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광의 세상보기] 내 탓이로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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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광의 세상보기] 내 탓이로소이다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1.04.20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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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광 한국B.B.S경기도연맹 회장/ 전 광주시의회 부의장

1990년 천주교 평신도회 신자(信者)들이 시작한 ‘내 탓이요’ 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던 시기가 있었다. 이 ‘내 탓이요’ 캠페인은 천주교 미사 기도문의 고백기도문에서 따 온 운동이다. ‘전능하신 하느님과 형제들에게 생각과 말과 행위로 많은 죄를 지었으며 자주 의무를 소홀히 했습니다’라고 신자가 고백하면서 자신의 가슴을 세 번 치면서 “내 탓이오, 내 탓이오, 내 큰 탓이로소이다”하는 미사예절에서 비롯된 것이다.

당시 유리창에 손바닥 크기의 둥그런 청색 ‘내 탓이요’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는 차량을 길거리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었을 만큼 이 운동은 사회 전반으로 크게 확산되었던 기억이 난다. ‘내 탓이요’ 운동이 이렇게 널리 급속도로 확산될 수 있었던 것은 불신과 남 탓이 만연했고, 윤리와 도덕이 추락했고, 부정과 부패로 얼룩져버린 당시의 시대적 환경에서 어떻게든 해법을 찾고 싶었던 소시민들의 지혜로운 몸부림이 국민적 공감(共感)을 샀기 때문인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 ‘내 탓이요’ 운동의 정신적 배경은 신약성경 마태복음 7장 3절(‘너는 형제의 눈 속에 든 티는 보면서 어째서 제 눈 속에 들어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에서 비롯됐다. 사회를 올바르게 바꾸려면 “남의 잘못을 탓하기 전에 자신의 잘못부터 먼저 회개하고 고쳐야 한다”는 의미의 말씀이다. 이러한 운동의 역량이 국민의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은 덕분에 90년대 중반이후 민주적 정권교체(政權交替)가 가능하게 되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잘 알다시피 지난 4.7 서울과 부산의 시장 보궐선거는 야당인 ‘국민의 힘’ 후보가 압승(壓勝)했다. 미국언론 매체인 뉴욕타임즈(NYT)는 우리의 보궐선거 결과를 보도하면서 ‘내로남불’(Naeronambul)이란 우리 말 발음표현을 영문 그대로 언급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뉴욕타임즈는 자신의 보도기사에 ‘내로남불’이란 “내가 하면 로맨스이고, 다른 사람이 하면 불륜(If they do it, it`s a romance; if others do it, they call it an extramarital affair.)”이라고 소개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 참모들의 입시 비리 의혹,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을 언급하면서 이러한 의혹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특권 없는 세상’과 어긋나 유권자들이 이를 위선적이라고 느껴 보궐 선거결과가 그렇게 나왔다고 분석했다.

예상된 결과였든 아니든 간에 현재 우리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선거 후폭풍인 혼돈의 늪에 빠져있다. 보궐선거에서 압승을 한 야당은 ‘차기당권’과 ‘야권통합’ 문제로 갑론을박에 빠져있고, 그간 4년 연속 선거승리의 질주가 중단되어 버린 여당은 당혹감에 휩싸일 겨를도 없이 패배의 ‘원인분석’에 대한 견해 차이와 새로운 지도부 구성경쟁에 빠져들었다. 선거가 끝나고 나니까 ‘민생은 실종되고 정쟁만 남았다’는 국민적 비난에 직면해 있다. 간단히 말해서 여야 정치인 대부분이 민생보다는 내년에 있을 대선(大選)과 지방선거(地方選擧)를 위한 전열정비에만 몰두하는 모습에 대한 지적이다.

이번 4.7보궐선거에서도 확인한 것처럼 우리 국민은 선거를 통해 냉엄한 뜻을 보여준다. 그러기에 여야 정치인은 ‘모든 권력이 국민에게서 비롯된다’는 거룩한 진실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정권(政權)을 잡는 것이 정당의 현실적 목표이니 전열정비도 중요하고 필요하겠지만 정치의 최종 지향점(指向點)이 민생안정(民生安靜)이라는 사실만큼은 단 한순간도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 국민은 모든 잘못이 ‘네 탓이야’라는 정치인의 무책임한 자세에 염증(厭症)을 느끼고 있다. 이번 선거결과도 공기업, 지자체, 중앙정부와 국회, 정치인과 고위공직자가 모든 잘못은 오로지 ‘너 때문이야’ 라는 ‘네 탓 타령’에 익숙하여 빚어낸 결과는 아닐까? ‘네 탓 타령’과 ‘내로남불’이 정권의 ‘오만과 독선’을 만든 원인인 것만은 분명하다. 이제라도 정치는 국민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여야를 막론하고 ‘내 탓이요’를 외칠 수 있어야 한다. 정치인과 정당의 자기개혁은 ‘남 탓’이 아닌 ‘내 탓’에서 출발해야 진정성 있는 개혁이 가능하다. 그래야만이 국민의 신뢰를 다시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깨달아야 한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박해광 한국B.B.S경기도연맹 회장/ 전 광주시의회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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