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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논단] 대통령의 치킨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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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논단] 대통령의 치킨게임
  • 김연식 논설실장
  • 승인 2020.12.10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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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논설실장

정치인은 왜 국민을 둘로 갈라놓을까? 현대정치사를 보면 우리나라는 끊임없이 정쟁에 시달렸다. 얼마나 심했는가는 분단의 현실이 잘 말해준다. 민족 간 갈등이 치열해 38도선이 모자라 피 비린내 나는 전쟁을 치른 후 휴전선을 그어놓고 대치하는 상태이다. 언제 또 전쟁이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1948년 8월15일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했다. 북한은 공식적으로 같은 해 9월9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수립했다. 해방이후 남과 북은 미국과 소련에 의해 3년 동안 각각의 통치를 받았지만 통일정부를 수립할 기회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수많은 민족 지도자들이 통일정부를 위해 노력했지만 자유진영과 공산진영으로 나눠진 남북의 지도자들은 끝내 각각의 정부를 수립해 나라를 둘로 갈라놓았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통일정부를 수립했더라면 우리나라는 어떻게 됐을까? 당시 공산주의는 소련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소련의 스탈린은 일본으로부터 식민 지배를 받고 있는 아시아 여러 나라들의 독립운동과 민족운동을 지원했다. 만주와 연해주 등에서 독립운동을 하던 우리나라 상당수 항일 운동가들은 자연스럽게 공산주의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해방 후 한국에 들어와 대한민국 곳곳에서 공산주의 운동을 펼쳤다.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은 이념적이나 사상적으로 무장된 상태가 아니었다. 스탈린과 국제 공산주의 조직인 코민테른이 조선의 독립과 민족운동을 지원했다는 이유가 컸다.

반면 해방 후 남한을 점령한 미국은 자유민주주의 정부 수립을 원했다. 자본가 계급인 지주와 인텔리계층은 미국의 정책을 적극 지지했다. 해방 후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 80%는 공산주의를 원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만큼 공산주의가 항일 독립운동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렇게 갈라진 공산주의와 자유진영은 한 세기가 다 되도록 하나가 되지 못한 채 둘러 갈라서 아직도 총칼을 겨누고 있는 것이다.

눈을 돌려 남한을 보자. 대한민국은 정부 수립 후 지금까지 12명의 대통령이 탄생했다. 72년 동안 이승만(1대~3대) 윤보선(4대) 박정희(5~9대) 최규하(10대) 전두환(11~12대) 노태우(13대) 김영삼(14대) 김대중(15대) 노무현(16대) 이명박(17대) 박근혜(18대) 문재인(19대) 등이 대통령에 취임했다. 역대 대통령은 대부분 불운했다. 국민들의 저항에 의해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물러나거나 망명 타살 자살 감옥행 등 불행한 역사가 반복됐다. 그나마 임기 후 평온한 삶을 누렸던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도 임기 말 자식들의 비위로 곤혹을 치렀다.

누구보다 존경을 받아야 하고 국민을 위해 봉사했던 대통령들이 임기 후 왜 이런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일까? 최근에는 임기 후 감옥행이 관행처럼 되고 있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는 멈춰져야 한다. 더 이상 전직 대통령이 퇴임 후 보복정치 또는 임기 중 실책으로 감옥 가는 일은 없어졌으면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제라도 특별사면과 진영논리 없는 탕평책 등으로 대화합의 정치를 펼쳤으면 한다. 여권과 지지자들의 대통령이 아니라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을 위한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

우리나라는 해방 후 아직까지 진영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들을 옥죄고 있는 것도 바로 진영논리이다. 좌우 진보보수로 나누어진 진영은 대통령선거에서 표심으로 이어지고 통치기간 중 ‘내편네편’으로 철저하게 갈라진다. 기득권을 가진 진영은 반대진영에 대해 국정의 파트너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국정의 걸림돌로 생각하는 듯하다. 때문에 소외당한 진영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권쟁취에만 몰두하고 권력획득 후에는 전 정권에 대한 철저한 책임추궁이 들어간다. 바로 보복의 역사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정권획득 과정에서 나타나는 포퓰리즘과 선심성 정책으로 나라살림은 빚만 쌓여가고 있다.

치킨게임이라는 말이 있다. 1950년대 미국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치킨게임은 2대의 차량이 마주보며 돌진하는 것을 말한다. 도로의 양쪽에서 두 명의 경쟁자가 차를 몰고 정면으로 돌진하다가 충돌 직전 핸들을 꺾는 사람이 지는 경기이다. 핸들을 꺾은 사람은 겁쟁이, 즉 치킨으로 몰려 명예롭지 못한 사람으로 취급 받는다.

그러나 어느 한명도 핸들을 꺾지 않으면 둘 다 승자가 되지만 결국 충돌함으로서 양쪽 모두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된다. 1950년~1970년 미국과 소련의 군비경쟁에 비유하면서 국제정치학 용어로 굳어졌다. 지금은 북핵문제를 비롯한 국내 정치나 노사협상, 국제외교, 산업 등에서 상대의 양보를 기다리면서 갈 때까지 가다가 결국 파국으로 끝나는 사례들을 설명할 때 사용한다.

하지만 통치권자는 이미 승자이다. 권좌에서 핸들을 꺾는다고 겁쟁이로 취급하지 않는다. 그리고 명예롭지 못한 사람이라고 하지도 않는다. 둘 다 충돌해 둘 다 망하는 것보다 서로간의 양보를 통해 함께 가는 방법을 찾는 것이 통치권자의 지혜이다.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의 대립은 검찰개혁이라는 과녁에서 벗어나 치킨게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통령이 나서 국민을 위한 정의의 깃발을 다시 꼽아 주길 간곡히 당부 드린다.

 

[전국매일신문] 김연식 논설실장
ys_kim@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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