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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실의 Again My life] 귀농귀촌에 성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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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실의 Again My life] 귀농귀촌에 성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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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4.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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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실 사회적기업 폴개협동조합 이사
강명실 사회적기업 폴개협동조합 이사
강명실 사회적기업 폴개협동조합 이사

육지에 살 때는 잘 몰랐던 것 중의 하나가 마을에서 운영되고 있는 주민자치위원회입니다. 이 조직은 도시의 동 단위에도 있는 조직이긴 하지만 저는 도시에 살면서 전혀 이런 단체의 존재를 모르고 살아왔습니다.

읍 단위의 조직인데 어느 날 마을 주민자치위원을 모집한다는 프래카드를 보았습니다. 기왕 제주에 내려 와 정착하기로 마음먹었으니 소극적인 자세보다는 적극적으로 적응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읍사무소를 찾아가서 주민자치위원 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얼마 지나서 당선됐다는 통보를 받았고 읍사무소에서 주최하는 첫 회의에 참석하였습니다. 

당시 위원으로 선임된 분들은 마을을 대표하는 부녀회장, 이장을 역임하신 분들로써 이미 수년 간 마을 활동을 해 오던 분들이었습니다.

저처럼 귀농 귀촌인으로 참석하게 된 경우는 드문 경우에 속했습니다.

2년이 임기인 주민자치위원의 활동이 낯설고 어색하긴 했지만, 한 번 더 연임하여 4년을 하고 난 지금 생각해보니 잘 한 일중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제주 문화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고, 지역민과 이주민 사이의 문제의 시작이 무엇인지도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4년 활동을 하는 동안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민원 전화의 대부분은 이주민이라는 것과
외지인들은 이주해 오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땅에 금부터 긋는다는 것. 
수십 년간 오래도록 이웃과 잘 지내며 살아왔는데, 어느 날 외지인이 이사 오면 제일 먼저 측량부터하고 우리 땅이 옆집에 포함되어 있으니 담장을 옮겨 달라, 여긴 도로가 아니고 우리 땅이니 사용을 자제해 달라 등등 
조용했던 마을에 분란을 야기 시킨다는 겁니다. 

지역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말 귀찮고 성가신 존재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 외지인들 입장에서 본다면, 제일 먼저 땅에 금부터 긋는 일을 시작할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얼마간의 땅을 장만하게 되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내 땅인 줄은 정확히 알아야 하겠기에 측량을 하게 되는 것이고, 측량한 결과가 수십 년간 묵인하며 살아왔던 현실과 다른 점이 발견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결과가 나왔을 때 마을 사람들은 조용하던 마을에 분란을 일으킨 것으로 생각하게 되고 결국은 첫 인상부터 좋지 않게 시작되는 경우가 종종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육지인들, 즉 외지인들은 문제가 생기면 관으로 전화부터 하게 됩니다. 가장 정확하고 공정하게 민원을 처리해 주는 곳이라 믿기에 이런 행동을 하게 되는데 이것 또한 마을에서 볼 때는 밉상 중의 하나가 됩니다.

시골에서의 생활은 마을 중심에 마을 이장님이 있습니다. 
모든 기초적인 민원은 리사무소가 중심이 되어 이루어지고, 많은 민원처리도 리사무소와 이장님을 중심으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외지인들이 시골에 이사를 오게 되면 이런 점이 익숙하지 않아 관을 먼저 찾게 되고 여기서 해결하고자 하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민원 전화도 많이 하게 되고 마을에서는 마을을 무시하는 처사로 잘못 인식될 수 도 있습니다. 

마을에는 부녀회나 청년회 등 많은 조직이 있습니다. 
이주민들은 사실 이런 단체에 꼭 가입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주 오랫동안 도시에 살면서 굳이 이런 단체 활동을 하지 않아도 사는데 별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 온 탓이기도 합니다. 

또 막상 시골에 와서 이런 단체 활동을 해야지 하고 가입하려하면 진입의 벽이 높은 경우도 가끔 있습니다. 그동안 축적된 기금이 많은 단체는 가입비가 수십만 원 혹은 수백만 원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처음 그 많은 가입비를 내야한다면 헉!! 내가 이렇게 큰돈을 내며 굳이 이 단체에 가입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경우도 있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수십 년간 마을 단체 활동을 하며 모아 놓은 기금이 많은 경우엔 1/N 하다보면 그 많은 가입비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들을 주민자치위원을 하지 않고 시골 생활을 했더라면 겉으로 보이는 것만으로 오해 할 수 있는 상황들이었습니다.

귀농 귀촌해 살면서 지역민과 부딪기고 함께 생활해가며 지역주민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었고 외지인의 입장을 설명 할 수 있는 기회도 갖게 되었습니다. 
아주 오랫동안 서로가 다른 상황 속에 살아 온 사람들입니다. 
각자 입장의 차이가 분명히 있습니다. 

모든 관계가 다 그렇겠지만 소통과 협력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입장을 설명하고 상대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많은 부분이 대화의 부족에서 오는 오해의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귀농 귀촌은 이민과도 같은 것이라고 누군가 이야기 한 것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저는 그래도 이민보다 낫다고 생각합니다. 
일단은 같은 언어를 사용하며 정서가 비슷하니까요.

인생 2막입니다. 
다시 시작하는 새로운 삶입니다. 
예전에는 옛날에는, 전에 살던 곳에서는.
이런 생각 보다는 좀 더 긍정적인 생각으로 새 생각으로 시작하는 것이 훨씬 더 행복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강명실 사회적기업 폴개협동조합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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