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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흩어져야 지역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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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흩어져야 지역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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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3.25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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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기 대전대 행정학과 객원교수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구호가 코로나19 사태로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로 바뀌었다. 입만 열면 우리 국토가 ‘좁은 땅’이라고 말하면서 너도 나도 서울로 몰려들어 더 좁게 살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일찍이 미국의 문화인류학자 에드워드 홈은 1인당 가용면적이 8-10m3 미만일 경우에는 사회적, 경제적 병리현상이 배가되었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서 질병, 범죄와 과밀은 분명히 연관된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오로지 효율성과 수익성 만을 따지는 공장식 밀집사육방식이 조류인플루엔자나 구제역 같은 전염병을 유발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간들도 밀집주거방식이 오늘의 코로나 19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금 지방은 희망이 없다. 노무현정부 때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과 공공기관지방이전으로 지방에도 따뜻한 기운이 감도는가 싶었다. 그러나 이명박정부 들어서면서 2008년, 수도권규제완화를 추진하자 사람과 기업이 수도권으로 유턴하더니 다시 지방에는 찬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2020년 한국고용정보원 지역별 인구소멸지수 자료에 따르면 2014년 75곳이던 소멸위험지역이 2020년 5월 현재, 105곳으로 늘어났다. 전체 시군구의 46%에 해당하는데 수도권이 8곳, 비수도권이 97곳이니 그 피해는 오로지 비수도권의 몫이다. 더구나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지방제조업의 위기가 지역산업경제를 붕괴시키면서 지방인구의 수도권유출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벚꽃 피는 순서로 지방대학이 무너진다더니 현실이 되었다. 2021학년도에 대구대가 충원율 80%를 간신히 넘겼으나 총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원광대는 충원율 80% 이하의 수치를 보이며 총장사퇴를 요구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학령아동감소와 수도권대학 선호가 빚은 예견된 참사가 아닐 수 없다. 사람도 기업도 빠져나간 비수도권의 넓은 땅은 그냥 내버려 둘 것인가? 그러고도 균형과 공정의 가치를 중시하는 세계의 가치경쟁에서 살아남을 자신이 있는지 우리 사회지도자들에게 묻고 싶다.

흩어져 잘사는 나라로 독일을 꼽을 수 있다. 독일은 각 지역의 대학들이 나름의 명성을 갖고 있다. 50여명의 노벨상을 배출한 베를린의 홈볼트대, 법학의 산실인 튀빙겐대, 경제노동의 뮌스터대, 문학예술의 라이프찌히대 등 각 지역에 명문이 도사리고 있으니 젊은 사람들이 꼭 수도로 가야할 이유가 없다. 독일 사람들은 자기 고장에서 태어나 자기 고향에서 열심히 일하고 살다가 고향에서 죽는 게 당연하고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 이후 시대에는 우리의 좁은 국토를 넉넉하게 활용해서 새로운 감영병에 대처하고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나 전쟁과 같은 위험으로부터 우리를 지키기 위해 흩어져 살아야 된다.

더 나아가 비수도권도 살려야 나라의 경쟁력이 유지된다. 물론 흩어져 살되 위험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연대의식은 더 높여야 한다. 한 때 국가경제성장을 위한 지방의 희생이 더 이상 대물림되어서는 안된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이창기 대전대 행정학과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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