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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의 돋보기] 구화지문(口禍之門) 의미 새겨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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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의 돋보기] 구화지문(口禍之門) 의미 새겨보길
  • 최승필 지방부국장
  • 승인 2021.03.28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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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 지방부국장

예부터 성현(聖賢)의 가르침에 ‘입을 조심하라’는 글이 많이 있다. 그 중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 된다’는 뜻으로, ‘재앙이 입으로부터 나오고 입으로부터 들어간다’는 의미의 ‘구화지문(口禍之門)’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중국 ‘전당서(全唐書)’의 ‘설시(舌試)’ 편에 풍도(馮道)라는 인물의 글이 실려 있다.

당(唐)이 망하고 송(宋)이 통일할 때까지 53년간 후당(後唐)과 후량(後梁), 후주(後周), 후진(後晉), 후한(後漢) 등 다섯 왕조를 오대(五代)라고 한다.

이 중 후당에서 입신한 ‘풍도’라는 정치가는 오조팔성십일군(五朝八姓十一君) 즉, 다섯 왕조에 걸쳐 여덟 개의 성에 열 한 명의 임금을 섬겼을 정도로 처세에 능란한 인물이 있었다고 한다.

풍도는 전당서의 설시를 통해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요, 혀는 몸을 자르는 칼이다. 입을 닫고 혀를 깊숙이 감추면 가는 곳마다 몸이 편하다(口是禍之門 舌是斬身刀 閉口深藏舌 安身處處牢)’는 말의 처세관(處世觀)을 남겼다고 한다.

이는 입이 화근(禍根)이기 때문에 항상 말조심을 하라는 의미다.

풍도는 당(唐)나라 말기에 태어났으나 당나라가 망한 뒤의 후당(後唐) 때에 재상을 지냈다.

후당 이래 후주, 후진, 후한 등 여러 왕조에서 벼슬을 한 사람으로, 어려운 동란의 시기에도 73세의 장수를 누리는 동안 처신(處身)에 많은 경륜(經綸)을 쌓은 인물이라고 한다.

‘주희(朱熹)’의 ‘경재잠(敬齋箴)’에도 독에서 물이 새지 않는 것과 같이 입을 다물고, 발언(發言)에 신중을 기하라(守口如甁)고 했다고 한다.

우리 속담에도 ‘화는 입으로부터 나오고 병은 입으로부터 들어간다’는 말과 ‘모든 중생은 화가 입 때문에 생긴다’는 말도 있다.

요즘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을 비롯, 전국 21개 선거구에서 치러지는 4·7 재·보궐선거가 막이 오른 가운데 선거 열기가 어느 선거 때보다 뜨겁다.

이번 선거는 지난 21대 총선을 기준으로, 서울 유권자는 846만5400여 명, 부산은 295만6600여 명 등 1142만여 명으로, 서울과 부산 유권자만 전국 유권자 4399만여 명 중 26%에 이른다.

문재인 정부 4년 차에 이르는 만큼 차기 대선(2022년 3월 9일)의 전초전 성격으로 매우 치열하다.

여야는 이 같은 현실에서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하자 상대 후보를 비난하거나 거친 말이 오가는 등 ‘네거티브’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네거티브는 각종 선거 운동 과정에서 상대 후보에 대한 ‘기면 기고 아니면 그만이다’라는 식으로 마구잡이로 하는 음해성 발언이나 행동을 일컫는 말이다.

이번 선거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가 전거 결과를 가를 최대 변수로 부상한 가운데 정권 재창출론과 심판론을 내세우는 여야의 공방이 가열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4·7 보궐선거가 정책에 대한 주요 공약 발표보다는 도를 넘는 네거티브 공방으로 이어지면서 국민들의 선거에 대한 피로감은 극대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의 공공주택 분양원가를 전면 공개하겠다”며 재건축·재개발에 찬성한다면서도 “오세훈 후보 말대로 1주일 안에 재건축·재개발을 다 허거하면 투기판 서울이 된다”고 강조했다.

또, 민주당 윤호중 의원은 국민의 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를 향해 “내곡동 땅 있는거 뻔히 알고 있었으면서 거짓말하는 후보 쓰레기”라고 했다.

앞서 우상호 공동선대위원장은 “오 후보는 서울시장으로 일하며 그린벨트로 묶였던 부인 땅을 해제해 수십억 원의 수익을 올리도록 한 사람”이라며 “사익을 추구하는 사람이 시장이 돼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오 후보를 향한 네거티브 공방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국민의 힘 소속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를 향해서도 “시민들은 경주에서 기장, 해운대로 이어지는 ‘박형준 벨트’를 중심으로, 박 후보의 숨겨진 재산 찾아주기 운동에 나서고 있다”며 “박 후보는 부산을 ‘비리종합특구’로 만들셈이냐”며 강하게 비판했다.

여야는 박형준 후보의 국정원 불법사찰 관려 의혹, LCT특혜 분양 의혹, 딸 홍대 입시비리 의혹 등과 관련, 공방을 거듭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 힘은 이번 재보궐 선거의 원인을 제공한 민주당 소속 전임 서울, 부산시장의 성폭력 사건을 집중부각하고 있는 가운데 오세훈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주택 가격 올려놓은 건 정말 그것은 천추에 남을 큰 대역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비난했다.

오 후보는 지난 26일 유세 현장에서는 “(문 대통령이) 집값이 아무 문제 없다, 전국적으로 집값이 안정돼 있다고 1년 전까지 넋두리 같은 소리를 했다”며 “제가 연설할 때 ‘무슨 중증 치매 환자도 아니고’라고 지적했더니 과한 표현이라고 한다. 야당이 그 정도 말도 못 하나”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러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흥분해서 과격한 발언을 했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으로 본다”며 첫 선대위 회의에서 ‘말조심 주의보’를 내렸다고 한다.

선거전이 과열되면서 정책 공약보다는 검증을 내세운 네거티브 공방이 더 격화되는 분위 속에 유권자들은 네거티브에 귀 기울이기보다 정책공약에 집중한다. 이번 재보선에서 모든 후보들은 ‘구화지문’의 의미를 새기고 실천하길 기대한다.

[전국매일신문] 최승필 지방부국장
choi_sp@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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