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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넌 어디서 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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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넌 어디서 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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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2.18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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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인 경기 이천시 농업진흥과 인력육성팀장

벼의 기원지는 어디일까? 벼 기원에 대해서는 인도 기원설, 동남아 기원설, 중국 기원설 등이 있다. 인도기원설은 Candoll이 '재배식물의 기원'(1883)에서 벼는 열대 인도가 원산이라고 처음 지적하였다. 하지만 벼의 기원지는 한 지역이라기보다는 인도의 아삼지역과 중국의 운남지역을 아우르는 지역으로 보는 편이 일반적이다.

아삼-버마-운남을 연결하는 고원지대는 표고가 1500~2000m로 북위 28° 정도라서 기후가 온난하고 물 사정이 양호하여 고지대에는 자포니카 벼가, 저지대에는 인디카 벼가 재배된다. 이곳에는 다양한 야생벼가 분포하고 있으며 벼의 종류와 품종이 다양하여 유전적 변이가 커서 유전변이의 중심이라고 인정되고 있다.

그럼 한반도에서의 벼 재배는 언제부터일까? 중국으로부터 전래됐다는 것이 학자들의 일반적인 견해인데, 학자에 따라 기원전 5세기에서 20세기까지 보기도 한다. 1991년에 경기도 김포에서 기원전 2100년경으로 추정되는 볍씨가 발견됐고, 1991년에는 경기도 고양에서 기원전 2300년경의 볍씨가 발견됐다. 그러던 중 1998년에 충북 청주시 소로리에서 1만 3000년 전의 볍씨가 출토됐다. 가장 오래된 볍씨로 알려진 것보다 무려 3천 년이나 이전의 것으로 밝혀졌다.

'청주 소로리볍씨'는 오창 과학산단 조성과 관련해 발굴조사를 할 때 발굴된 129톨의 볍씨 중 일부를 서울대를 비롯한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및 지오크론 연구소 등 전문연구기관에서 연대측정한 결과 대략 1만 5천 년 전으로 판명됐다.

이 분석을 토대로 국제 고고학 개론서인 '현대 고고학의 이해(Archaeology)'는 최근 개정판에서 쌀의 기원지를 한국으로 개정하여 출간했다. '현대고고학의 이해'는 4년마다 개정판을 내는데, 이전까지는 중국 후난성에서 출토된 기원전 9000년쯤의 벼를 쌀의 기원이라고 적었는데, 최신 개정판인 2016년판에는 쌀의 기원지를 한국이라고 하고 그 연대를 기원전 1만3천년 전으로 바꿨다.  

다시 전래동화 '사윗감 찾는 두더지'의 내용을 살펴보자. 세상에서 가장 힘센 천하장사를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선 두더지는 해님, 구름, 바람을 만나고 이윽고 돌부처를 만났다. 바람이 아무리 세게 불어도 끄떡없는 돌부처에게 사윗감이 되어달라고 말하려는 순간 돌부처가 덜덜 떨었다. 그 까닭은 돌부처 밑에서 두더지 총각이 흙을 파는 바람에 그 육중하던 돌부처가 흔들렸던 것이었다. 두더지 말고 힘센 존재를 찾아 나선 두더지 부부는 결국 두더지가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세다는 것을 확인했다.

우리는 한국에서 재배하는 벼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알아보기 위해 중국, 아시아, 인도 등을 살폈는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볍씨가 한국에서 나왔고, 벼의 원산지가 한국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물론 이것도 여러 학설 중에 하나이긴 하지만, 우리의 입장에서는 매우 흥겹고 흥미롭다 아니할 수 없다.

 

[전국매일신문 독자투고] 박종인 경기 이천시 농업진흥과 인력육성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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