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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논단] 양면게임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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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논단] 양면게임이론
  • 김연식 논설실장
  • 승인 2020.12.17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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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논설실장

국제협상에서 양면게임 이론(Two-Level Theory)은 미국의 정치학자이며 하버드대 교수인 로버트 퍼트남(R. putnam)이 1988년 국제외교와 국내정치를 연계시켜 분석한 이론이다. 한 면은 각 국가의 대표자 간 게임이다. 즉 국가와 국가 간에 이루어지는 정부 대표자 간의 협약이다.

다른 한 면은 정부와 국내이익집단간의 게임을 말한다. 정부 대표자 간의 협약이 이루어지기 이전에 국내 여러 이익집단과 국회 등의 동의를 구하는 비준 절차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두 개의 면이 국제협상에서 상호 존재한다는 것이 바로 양면이론이다.

퍼트남은 양면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윈셋(win-set)이라고 했다. 윈셋은 국가 간 협상에서 공동으로 겹쳐지는 영역, 그리고 국가와 국내 이익집단간의 협의에서도 서로 겹쳐지는 부분이다. 즉 공동의 이익을 가져올 수 있는 합의의 집합체를 말한다.

윈셋의 크기는 협상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될 수 있으며, 정치적 타협과 노사 간 임금협상 등 이슈가 되는 주요 사안의 사회적 합의에서 전략적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대한민국 국회의원은 300명이다. 일반안건은 과반 수 이상의 참석과 과반 수 이상의 찬성으로 의안을 처리한다. 반면 주요 안건은 3분의 2 이상 찬성해야 처리할 수 있다. 우리나라 정당 역사를 보면 하나의 정당이 재적의원 가운데 3분의 2이상 차지한 것은 극히 드물다. 1987년 민주화 이후 3당 합당을 제외하고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러한 틀을 깬 것이 바로 21대 국회이다.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더불어민주당 등은 180석 이상의 슈퍼정당이 됐다. 마음만 먹으면 못할 게 없는 정당이다.

법률적으로는 야당과 협상도 필요 없고 합의도 필요 없다. 야당이 말을 듣지 않으면 여당의원들만 모여 법을 만들고 필요한 부분은 개정을 하면 된다. 대한민국을 그들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실제 정기국회에서 처리된 법률안은 야당의 반대와 토론 등이 필요 없었다. 여당의 입맛에 따라 시원시원하게 처리됐다. 지금껏 법률안 처리가 이렇게 빨리 진행된 적이 없을 만큼 전광석화 같았다.

합의는 민주사회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합의 이전의 단계는 수많은 토론과 갈등이 발생한다. 똑 같은 사안이라도 서로의 의견이 다르기 때문에 개인과 개인, 집단과 집단 간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갈등을 조절하고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바로 토론과 투표이다. 적법한 절차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고 서로 양보하는 수준에서 결론을 도출해 내는 것이 민주주의의 과정이다.

물론 서로의 이해관계가 상충하면 민주적인 투표를 통해 결론을 낼 수 있지만 결과에 따라 소수의 의견이 존중받고 적절한 배려도 이루어진다. 이러한 과정이 진행되지 않으면 물리적 충돌이 이루어지고 사회가 혼란스러워진다. 때문에 다수의 힘을 가진 권력과 계층이라도 소수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 민주사회의 미덕이다. 독재가 아니기 때문에 독주할 수 없는 구조가 바로 민주주의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적폐청산과 개혁이라는 명목으로 전직 대통령 2명을 비롯한 많은 전 정권 인사들이 감옥에 갔다. 전 정부 국정원장 3명이 나란히 법정에 서는 웃지 못 할 해프닝도 벌어졌다. 현 정부 인사들은 이들을 닮지 말아야 한다. 물론 지금은 권력을 가까이 하고 있기 때문에 사법부의 화살을 일시 피해갈 수 있다.

그러나 권력은 오래가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권력은 빗물에 씻겨가는 먼지처럼 사라진다. 그러한 힘이 없어지면 사법부는 칼춤을 춘다. 권력을 잃은 힘없는 강아지에 목줄을 걸고 마음껏 끌고 다닌다. 천하제일의 권력을 누렸던 대통령도 포토라인에 서서 카메라 세례를 받았고 결국은 감옥으로 향했다. 모든 범죄의 끝은 최고 권력자에게 있었고 최고 권력자를 감옥에 가둠으로서 상황은 종료됐다. 현대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이러한 일들이 더 이상 벌어져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비록 힘이 약한 정당이라도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주고 합의를 위한 토론이 필요하다. 국회가 토론의 장을 멀리하면 국민의 목소리는 누가 대변해 준단 말인가. 공수처장에 대한 야당의 거부권을 막으면 누가 봐도 공정한 게임이 될 수 없다. 권력은 언젠가 바뀌기 마련이다. 그 때가서 야당의 거부권을 주장하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처음 법을 만들 때 공정하게 하면 나중에 권력이 바뀌더라도 당당할 수 있다. 때문에 토론과 합의가 필요한 것이다.

퍼트남 교수가 주장하는 양면게임이론은 국제협상과 국내정치에 연동되지만 가장 중요한 윈셋은 갈등을 최소화 시킬 수 있는 수단이다. 여당과 야당이 주요 사안에 대해 적절한 합의점인 윈셋을 가동해 하나의 법을 만들더라도 권력의 이동과 상관없이 공정하고 정의롭고 오래갈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영하의 기온에서 하얗게 얼어붙는 성에는 새벽에 피었다가 해가 뜨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권력도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언젠가는 사라지게 마련이다. 있을 때 잘하라는 말이 있듯이 할 수 있을 때 존경받는 일을 하기 바란다.

 

[전국매일신문] 김연식 논설실장
ys_kim@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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