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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논단] 화전양면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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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논단] 화전양면전술
  • 김연식 논설실장
  • 승인 2021.05.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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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논설실장

사람은 누구나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평생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일상에서 일어나는 양면성은 묵시적으로 인정되고 있다. 이해관계에 얽혀있지 않기 때문에 용서 보다는 자연스러운 수용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양면성에 대한 정도의 차이에 따라 사람의 평가는 달라진다. 생활의 일부분에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 것과 반대로 생활 자체가 이중적인 것은 인격적으로도 문제가 된다.

물론 다양성이 존재하고 있는 세상을 살아가려면 제 몫을 제대로 챙겨야 한다고 하지만 편법과 탈법으로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타인에게 고통을 줄 수 있다. 도덕적 잣대를 벗어나거나 규칙을 위반하면 누구나 법과 사회의 심판을 받는다.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양면성보다 더 나쁜 것은 화전양면전술(和戰兩面戰術)이다. 양면성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자연적인 현상이라고 한다면, 화전양면전술은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조작이다. 대체적으로 남에게 위해를 가할 때 이러한 방법을 사용한다. 국제사회에서는 과거 중국 공산당을 비롯한 코민테른과 북한이 자주 사용해 왔다. 겉으로는 평화를 말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전쟁을 준비하는 치밀한 전술이다. 한마디로 위장 평화전술이다. 1948년 정부 수립 후 남한과 북한은 70년 넘게 긴장과 대립의 관계를 반복해 왔다.

민족 간 전쟁을 일으켜 수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가기도 했으며 지금도 매번 크고 작은 충돌이 일어나고 있다. 여기에는 북한의 이해관계가 상당부문 작용하고 있다. 지구상에 유래 없는 3대 세습 체제를 완성한 북한은 위기 때마다 대화와 타협의 카드를 들고 나왔다. 겉으로는 한반도 평화를 주장하면서 뒤로는 가장 위험한 핵무기를 만들었다. 북한의 비핵화 협상에서 남한이 패싱 된지는 오래다. 미국과 일대일 대화를 주장해온 북한은 이젠 핵 포기가 아니라 군비감축 이라는 또 다른 전술을 이용해 평화를 내세우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핵보유국의 지위를 얻고 위장 평화를 내세우는 그들만의 계산법을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마지막 인사라고 할 수 있는 총리와 장관급의 청문회가 한창 진행 중에 있다. 후보자 모두 열심히 살아왔고 각자의 위치에서 사회적인 권위도 누려왔다. 하지만 대통령의 임기 1년여를 남겨두고 벌어지는 청문회는 가관이다. ‘도대체 이런 사람들밖에 없는가?’ 할 정도로 문제점투성이고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어떻게 저런 사람이 장관이 될까?’하는 생각마저 든다.

물론 청와대에서 1차적인 인사검증을 했지만 본인이 말하지 않은 사항까지 체크하기란 쉽지 않다. 일단 장관에 지명되면 청문회 기간인 하루 이틀만 창피를 떨면 임명동의안 채택과는 상관없이 장관에 임명된다. 장관을 임명하는 데는 청문회가 소용이 없다. 후보자들은 이러한 점을 악용이라도 하는 느낌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청문회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고 동의 없이 임명된 장관 등은 모두 29명이다. 임기 말까지는 30명을 훌쩍 넘길 전망이다.

문제는 장관 후보자다. 청문회 과정에서 국민정서와 맞지 않는 것으로 밝혀지면 스스로 철회해야 하는 것이 임명권자와 국민에 대한 예의이다. 이번 청문회 과정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것만 봐도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야당이 제기한 문제점들을 보면 ‘저런 사람도 장관을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국회에서 거론된 일부 장관 후보자는 몇 년간 체납된 종합소득세를 후보자 지명전에 몰아서 납부했다. 지명 안 되면 안 낼 세금을 지명되니까 내는 풍토가 민망하다고 지적했다. 국가 보조금을 받아 배우자와 자녀를 동반해 해외출장을 간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여행경비 대부분을 자비로 부담했다고 하지만 오해를 받기에는 충분하다. 한 국회의원은 “어지간한 사람 같으면 그 자리(장관후보자 청문회 자리)에 못 설 것 같다. 부끄러워서. 이런 일들을 숱하게 하고 어떻게 일국의 장관이 될 수 있나”라며 몰아세웠다.

또 다른 장관 후보자의 배우자는 영국에서 생활할 때 고가의 해외명품 도자기를 세관 신고 없이 들여와 밀수라는 지적까지 받았다. 당사자의 배우자는 집안 장식용과 가정용으로 사용했다고 밝혔으나, 한 국회의원은 “궁궐에서 살았나. 난파선에서 보물을 건져 올렸나”라며 조롱했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이라는 대한민국의 인사청문회는 살라미 소시지와 같이 벗기면 벗길수록 실망감이 가득하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장관 자리에 오르는 사람들이 위장전입과 다운계약서 자녀이중국적 다주택보유 논문표절 등 하지 말아야 될 일을 오히려 다 하고 있다. 겉으로는 국민을 위한 척 하면서 속으로는 치밀하게 자기 실속만 차리는 장관 후보자는 스스로 물러나길 바란다. 국민들은 더 이상 화전양면전술을 쓰고 있는 장관들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전국매일신문] 김연식 논설실장
ys_kim@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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