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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칼럼] 대통령의 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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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칼럼] 대통령의 빚
  • 김연식 논설실장
  • 승인 2021.04.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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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논설실장

서울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막을 내렸으나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여당인 민주당은 패전에 책임을 지고 지도부가 총 사퇴했으며 초선의원들은 조국사태 등 지난 과오를 공개 사과하기도 했다. 야당인 국민의 힘은 모처럼 승전보를 접했으나 앞으로 야권통합과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여야는 치열했던 재보궐 선거를 끝냈지만 차기 대선을 눈앞에 두고 있어 잠시라도 쉴 틈이 없다.

특히 내년 3월9일 대통령선거가 치러지기 때문에 양당의 지도부 선출은 당의 운명을 가늠하는 중요한 일이 됐다. 여당으로서는 국민이 등을 돌린 민심을 수습하는데 주력할 것이고, 야당은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잘 살려 대선까지 이어지게 하는 역할에 집중할 것이다. 여야 모두 국민의 마음을 얻으려고 노력하겠지만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먼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은 분명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를 잘해서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아니다. 박근혜 정권이 많은 잘못을 했기 때문에 대통령이 된 것이다. 지난 총선에서도 ‘민주당’이 잘해서 180석이라는 거대 여당을 만들어 준 것이 아니다. ‘국민의 힘’이 워낙 못하니까 민주당을 대안으로 선택한 것이다. 문 대통령과 여당은 본인이 잘해서 정권을 잡았다는 착각과 편견은 버려야 한다. 국민의 힘이 못하니까 민주당과 문 대통령을 선택한 것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당이 산산 조각나고 다시는 회복할 수 없었을 것 같았던 국민의 힘도 서서히 살아나고 있다.

이번 서울 부산시장 선거에서 국민의 힘 후보를 당선시킬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잘해서가 아니다. 민주당이 못하니까 대안으로 국민의 힘 후보가 선택된 것이다. 본인들이 잘해서 서울 부산시장에 당선됐다는 오만과 편견은 버려야 한다. 이제 국민들은 바보가 아니다. 무조건 한 곳에 집중하고 맹신하는 정치성향의 집단들도 아니다. 잘못을 하면 과감히 지지후보와 정당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선거에서 극명하게 보여줬다. 더 이상 국민에게 달콤한 말과 포퓰리즘성 복지정책을 남발해서는 안 된다.

국민들은 이제 스스로 나라를 걱정하고 국가의 미래를 고민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코로나19로 어렵다고 10만원의 보조금을 받는다던가, 아니면 기본소득 몇 푼을 더 받으려고 표를 주지 않고 정권을 지지하지도 않는다. 국민들은 국가의 미래를 진정으로 걱정하고 국민의 아픔을 함께 하는 후보와 정당을 좋아한다. 권불십년(權不十年)도 옛말이 될 수 있다. 잘 못하면 10년을 기다리지 않고 무조건 바꾼다. 특정후보와 정당에 함몰되는 절대지지층도 없어지고 있다. 정의와 공정이 살아 있는 정직한 정치가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제 임기 1년여를 남겨두고 있다. 우리나라 대통령의 임기는 5년 단임제이기 때문에 내년 5월이면 문 대통령도 야인이 된다. 탄핵과 촛불정국으로 출범한 문재인 정권은 취임초기 역대 어느 정권 보다 많은 지지를 받았다. 그만큼 문재인정부에 대한 기대가 컸다. 하지만 절대 오지 않을 것 같은 레임덕도 서서히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얼마나 지지를 받을지, 아니면 부정적 평가로 내려갈지는 모르는 일이다.

대통령이 임기 1년을 남겨두고 무엇인가 새롭게 한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이쯤 되면 마무리를 어떻게 잘 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다. 서울 부산시장 보궐선거 이후 여권 지도부가 사퇴하고 총리를 포함한 일부 개각도 예상되고 있다. 청와대 참모진도 일부 교체설이 나온다. 다시 말해 문재인 정부를 마감하는 정리내각과 참모진의 교체가 가시권에 들어온 것이다.

벌써부터 언론에서는 총리후보를 포함한 장관과 청와대 참모진의 후보군이 거론되고 있다. 언론이 좀 빠른 면이 있긴 하지만 거론되는 사람들 대부분이 예상할 수 있는 인물들이고 신선함과 전문성이 없어 보인다. 문대통령이 임기 말 구상하는 쇄신과 국정안정에도 어울리지 않는다. 물론 지금 거론되는 인물들은 어디까지나 후보군에 불과하다.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최종 결재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지만 남은 임기동안 통합과 화합을 위한 인물이 대통령의 지근거리에 있었으면 한다.

현직 국회의원을 국무위원으로 임명해 오히려 국회와 대치하는 모습의 인사정책은 지양했으면 한다. 이제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통합화 화합이라는 주춧돌을 단단하게 놓길 바란다. 과거의 잘못을 용서하고 미래를 위해 여야가 협력하고 상생하는 정치를 실천해 주기 바란다.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을 사면하고 대한민국 경제 일선에서 고생했던 경제사범들을 석방시켜 이들이 다시 한 번 열정을 가지고 경제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기 바란다.

국민들은 지금 ‘내편 네편’을 원하지 않는다. 이제는 탕평과 전문성 있는 인사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자치 행정 등 각 분야의 제도개선을 통해 새로운 대한민국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탄핵정국에서 지지해준 국민들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서라도 지금은 꼭 필요할 때라고 생각된다.

[전국매일신문] 김연식 논설실장
ys_kim@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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