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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실의 Again My life] 새 소리에 잠을 깨는 낭만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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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실의 Again My life] 새 소리에 잠을 깨는 낭만의 아침?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1.05.07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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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실 사회적기업 폴개협동조합 이사
강명실 사회적기업 폴개협동조합 이사
강명실 사회적기업 폴개협동조합 이사

아침 지저귀는 새 소리에 잠을 깨고, 싱그러운 아침 햇살이 창문 가득 들어오고 마당엔 초록의 잔디가 푸르름을 더하는 저 푸른 초원위의 전원생활.
생각 만해도 가슴 벅차고 아름다운 삶의 한 장면이다. 

그러나 귀농해서 살다보면 이게 얼마나 힘든 하루의 시작인지를 알게 되는데 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제주로 귀농해서 유기농블루베리와 아로니아 농장을 하고 있다. 
블루베리 농사를 어떻게 지어야 하는지, 소득이 얼마나 나는지, 친환경농업의 길이 얼마나 고되고 힘든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고 덜컥 저지른 일 중의 하나이다. 남들은 작목을 선택하는데 오랜 시간동안 연구하고 조사하고 한다는데, 난 그냥 농장이 예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시작했다. 

유기농블루베리가 한창 보랏빛으로 익어가고 창문 가득 햇살이 드는 아침, 
동네 새들의 잔치가 우리 블루베리 농장에서 열리는가 보다. 
이 새 녀석들 의리도 참 대단하다. ‘이 집 블루베리가 맛있게 익었으니 어서 와서 함께 먹자’고 동네 친구 새들을 다 부른다. 
그 아침 새소리에 내가 눈을 뜬다. 이젠 이 새소리가 더 이상 정겹고 아름다운 시골의 소리로 들리지 않는다. 잘 익어가고 있는 나의 농작물을 해치는 녀석들로, 나의 적으로 다가 올 뿐이다. 블루베리와 아로니아를 입에 물고 농장 안을 잘도 날아다닌다. 노지 블루베리라 농장 전체를 그물망을 쳤는데도 어떻게 뚫고 들어오는지 정말 잘 들어온다. 누가 어리석은 사람을 가르쳐 새***라고 했는지, 그건 정말 모르고 붙여진 이름이다. 새들이 알면 억울해서 못 견딜 정도로 자존심 상하는 일일 것이다. 머리도 엄청 비상하고 목적을 위해서라면 어떤 구멍이라도 뚫고 들어오는 이 녀석들, 새 그물도 쳐보고, 새 총도 구입해 잡아도 보고 쫓아도 보았지만, 난 첫 해 블루베리 농사를 새들과 내가 반반 아니 그보다 더 많이 그렇게 새들과 나누어 먹었다.  

저 푸른 초원 위에, 잔디밭이 예쁜 농장, 
얼마나 낭만적인가? 하지만 그걸 유지하고 가꾸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 남들 정원의 잔디는 곱고 깨끗하기만 하던데 우리 집 마당의 잔디에는 왜 이렇게 질경이도 많고 개 민들레, 네잎 크로버, 쑥대 등등 이름도 알 수 없는 잡풀들이 잔디보다 쑥쑥 잘도 자란다.
비가 한번 오고나면 더 쑥~, 돌아서고 나면 잡초가 쑥쑥
이제는 알 것 같다. 시골 어르신들 집 마당이 점점 시멘트 콘크리트로 깨끗해져 가는 이유를 

이렇듯 멀리서 바라 본 시골 생활과 귀농해서 살아가는 시골생활은 많은 차이가 있다. 귀농은 현실이다. 더 이상 영화나 소설 속의 한 장면이 아니다. 내가 남은 인생을 끝까지 살아내야 할 또 다른 삶의 현장인 것이다. 
꿈꾸는 삶이 현실이 되게 하려면 이런 상황을 알고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제 새로운 인생 2막을 시작하는 Again My life
평생을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부딪기며 살아왔는데, 이젠 조금씩 내려놓으며 자연과 함께 하면 어떨까 하는 여유로운 마음을 가져 보려고 애를 쓴다. 

블루베리를 새도 먹고 나도 먹고, 그렇게 시작한 농사가 거기서 살아남는 방법을 조금씩 터득하게 되니 이젠 제법 그럴듯한 농부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잔디밭의 잡풀들과도 이젠 공존하는 방법을 익혀가고 있다. 

스트레스는 그동안 살면서 받은 것으로 충분하다.
새로 살고 있는 인생 2막에서는 그동안 가져왔던 생각을 좀 바꾸어 생각하며 살아간다면 스트레스 없고 정년 없는 인생2막, 노년이 아름다운 삶을 살지 않을까 생각한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강명실 사회적기업 폴개협동조합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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