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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칼럼] 공항이 무슨 묫자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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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칼럼] 공항이 무슨 묫자리인가?
  • 김연식 논설실장
  • 승인 2020.11.23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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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논설실장

우리나라가 참 이상하다. 대통령이 바뀔 때 마다 공항의 위치가 바뀐다. 풍수를 보는 묫자리도 아닌데 대통령의 생각에 따라 왔다 갔다를 반복하고 있다. 10조원이 넘는 혈세가 들어가는 초대형 국책사업이 통치권자의 말 한마디에 왜 이렇게 오락가락 하는가. 세계 10대 경제대국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하기에는 낯부끄러운 모습이다.

우리나라 동남권을 대표하는 김해공항.

부산시 강서구에 위치한 김해공항은 1940년 일본 육군비행장으로 개설됐다. 1948년 부산수영비행장이란 이름으로 민간노선을 운항하기 시작했고 1958년 부산비행장으로 개명했다. 그러다가 1976년 지금의 위치로 이전하면서 김해국제공항이 되었다. 지난해 국제선 이용객이 연간 1000만 명을 넘어서는 등 한해 동안 1700여만 명이 이용해 인천 제주 김포 등과 함께 우리나라 4대 공항으로 자리 잡았다.

김해공항의 이용객이 증가하면서 정부는 공항확장을 꾸준하게 추진해 왔다. 처음 공항건설의 필요성을 제기한 노무현 전 대통령부터 이명박-박근혜-문재인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대선후보들의 단골 공약이었다. 하지만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김해공항은 백지화-확장-백지화(신공항 건설) 등 온탕 냉탕을 오가는 신세가 됐다.

사업의 필요성과 주민의 공감대 등 합법적인 절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전문가인 정치권이 좌지우지하고 있다. 절대군주도 아니고 공산주의도 아닌 21세기 선진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정치권은 표를 의식하고, 사업을 집행하는 정부는 소신도 없고, 국민은 누구를 믿고 세금을 내며 살아야 하는가. 참으로 한심한 노릇이다.

김해공항 확장사업은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산을 찾아 남부권 신공항 문제를 공식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2002년 중국 민항기가 김해공항에 착륙하려다 129명이 숨지면서 안전성을 이유로 신공항 건설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지역여론이 확산되자 이명박 전 대통령은 후보시절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취임 후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 등 35곳의 후보지를 검토했으나 모두 자격미달로 나타났다. 비용대비 편익비율이 1.0 이상 돼야 하지만 밀양이 0.73, 가덕도가 0.70으로 조사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1년 3월 “신공항은 여건상 짓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해당지역 발전을 위한 정부의 관심과 의지는 변함없다”고 말하며 직접 백지화를 선언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후보시절 백지화 된 신공항 건설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취임 후 프랑스 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에 용역을 맡긴 결과 동남권 신공항은 1000점 만점에 김해공항 805점, 밀양 686~687점, 가덕도 619~674점 등으로 조사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6년 6월 “외국의 전문기관이 모든 것을 검토한 결과 김해공항을 신공항급으로 확장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라고 결론 내렸고 정부도 이러한 제안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또다시 대선공약으로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을 공약했고, 취임 후 2019년 2월 부산을 방문한 자리에서 신공항의 재검토를 시사했다. 이후 2019년 6월 총리실에 김해 신공항 검증위원회가 발족되고 지난 11월17일 검증위는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김해공항 확장을 사실상 백지화 했다. 국토교통부도 검증위의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겠다며 관계기관과 협의해 후속조치와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이러한 방침에 정치권이 가만있을 리 없다. 민주당은 특별법을 만들어 신공항을 조기 착공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고, 여기에 국민의 힘 부산지역 의원들까지 나서 특별법을 발의하는 등 초당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 힘 중앙당은 사뭇 다른 반응이다. 국민의 힘 중앙당은 “지난 9월 검증위원 21명 중 13명이 모여 김해 신공항 유지가 합당하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2개월 만인 지난 12일 위원장과 분과위원장 5명만 모여 ‘김해신공항 백지화’로 상반된 결론을 내린 것은 문제가 심각하다”며 검증위를 검증하겠다는 입장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박근혜 전 대통령은 백지화 된 사업을 다시 하겠다고 밝혔고, 문재인 대통령은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 난 사업을 동남권 관문공항으로 건설하겠다고 공약해 결국 전임정권이 추진했던 사업을 백지화 시켰다. 그동안 들어간 용역비는 어떻게 할 것인가? 백지화 된 사업을 다시 하겠다는 대통령과, 이미 위치가 결정된 사업을 또 다시 변경하는 대통령의 행보는 어떻게 설명돼야 하는가? 더군다나 객관적인 검증절차와 데이터도 무시한 채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추진하겠다는 지역출신 야당의원들의 잣대는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

내년 4월이면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있다. 부산시장 당선을 위해 여야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또다시 공약할 것인가? 그렇다면 정부는 밀양공항 건설을 지지했던 대구경북지역의 민심을 어떻게 달랠 것인가? 야권의 텃밭으로 인식된 영남이 둘로 갈라지는 영-영 갈등에 반사이익은 누가 보는가? 여야 정치권은 바보놀음을 그만하고 국가의 미래와 지역의 발전을 위해 신중한 결정을 내리기 바란다.

 

[전국매일신문] 김연식 논설실장
ys_kim@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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