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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152] 장관의 자격은 무엇으로 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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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152] 장관의 자격은 무엇으로 사는가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20.12.23 11: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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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 大記者 세상읽기]

“장관의 자격은 능력이 우선이 아니다. 능력 못지않게 중요한 자격이 공감이고 신뢰다. 정권의 위기는 국민의 신뢰를 잃을 때 닥친다. 국민의 신뢰가 기로에 선 시간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누가 뭐라고 하기 전에 스스로 결단을 내려야 한다. 본인이 그럴만한 용기가 없다면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를 생각한다면 장관 자리를 탐하거나, 않혀서는 안된다. 이는 법 이전의 인간 됨의 문제다.

변창흠 국토교통부장관 후보자를 두고 한 말이다. 변 후보자의 세상을 바라보는 인식은 장관이 아니라 평범한 보통 사람들마저 경악할 만큼 저급하고 천박하다.

그는 2016년 서울주택도시공사(SH)사장 시절 “못사는 사람들은 밥을 집에서 해 먹지 미쳤다고 사 먹느냐” 고 말하는가 하면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를 두고도 “개(피해자 김모 씨)만 조금 신경 썼으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될 수 있었다”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의 발언은 2016년 국민을 ‘개·돼지’라 칭했던 교육부 나향욱 전 정책기획관의 발언과 맥을 같이 한다. 나 전 기획관은 당시 “민중은 개·돼지로 취급하면 된다”고 말해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었다.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이 어떻게 반응했던가는 되묻지 않아도 된다. 변 후보자의 천박한 인식은 프랑스 혁명 당시 “빵을 달라”는 국민들의 요구에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가 말했다고 알려진 “빵이 없으면 과자를 먹으면 되지”라는 망언보다 덜하지 않다.

가난한 사람들은 외식조차 해서는 안된다는, 가난한 사람은 인간의 보편적이고 기본적인 삶마저 누릴 권리가 없다는 그의 평소 인식이 발언을 통해 표출된 것이다. 그가 사는 세상에서 어려운 사람들이 어쩌다 하는 외식은 분수도 모르는 사치나 허영인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 시절 “구의역은 지상의 세월호”라고 했던 구의역 사고에 대해서도 그는 개인의 실수에 따른 죽음으로 치부했다.

서울시의 공공주택공사를 책임지고 있던 당사자의 입에서 나온 “개만 조금 신경 썼으면 될 일”이라는 발언은 ‘위험의 외주화’에 대한 무지와 무감도 끔찍하지만 인간의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조차 찾아볼 수 없다.

그는 자신의 발언이 논란의 대상이 되자 “4년 전 발언으로 국민들께 심려를 끼치게 돼 죄송하다”며 “마음의 상처를 입으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다. 본인이 장관으로서 자격 미달임을 깨닫고 물러나야 한다. 그는 자신의 부를 믿고 가난한 사람들을 모멸했으나 정작 가난한 사람이 누구인가를 성찰할 시간이 필요하다.

가난한 사람이란 강남의 아파트로 시세 차익을 얻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인간과 생명에 대한 존중이 없는 사람이다. 영혼이 헐벗은 사람이, 영혼이 가난한 인물이 장관이 되어서는 안된다. 나라를 위해서도 그렇고, 정권을 위해서도 그렇다.

민주당 등 여권도 능력 운운하면서 그를 감싸기보다는 잘못된 길이라면 되돌아 나와야 한다. 야당의 정쟁이라고만 여겨서 고집부릴 일이 아니다.

변 후보자를 내려놓는 일이 야당의 공세에 밀리는 일이 아니라 오히려 야당의 공세를 이겨내는 길이다. 변 후보자에 대한 여권의 감싸기는 국민을 대하는 변 후보자의 인식과 정부의 인식이 한통속이라는 오해를 심어줄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부동산 폭등과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등으로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가 ‘의문’으로 바뀌고 있다. ‘의문’이라 표현했지만 여당과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하락하거나 흔들리고 있다.

자칫하면 국민 여론과 동떨어진 변 후보자에 대한 감싸기로 떨어지는 지지도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 윤석열 총장과 관련된 찬반 여론은 여·야의 지지로 갈릴 수 있으나 변 후보자에 대한 문제는 여·야 지지와는 별개의 문제다.

장관의 자격은 능력이 우선이 아니다. 능력 못지않게 중요한 자격이 공감이고 신뢰다. 정권의 위기는 국민의 신뢰를 잃을 때 닥친다. 국민의 신뢰가 기로에선 시간이다.

며칠 전 교수신문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아시타비(我是他非)를 선정했다. 나는 옳고 상대는 틀렸다는 이른바 ‘내로남불’의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변 후보자의 지명철회 요구가 딴지 걸기나 타비(他非)라면 더 이상 할 말은 없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3131@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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