남미래정책포럼 이사장

승전에 취해있던 나폴레옹은 '전쟁을 끝내는 법' 을 몰라 실패했다. 전쟁을 벌여 계속 이기다 보면 승리에 도취되거나, 이왕이면 더 큰 성과를 얻기 위해서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동차처럼 멈출 줄 모르고 질주하는 경우가 있다.

1805년 12월 2일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이 지휘하는 프랑스군은 9시간에 걸친 힘든 싸움 끝에 차르 알렉산드르 1세가 지휘하는 러시아·오스트리아 연합군을 결정적으로 격퇴했다. 이것이 유명한 아우스터리츠 전투(Battle of Austerlitz)다.

이 전투는 러시아의 대문호인 톨스토이의 소설 '전쟁과 평화(War and Peace)'의 배경이 된다. 이 전투는 블렌하임 전투(Battle of Blenheim), 칸나에 전투(Battle of Cannae)와 마찬가지로 전술상의 걸작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이때 나폴레옹은 오스트리아에 4만 프랑의 배상금을 물게 했다.

아우스터리츠(현 지명은 체코의 슬라프코프) 전투에서 대승을 거둔 나폴레옹은 독일 서남부 영토를 보호국으로 삼아 ‘라인 동맹’을 만들고 20만 명의 군대를 주둔시켰다. 이에 위협을 느낀 프로이센의 빌헬름 3세는 1806년 15만 명의 병력을 동원해 나폴레옹에게 선전포고를 했다. 그러나 10월 14일에 벌어진 예나 전투(Battle of Jena)에서 나폴레옹에게 패하고 말았다. 프로이센군을 격파한 나폴레옹은 프로이센 본토까지 일거에 달렸고, 10월 25일에는 수도 베를린에 입성했다. 빌헬름 3세는 쾨니히스베르크로 달아나 러시아에 구원을 요청했다. 러시아는 10만 명의 병력을 지원해 나폴레옹에게 대항했지만 역시 패하고 말았다. 그야말로 나폴레옹의 거침없는 승리였다.

1807년 2월 러시아 국경의 칼리닌그라드 주에 있는 네만 강 위에 띄운 뗏목에서 나폴레옹은 러시아 황제 알렉산드르 1세와 회동했고, 6월에는 네만 강 왼편의 도시 틸지트에서 프로이센의 빌헬름 3세와 회동을 했다. 6월 25일에 체결된 틸지트 조약(Treaties of Tilsit)은 프랑스와 프로이센과 러시아 간의 강화 조약이다.

프로이센은 틸지트 조약으로 1억2000만 프랑의 배상금과 함께 엘베 강 서부 영토의 할양, 군대 규모 축소(4만 명 이하) 등을 강요받았다. 특히 당시 프로이센령인 서폴란드를 분할해서 프랑스의 괴뢰국인 바르샤바 대공국을 세우는 조치를 강요받았다. 프로이센 편에 선 러시아에는 영국의 목을 죄기 위한 대륙봉쇄를 강요해 이를 받아들이게 만들었다. 이런 조건들은 프로이센이나 러시아 입장에선 매우 굴욕적이고 가혹한 것이었다.

나폴레옹에게는 유능한 외교관이 한 명 있었다. 외무장관 탈레랑(Talleyrand)이다. 그는 나폴레옹을 정계에 데뷔시킨 인물이기도 하다. 탈레랑은 오스트리아·프로이센·러시아에 대한 무리한 요구들을 철회하라고 나폴레옹에게 건의했다. 그런데 연이은 승리에 과다 분비된 테스토스테론은 나폴레옹을 그 자리에 멈출 수 없게 만들었다.

그는 탈레랑의 건의를 묵살해 버렸다. 아니나 다를까, 탈레랑의 우려대로 이후 오스트리아는 끊임없이 프랑스를 괴롭혔다. 러시아는 대륙봉쇄령을 무시했다. 이로 인해 나폴레옹으로선 러시아 진격이라는 최악의 카드를 사용하게 됐다. 만약 나폴레옹이 네만 강에서 멈췄더라면 그렇게 비참한 최후를 맞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멈출 수 없는 자의 비극이다.

워털루 전투(Battle of Waterloo)에서 나폴레옹에게 패배의 잔을 안겨준 웰링턴은 “정복자는 포탄과 같다”는 말을 했다. 잘 날아가다가 결국에는 포탄처럼 폭발해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만다는 말이다. ‘시작하기에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빠르다’는 말처럼, ‘그만두기엔 이르다고 생각될 때가 적당한 때’라는 말도 명심해야 한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서 언제라도 뛰어내릴 준비를 하라. 그래야 나폴레옹처럼 실패하지 않는다. 끝이 아름다워야 제대로 살았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전국매일신문 전문가 칼럼] 윤병화 성남미래정책포럼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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